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 「마당을 나온 암탉」
상태바
영화읽기 | 「마당을 나온 암탉」
  • 승인 2011.11.03 1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contributor@http://


따뜻한 햇살 같은 감동

여름 내내 내리던 비로 인해 제대로 된 여름을 만끽하지 못한 채 지나가는 것이 아쉬웠는지 올 가을은 여느 때보다 길게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울긋불긋한 단풍을 즐기기 위해 산행을 선택하면서 가을다운 가을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일에 지쳐 단지 차창 너머로만 단풍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에게 단풍 못지않은 화려한 색감의 영상을 스크린으로 만나보는 것으로 대신하는 것은 어떨까.

올 여름 개봉하여 국내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 중 가장 많은 관객인 200만명을 동원했던 ‘마당을 나온 암탉’은 화려한 영상으로 관객들의 눈을 붙잡으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동 있는 이야기로 관객들의 마음까지 휘어잡았던 작품으로 어딘가 허전함을 느끼며 가을을 타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햇살 같은 작품이 될 것이다.
매일 알만 낳아야 하는 암탉 잎싹(문소리)은 양계장을 탈출해, 나그네(최민식)와 달수(박철민)의 도움으로 자유를 만끽한다. 어느 날, 주인 없이 버려진 뽀얀 오리알을 발견한 잎싹은 난생 처음 알을 품게 되고, 드디어 알에서 깨어난 아기 오리 초록(유승호)은 잎싹을 ‘엄마’로 여긴다. 그러나 족제비(김상현)가 항상 초록을 잡기 위해 위협을 해오기 때문에 잎싹과 초록은 안전한 늪으로 여정을 떠나게 된다.
황선미 작가의 동명의 원작 동화를 각색하여 제작된 ‘마당을 나온 암탉’은 기존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가 아닌 영화 제작사에서 제작되면서 좀 더 영화적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영화는 어떠한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는데 특히 조그만 공간에 갇혀 계속 알만 낳는 암탉들의 모습과 그곳을 벗어나 자유를 느끼는 잎싹의 모습이 현실 속 닭들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애잔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매일 알을 낳지만 한 번도 알을 품어보지도 못하며 엄마가 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암탉이 청둥오리 알을 품고, 그 새끼를 마치 자신의 새끼인양 애지중지 키우는 모습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애틋한 자식 사랑을 그리고 있다.
단순히 제목만을 봤을 때는 암탉이 자유를 만끽하는 이야기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마당을 나온 암탉’은 가족에 대한 사랑을 그리며, 다소 예측하지 못한 결말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배우들의 어색한 목소리는 이 영화의 옥의 티라고 할 수 있다. 역시 애니메이션은 전문 성우들이 더빙하는 것이 듣기 편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단,  달수역의 박철민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내용을 웃음으로 반전시켜주며 영화의 재미를 드높이고 있다. 중국에서 최초로 개봉한 국내 애니메이션이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한 ‘마당을 나온 암탉’은 완연한 가을에 진한 감동을 느끼고 싶은 관객들에게 추천할만한 애니메이션이다.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