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화컬럼] 우리 시대 도깨비 방망이가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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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화컬럼] 우리 시대 도깨비 방망이가 있었으면...
  • 승인 2003.04.1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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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 어른들에게서 도깨비 얘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소위 파란색의 도깨비불이란 것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고등학생쯤 되자 이 도깨비불도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자동차, 기차, 비행기 등 커다랗고 큰 소리를 내는 것들이 많이 생겨서 도망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른들이 보았다는 도깨비는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뿔이 나있을까? 아니다. 우리 도깨비에는 뿔이 없다. 아니 뿔이 달렸는지 어떤지 모른다. 도깨비 이야기들을 읽어보면 그 어디에도 상체 위로는 보지 못한 것으로 나온다. 물론 삼국시대 때부터 전해오는 기와의 무늬(鬼面瓦)등에는 두세개의 뿔로 보이는 형상이 있기도 하지만 분명한 근거는 없다. 대부분의 도깨비 그림이나 노래에서 보는 뿔 하나 달린 도깨비는 일본 도깨비 ‘오니’를 우리 도깨비로 착각한 것으로 보여진다. ‘오니’는 뿔이 하나 있고 포악하다고 전한다. 어쩌면 우리 조상의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과 일본의 칼을 좋아하는 무사의 생각이 도깨비에도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도깨비 전설에서 나오는 도깨비 모습은 ‘키가 팔대장 같은 놈’, ‘커다란 엄두리 총각’, ‘다리 밑에서 패랭이 쓴 놈’, ‘장승만한 놈’, ‘팔대상 같은 놈’이라고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도깨비는 남성이며, 총각이 많다. 내가 어렸을 때 들은 도깨비의 모습은 정확하지 않았다. 그저 크다는 표현 외에는 얼굴을 본 사람은 없다.

도깨비의 성격은 귀신과는 달리 매우 인간적이며, 교훈적이다. 도깨비 설화를 보면 먹고 마시며,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예쁜 여자를 좋아하고 심술을 부리기도 한다. 또 힘이 장사이고, 신통력을 가지고 있어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주거나 망하게 하기도 한다. 이렇게 신통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우직하고 소박하여 인간의 꾀에 넘어가는 바보 같은 면도 있다.

사람의 간교함에 복수를 하기도 하지만 되레 잘되게 도와주는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 결코 해치지 않는다.

도깨비는 음식 중에서 메밀로 만든 묵과 수수팥떡, 막걸리를 좋아하며, 시기와 질투도 있고, 멍청하기도 하다. 또 따돌림을 당하면 화를 내고, 체면을 중시하는가 하면 노래와 씨름을 즐긴다. 말피를 제일 무서워하며 언제나 배신당하거나 하여 사람을 못 당한다.

도깨비는 씨름을 즐긴다. 그렇다고 도깨비가 천하장사는 아니다. 씨름실력은 별로이며, 외발다리이다. 처음에는 무섭지만 정신을 차리고 왼쪽 다리로 감아 넘어뜨리면 이긴다고 한다. 묘하게도 오른쪽이 아닌 왼쪽 다리이다. 넘어뜨리고 나서 도깨비를 나무 등에 묶어놓고 아침에 가서 보면 빗자루, 부지깽이, 도리깨장치 등이 묶여져 있었다는 말들을 한다.

우리 민족에게 도깨비는 왜 생겼으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자연을 극복하는 끝없는 싸움 속에서 사람들은 비, 바람, 구름, 번개, 천둥 따위를 관장하는 신을 생각했고, 자연재해로부터 액운을 막아주는 수호신도 필요로 하였을 것이다. 조선시대 실학의 대가 성호 이익선생은 “자연의 영기가 모여서 도깨비를 만들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고구려, 백제, 신라 등의 도깨비무늬 기와(鬼面瓦)에서 생각되는 것은 기와에 도깨비무늬를 그려놓고 벽사의례(邪儀禮) 즉 나쁜 귀신을 몰아내 주길 기대한 것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한다. 또 도깨비가 조상들에게 주었던 대리만족도 중요한 의미이다. 서민들이 배를 굶고 가난하게 사는 것을 탈출할 자신이 없자 도깨비를 내세워 대리만족 내지는 희망을 추구했던 것이 바로 도깨비 이야기일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빈익빈부익부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나는 지금이야말로 도깨비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시대에 도깨비가 등장하여 혼자만의 이익만을 챙기기 위해 나쁜 짓을 예사로 하는 사람은 혼내주고, 정말 어려운 사람의 등을 긁어주는 일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은 어리석은 일일까?

김영조(민족문화운동가)
※연락처 02)969-7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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