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 | 한의사협회 대의원총회를 참가하고 나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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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 | 한의사협회 대의원총회를 참가하고 나서 (상)
  • 승인 2011.03.3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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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상

백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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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참석한 대의원총회, 말 한마디 못하고 관람(?)
빠른 회의진행 이유로 논의는 뒷전, 의결에만 촉각

초짜 중앙대의원의 눈에 비친 대한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 총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경희대 분회 몫 대의원의 한 사람인 백유상 교수는 참관기에서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웠던 하루”였다고 밝히고 있다. 백교수의 참관기를 2회로 나누어 싣는다.  편집자 주

한의협 제56회 정기 대의원 총회를 지켜보고 있는 대의원들, 이들 중 절반 정도는 새로 중앙대의원이 된 사람들이다
지난 3월 20일 일요일 아침 한의사협회 대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부리나케 집을 나섰다. 평소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편인데 멀리 떨어진 협회는 자주 가보지 않은 곳이라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 가늠하기 어려워 행여 늦지 않을까 서둘렀던 것이다.

전날까지도 밀린 보고서 작성과 월요일 강의준비로 계속 바빠서 일요일 하루를 통째로 투자하는 것이 정말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내심 반드시 참석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던 터였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가 큰 관심사였는데 하나는 대의원총회의 새로운 임원단 선출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협회장 직선제의 통과 여부였다.

협회비 수납에 철저한 협회 행정에 감탄

대의원총회에 처음 참석하는 초짜 대의원으로서 약간은 설레는 마음으로 9시를 조금 넘어 협회에 도착하였을 때 놀랄 일이 생겼다. 과거 협회비와 건립기금 미납으로 자격상실이라는 것이다. 협회비는 오래전 임상 봉직시에 미납한 것이었고, 건립기금도 행정착오로 전달받지 못한 것이어서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 협회비에 관한 한 예상외로(?) 철저한 협회 행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현장에서 납부를 하고 참가자격을 얻어 총회장에 들어섰다. 10시부터 시작된 오전 행사는 주로 내외 귀빈들의 축하 행사와 한의계 인사들에 대한 공로패 수여로 채워졌다. 보건의료관련 국회의원들과 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 각 직능단체 대표들이 모두 참석해서 축하하는 모습을 보고 대의원총회가 한의계를 대표하는 가장 큰 행사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상정된 안건들 토론 없이 의결(?)

이어서 협회의 회무 경과보고가 있었다. 각 부문의 협회 이사들이 나와서 설명을 하고 질문을 받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협회 회무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이 많았고, 대의원들의 질문도 이어졌지만, 의장단은 협회 이사들에게 “잘 할 수 있지요”, “앞으로 잘 하겠다고 말씀하세요”라고 주문하고 서둘러 마무리하는 식이었다.

시간에 쫓겨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대의원들의 자유로운 질문을 막는 느낌이 들었고, 이러한 분위기는 오후까지 내내 이어졌다. 물론 대의원총회가 있기 전에 우편으로 예산자료와 감사보고서 등을 받아보았고 대의원카페가 인터넷에 마련되어 있어서 사전에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것이 반드시 총회 당일에 상정된 안건들을 토론 없이 의결만 하고 통과하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50%가 새로운 대의원 세대교체 현상 뚜렷

오후 들어 이번 총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인 신임 의장단과 협회 감사 선출, 그리고 직선제 선거제도에 대한 표결이 진행되었다. 의장단의 경우 대의원들의 추천을 받은 후보들이 짧게 자신들의 정견을 발표하고 나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순으로 의장, 부의장이 선출되었고 그 결과 이범용 후보가 의장으로 당선되었다.

이어 진행된 감사 선출에서는 신구 세대의 각축을 볼 수 있었다. 비교적 젊은 층에 속하는 후보들이 많이 모습을 보였는데, 나중에 개표 결과를 보니 반수 이상의 대의원이 새로운 얼굴들에게 표를 던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 새로 대의원이 되어 총회에 참석하게 된 사람이 모두 120여명이라고 하며, 이는 전체 250명 대의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숫자이다. 50%가 새로운 대의원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은 한의계의 세대교체 현상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득표순으로 자동적으로 부의장이 정해지는 과정에서 모 후보가 개표 후 새로운 의장단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는 곱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부의장은 런닝메이트 등의 방식이나 아니면 따로 독립적으로 선출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대의원들 대부분 의사표현도 못하고 구경만

감사 선출에 이어서 회장 선출 직선제 제도에 대한 개정안이 상정되었다. 회장 직선제는 이전에도 몇 차례 상정되어 계속 부결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과반수가 처음 대의원이 되어 총회에 새로 참석한 상황에서 회장 선출방식에 대한 중요한 안건을 처리하는데, 발제나 토의 없이 바로 의결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물론 직선제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결과보고서의 형식으로 대의원들에게 미리 배포되었고 한의계 전체의 관심사이므로 잘 알고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미리 숙지하고 참석하였다고 하더라도 토의과정에서 새로운 면을 알게 되고 문제점이 있으면 보완해 나가는 것이 상례이다. 의결만을 목적으로 총회를 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임 의장단은 서둘러 의결을 하려는 의도가 역력하였고, 직선제를 추진하는 대의원들은 정책결정이라 하여 무기명 투표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거수투표 방식을 주장하였다. 대부분의 대의원들은 의사표현도 하지 못하고 구경만 하는 입장이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투표가 진행되었고 직선제 개정안은 부결되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예산안 일사천리 통과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일사천리로 중요한 예산안들이 한꺼번에 통과되었고, 보다 못한 몇몇 대의원들이 예산을 통과시키기 전에 현안에 대한 협회장의 설명을 요구하여 긴급히 협회장이 나와 사업 진행을 설명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저녁 6시가 넘어가면서 대부분 대의원들은 하루 종일 이어진 회의에 지친 모습이었고, 김빠진 분위기 속에 남은 안건을 통과하고 총회는 마무리 되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대의원들이 회의를 마치고 뿔뿔이 돌아가는 속에서 “이렇게 또 하나의 잔치(?)가 끝났구나”라는 조금은 허탈한 느낌이 들었고, 도대체 마음 속을 맴돌고 있는 무언가의 허전함은 무엇 때문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싶었다. 스스로 대의원이란 무엇인지 대의원총회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반문해 보았다. 〈 계속〉

백유상
경희대 한의대 원전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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