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스트와 백의종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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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스트와 백의종군
  • 승인 2010.09.0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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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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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적 문제 해결능력 보유
백유상 칼럼- 스페셜리스트와 백의종군 

언젠가 강의시간에 “전문가는 무엇인가” 라고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은 뛰어난 치료기술, 박식함, 의사로서 인성 등을 꼽았다. 그때 나는 ‘능동적 사고로 늘 답을 찾아나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주 평범한 말이지만, 나는 그 평범함 속에 진리가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동의보감이나 사암도인침구요결을 보고 그 속에 나오는 처방과 경혈을 그대로 쓰는 것은 단순한 테크니션에 지나지 않는다. 요즘은 좋은 번역서도 많이 나와 있으니 일반인도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따라 하기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렇게 치료했는데도 낫지 않는 경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다. 전문가는 그 순간 무엇이 문제였는가를 짚어보고 원인을 알아낸 후 깊은 사고를 통해 해결 방안을 도출해 낼 것이다.

한의학의 전문가라면 자신의 처방에 오류는 없었는지, 환자의 상태 변화는 어떤지, 처방을 가감할 것인지, 약재에 문제는 없었는지, 환자의 예후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는 어떤 증상으로 할 것인지 등등 마치 연출가가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줄거리를 짜 나갈 것이다. 학생들이 말한 다양한 지식, 특출한 진단의 감각, 침을 놓는 수기의 능숙함, 헌신적인 태도 등은 전문가의 ‘능동적 사고를 통한 문제 해결능력’을 갖추기 위한 재료들에 불과하다.

능동적 문제 해결능력 보유
초심으로 돌아가 최선 다함

물론 이러한 사고 과정을 한의사의 지나친 자의적인 판단이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기는 하나 모든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는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 해방 후 한의학 부활을 이끌던 선배들은 바로 이러한 전문가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한의학 가치에 대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지난 수십년 간 한의학은 법률상으로 전문가로 인정받는 과정을 거쳐 왔다. 그러나 비전문가들이 진정으로 전문가를 인정했을 때 비로소 사회적으로 명실상부한 전문가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비전문가들이 전문가를 존중하게 되려면 그 학문의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축구를 못하지만 프리미어리그의 수준 높은 경기를 보고 열광하지 않는가? 비전문가들에게 한의학의 진수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궁극적으로 전문가들의 책임이다.

한의사가 법적인 지위를 보장받지 못했던 힘들고 어려운 시절에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묵묵히 환자를 고치는데 매진했던 분들이 많았다. 백의종군은 곧 초심으로 돌아감을 의미한다. 물론 의학을 수단으로 이익을 탐하고자 하는 세력이 있다면 당연히 지체 없이 막아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전문가로서 소양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치료기술 개발에 더욱 힘써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일반인들에게 한의학의 본 모습과 전문성을 알리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는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한다.

백유상/ 경희대 한의대 원전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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