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블라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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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블라인드
  • 승인 2011.12.0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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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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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건, 두명의 목격자, 엇갈린 진술

 

감독 : 안상훈
출연 : 김하늘, 유승호, 조희봉

최근 2011년 한국 영화계를 정리하는 영화제가 열려 많은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영화제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레드 카펫을 밟는 수많은 영화배우들을 보는 재미와 어떤 배우가 남녀주연상을 탈 것인가라는 호기심을 갖게 해준다.

그러면서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 스스로 수상자를 예상하기도 하는데 사실 2011년 여우주연상은 ‘블라인드’의 김하늘이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써니’가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특별히 한 명에게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나머지는 선 굵은 남성들이 주연인 영화들이었기에 김하늘의 연기가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그녀의 시각장애인 연기는 매우 절제되면서 자연스러웠다.

수아(김하늘)는 경찰대생이었던 때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는다. 3년이 지난 후 수아는 시각장애인으로서 경찰대에 복학을 하고자 하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복학을 하지 못하게 된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택시를 탔다가 뺑소니 사고를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수아의 목격은 무시당하게 되지만 경찰대생이었던 그녀는 당시 사건의 정황들을 세밀히 묘사하며 경찰의 수사 방향을 잡아준다. 그러던 중 현장을 두 눈으로 목격한 기섭(유승호)이 목격자로 나타난다.

목격자(目擊者)는 어떤 일을 눈으로 직접 본 사람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로인해 시각장애인이 사건의 목격자가 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블라인드’는 이러한 편견을 무너뜨리기 위해 매우 독특한 소재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단지 앞을 못 보는 것 뿐, 나머지 감각은 그 어떤 사람보다 더 뛰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수아 역시 경찰대생이었다는 특별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시각 대신 다른 감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눈으로 직접 본 목격자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범인의 윤곽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범인들은 얼굴을 남기지 않는 대신 목소리나 채취 등 그 외의 것들을 남기고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것들을 미처 기억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들의 또 다른 능력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우리 사회에 일침을 가하며 ‘블라인드’는 모든 상황에 당당하게 맞서는 시각 장애인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해주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주제를 더 부각하려고 했는지 스릴러 장르를 통해 긴장감을 부여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전체적인 사건의 개연성에서는 2% 부족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특히 여성을 상대로 하는 연쇄 살인범에 대한 설명이 극도로 자제되면서 극 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의 빈곤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안에서 범인에 쫓기는 김하늘을 구하기 위해 유승호가 영상전화를 하는 장면과 ‘마음이’에서 열연을 펼쳤던 달이가 안내견으로서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내는 모습 등이 영화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시각장애인 연기를 무난히 소화해 낸 김하늘은 ‘블라인드’를 통해 2011년 대종상, 청룡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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