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에 우리나라 본초지식을 정리한 「본초정화(本草精華)」에 따르면, 뽕나무는 약재로 쓸 때에 상근백피(桑根白皮), 상심(桑 ), 상엽(桑葉), 상지(桑枝), 상이(桑耳) 등 각 부위에 따라 쓰고, 그 부속물인 상시회(桑柴灰), 상기생(桑寄生), 상표초(桑 ), 백강잠(白 蠶), 잠퇴(蠶退), 원잠아(原蠶蛾), 원잠사(原蠶沙)도 약재로써 훌륭한 역할을 한다. 게다가 상시화(桑柴火)도 약을 만드는 중요한 화력으로 쓰이니, 모두 뽕나무의 풍한습비(風寒濕痺)를 다스리는 탁월한 효과 때문이다. 이처럼 약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뽕나무의 여러 효능이 의서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이고, 우리나라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의서인 고려시대의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상근백피가 쓰여 있다.
비록 현재 남아있는 의서로는 「향약구급방」이 가장 오래된 것이지만, 「삼국유사(三國遺事)ㆍ기이(紀異)」에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오래 전부터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따르면, ‘동방에 원래부터 있었던 신성한 나무의 이름(東方自然神木之名)’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뽕나무의 기원이 중국의 산서지방이란 점과 연계했을 때 이 지역이 홍산문화(紅山文化)의 번창했던 지역과 무관하지 않으므로, 고조선의 활동무대와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부여와 고구려인의 상류층의 복장은 비단이지 않았던가.
「중국을 낳은 뽕나무」가 보여주는 것이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고조선의 기원을 엿볼 수 있는 홍산문화를 기반으로 한 비단의 직조가 중국으로 전해지지는 않았을까? 그로 인해 다시 실크로드를 타고 유럽에까지 오랜 세월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과 연계성을 가지고 우리 약재의 개발과 발전의 가능성을 점쳐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중국으로부터 우리로 전해지거나 모사 또는 모방되었다는 일방적인 아류(亞流)에서, 이제는 시각을 달리하여 본류(本流)로의 논리전개가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적어도 동북공정을 의식한다면 말이다. 이러한 점을 의식해서 본다면 이 책이 전개하고 있는 흥미진진한 중국의 역사가 뽕나무라는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엮여져 가는지 세심히 읽을 만하다. 더구나, 우리 한의학을 전공한 사람은 반드시 보았을 「황제내경(黃帝內經)」의 주인공인 황제(黃帝)의 부인 서릉씨(西陵氏)가 바로 오늘 얘기인 뽕나무의 주인공이자 잠사(蠶事)의 신(神)이지 않은가. (값 1만 9천8백원)
김홍균 /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