영화읽기 - 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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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비버
  • 승인 2012.04.1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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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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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효과가 있는 영화

 

감독 : 조디 포스터
출연 : 멜 깁슨, 조디 포스터, 안톤 옐친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우울증을 한 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특히 요즘 같이 계절이 바뀌거나 무언가를 새로 시작해야 하는 시기에는 마음이 더 싱숭생숭해지면서 만사가 귀찮아지고, 삶에 대한 의욕조차 저하되기 일쑤일 것이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스스로 잘 극복해 나가지만 그렇지 못한 몇몇 사람들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까지 하는 무서운 마음의 병이 바로 우울증인 것이다. 최근에는 몇몇 연예인들이 방송을 통해 자신들이 겪고 있거나 겪었던 우울증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더욱 더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되기도 했었다.

이 모든 것이 숨 가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속 시원히 털어 놓을 기회가 없고, 또 들어줄만한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마음의 병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 때 좀 쉬어가는 것은 어떨까? 이야기를 함께 나눠줄 누군가를 기다리며 천천히 한 발자국을 내딛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치유의 효과가 있는 영화 한 편을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 같다.

한때 잘나가는 장난감 회사 사장이자 화목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월터 블랙(멜 깁슨)은 우울증에 걸리면서 삶의 모든 의욕을 잃는다. 과거와 마주하는 것이 겁이 나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그는 우연히 발견한 손 인형 비버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그러나 밥을 먹고 샤워를 할 때도, 회사에 갈 때도 늘 손에 비버 인형을 끼고 다니는 월터 블랙을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그를 정상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리가 없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비버’는 살아있는 동물 비버가 아닌 비버 인형이다. 그리고 이 비버 인형은 영화에서 주인공의 또 다른 자아를 표현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극 초반 자살하려는 월터를 구해내고, 그의 마음을 조금씩 열게 한다. 비록 인형을 빌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이지만 점차 자신감을 갖고 변화되는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치유되어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비버’는 그것이 다가 아님을 매우 리얼하게 보여준다.

즉, 마음의 병을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의존한다면 오히려 병을 깊게 만드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처음에는 마냥 귀엽게만 보였던 비버 인형의 모습이 극 후반으로 갈수록 이상하게 보이는 것도 이런 점을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비버’는 일반적인 영화와는 다른 선상에서 감상하는 것이 필요한 영화이다. 

항상 선 굵은 연기를 선보였던 멜 깁슨이 우울증 걸린 중년 남성의 모습을 너무 리얼하게 연기하고 있고, 부인으로 출연하기도 한 조디 포스터의 담담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비버’는 힐링(healing) 영화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완수하고 있다. 그동안 닫아두었던 마음을 따뜻한 햇살아래에서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며 편안함을 느끼는 봄이 되었으면 좋겠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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