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울수록 짜릿해진다
‘겨울연가’를 필두로 우리나라 드라마들이 외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한류’라는 단어가 대중문화의 화두로 자리매김한지도 어언 10년 정도가 되었다. 그 후 잠시 주춤하는 듯 했던 한류는 K-POP을 중심으로 이제는 일본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면서 2011년 ‘신 한류’의 시대를 열고 있다. 그 중 배우 장근석은 배용준 이후 일본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 스타로서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셔플댄스를 추는 등 그만의 4차원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로인해 이번에 개봉되는 영화 ‘너는 펫’에 대한 관심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여느 때보다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일본의 동명 만화를 각색한 ‘너는 펫’은 원작을 본적이 없는 관객들도 영화를 즐기는데 큰 어려움이 없으며, 장근석의 마니아라면 너무 좋을만한 장근석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만의 매력을 한껏 뽐내고 있는 영화이다. 또한 일에는 완벽하지만 연애에는 서툰 두 얼굴의 삶을 살고 있는 여주인공을 통해 사회적으로 성공한 알파걸의 모습을 그리며 주인인 여성과 펫이 된 남성이라는 독특한 영화적 소재가 어느 정도 납득될 수도 있다.
그러나 ‘펫(pet)’이라는 단어가 애완동물을 뜻하기에 다양한 연령층과 남성들에게는 거부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현재 남성연대는 ‘너는 펫’ 상영금치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너는 펫’은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누어질 수도 있지만 예상외로 손발이 오글거리는 장면보다는 두 주인공들의 알콩달콩하고 깨알 같은 재미를 통해 관객들에게 밝은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물론 영화의 결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지만 현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한 번쯤 꿈꿔 봤을만한 이러한 판타지가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의 정서상 받아들여지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의 흥행성적이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내년 1월 일본 개봉 후 흥행성적은 어느 정도 될 것인지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점점 쌀쌀해지는 가을 날씨에 옆구리가 허전한 여성들에게는 오랜만에 달콤한 연애의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영화이자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위상이 변화되었음을 알려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너는 펫’에서 여성과 남성의 위치가 서로 바뀌었다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논란들이 일어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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