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 의료천국 쿠바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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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 의료천국 쿠바를 가다
  • 승인 2011.08.0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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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영

홍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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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사회적 역할’에 경종

요시다 다로 저, 위정훈 역,
파피에 刊
의(醫)는 여러 뜻을 담고 있다. 그 중에 중요한 것들이 바로 ‘의학’ ‘의술’ ‘의료’이다. 이론적 근거를 갖춘 깊이 있는 학문, 경험과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펼치는 현란한 임상, 그리고 의술을 행하는 이와 수혜자를 합리적으로 연결시켜줄 수 있는 의료제도. 진정한 의학적 수준을 논하려면 이 세 가지의 구색이 맞아야 한다.

학문에 정통성이 있고 뛰어난 이론들이 축적돼 있어도, 임상을 하는 이들이 이러한 학문을 자유자재로 응용할 줄 모른다면 그 학문은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한편 기본적인 이론과 학문적인 깊이 없이 잔기술만으로 임상을 해나간다면 그 역시 모진 풍파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요행히 학문적 깊이와 뛰어난 임상능력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경제적 문제나 제도적 한계로 환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면 그림의 떡이 되고 만다.

쿠바, 하면 떠오르는 것은 카스트로와 가난이다. 북한이라는 나라가 연상시키는 상징성과 겹치면서, 우리에게 사회주의는 가난과 거의 동의어가 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세상에는 끝없이 좋기만 한 것도 없고 끝없이 나쁘기만 한 것도 없다.

북한이 과거 경제적 부와 국방력을 맞바꿈으로써 현재 생존해나가고 있는 것처럼, 쿠바인들도 외부적인 조건이나 압력으로 인해 결핍될 수밖에 없었던 부분들을 새로운 창조력으로 메워 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 예로 들고 있는 각종 통계자료는 놔두고라도, 농촌 등 각 단위별로 의사를 지정해서 지역민들의 건강을 관리해나가는 진료모델은 참으로 욕심이 난다. 나라에서는 의료 예산이 적게 들어서 좋고, 환자들은 자신의 병이 악화되기 전에 관리 받아서 좋다.

그렇다면 의사들은? 환자를 무심코 두당 얼마로 계산하는 습관에 젖어있다면 좀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월급제에다가 액수마저 보잘 것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의사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봤다면 이런 제도가 솔깃할지도 모르겠다.

쿠바인들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효과 좋고 부작용 적은 신약들을 개발해서 비슷한 처지의 나라들에게 공급하고, 국민들의 각종 건강지표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놓았으며,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자국의 전통요법이나 각국의 우수한 전통의학 기법들을 전면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참으로 못사는 나라에서 이루어낸 성과들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일 아닌가. 경제든 의료든 제도를 뜯어고치기 어려운 이유는 많다. 우리의 뇌리에 어느 순간 새겨진 김정은의 앙증맞은 목소리, “부자되세요” 멘트의 강한 여운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값 1만 5천원)

홍세영 / 경희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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