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 「춘추전국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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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 「춘추전국이야기1」
  • 승인 2011.10.0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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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영

홍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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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타분한 역사이야기 대신 흥미 자극

공원국 저, 역사의 아침 刊
춘추전국시대를 접할 수 있는 책은 많다. 논어나 맹자, 사기열전이나 춘추를 읽어도 되고 열국지 같은 소설을 읽을 수도 있다. 철학이나 역사, 교훈이나 무용담, 그 무엇이 되었든 간에, 춘추전국시대라고 하면 우리는 방대한 저작물들을 만나게 된다. 동양사학과 중국지역학을 전공한 후 10년 째 중국 각지를 떠돌고 있다는 저자가 쓰고 있는 이 책의 시리즈도 예외는 아니다.

이 책은 허무맹랑한 소설도 아니고, 고리타분한 역사책도 아니다. 필체는 가볍지만 사료들은 충실하고, 흥미를 자극하면서도 역사 서술자들이 경계해야 할 ‘방만한 상상력’을 절제할 줄 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지도가 두툼하다. 한쪽 벽에 붙여놓고 심심할 때 방바닥에 드러누워 가만히 들여다보아도 좋을 만큼 큼직한 춘추시대 지형도가 책 뒤에 붙어있고, 그 축소판이 책 앞쪽에 한 장 더 붙어있다. 중국 역사서 읽을 때 가장 답답했던 부분을 속 시원히 해결해 준 셈이다.

저자는 역사와 지리가 갖는 불가분의 관련성을 말한다. “경계가 생기고 역사가 시작된다”는 역사가의 말을 인용하면서 역사는 산과 강이 만들어낸 지리적 조건에서 출발함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특이하게도 이 역사책은 중국을 가로지르는 세 개의 강과 두 개의 산맥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춘추전국의 지리를 먼저 이해시켜주고 있다.

그 다음으로 저자는 하나라와 상나라, 그리고 주나라 탄생의 사회정치적 필연성을 보여준다. 유물과 유적을 근거로 들면서, 막연하던 고대 세 나라의 정권교체 과정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과정으로 그려낸다. 특히 이웃 부족민을 사냥해서 지내던 상나라의 제사풍습을 보면, 공자가 주나라 예법을 그렇게 칭송한 이유가 이해되고도 남는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나라가 망하는 징조는 거의 엇비슷하다는 사실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총 열두 권 시리즈로 기획되었는데, 첫 번째 책의 주인공은 관중이다. 춘추전국이라는 특별한 시대에 탄생하여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실패를 맛보았고, 인물됨과 실력만으로 발탁됨으로써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정계진출을 이루어 낸 관중의 사상을 밥그릇 철학이라는 측면에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각 권마다 인물이나 역사적 사실을 테마로 하고 있으며 현재 3권까지 나와 있다. 무엇보다 책상머리 역사서가 아닌 발로 쓴 역사서라는 점이 이 시리즈에 손이 가게 만든다. (값 1만 5천원)

홍 세 영 / 경희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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