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47] 烏辛茶方(備急灸方②)
상태바
[고의서산책147] 烏辛茶方(備急灸方②)
  • 승인 2003.04.19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홀어머니 두통약 高麗細辛

그림설명-『烏辛茶方』과 藥材圖形

전호에 이어 『影宋本備急灸方』에 함께 붙어 있는 孫炬卿의 경험방으로 원명은 ‘竹閣經驗備急藥方’으로 되어 있다.

‘備急灸法’, ‘騎竹馬灸法’에 이어 3부를 이루고 있는 이 경험처방편을 일명 ‘烏辛茶方’이라고 부르는데 자못 애절한 사연이 있다.

편저자의 어머니인 博古 石氏는 일찍이 홀로 된 이후 평생을 두풍증으로 고생하였는데 烏辛茶를 복용한 이후로 깨끗이 나았다는 것이다.

첫 머리에 ‘石氏常服治頭風烏辛茶’라고 이름 붙여 수록된 이 명처방은 대단한 효험에 비해 처방 내용은 비교적 간단해 川烏, 細辛, 茶芽 세 가지 약재에 생강, 대추를 넣어 달인 약차에 불과하다.

그런데 세신은 분명 ‘高麗細辛’이라고 명기되어 있다. 아울러 당시 두루 유포된 劉信의 ‘事證方’에서 나온 麝香散, 茶芽湯이 수록되어 있는데 川烏 대신 草烏를 쓴 것만 다를 뿐 거의 비슷하며, 두 가지 모두 高麗細辛을 사용하였다.

우리 땅에서 나는 세신이 품질이 좋다는 것은 이미 『名醫別錄』과 『證類本草』에 기재되어 있는데, 이 무렵에도 여전히 널리 애용되었던 모양으로 고려와 송나라 사이의 활발한 무역을 통해 대량 거래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본초경』에 세신은 辛溫無毒한 약으로 장기간 복용하면 明目, 利九竅, 輕身長年한다했으며 『備用本草』에는 陶隱居(名醫別錄)를 인용하여 중국산 세신이 겉모양은 제법 좋아 보이지만 맵고 아린 맛이 華陰 지방이나 高麗産만 못하다고 하였다. 고려 약재의 국제적 성가가 만만치 않았음을 알 수 있는데 위의 기록에 이어지는 다음과 같은 글귀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래된 癰疽에는 十補托裡散이 제일 가는 약이라 하는데 몇 년간 인삼이 은값과 맞먹어 부자 집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사람 입에 넣을 수 있겠는가? ……”라고 아쉬워하면서 『劉涓子鬼遺論』에 나오는 ‘小托裡散을 가난한 사람도 쓸 수 있는 대용 처방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 이 책에는 당시 새로 개발된 약재가 상세한 그림과 함께 소개되기도 한다.

앞서 竹馬灸法에는 鷺사藤(노사등) 일명 甛藤이 보이는데, 宋 李迅의 『集驗背疽方』에서 나온 鷺사藤酒가 실려 있다.

이 약재는 『蘇沈良方』에 忍冬草, 金銀花, 老翁鬚 등으로 불린다 하였다. 좀 색다른 기록은 이 금은화가 古人이 단지 보약으로만 여겼으나 이제 癰疽를 치료하는데 기막힌 효험이 있다고 한 부분이다.

이어 鷺사藤圖形을 실어 놓아 그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또 뒤편에는 刺傷에 止血劑로 좋은 三葉豆가 보이는데 유사품종과의 구별점을 잘 적어놓고 있어, 비교적 이른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실증적인 접근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 備急藥方(烏辛茶方) 편에는 저자 자신이 직접 응용한 경험방 40수가 실려 있으며, 아울러 이와 함께 기침에 사용한 湮燻法(熏喉法)과 같은 특수요법이 수록되어 있어 송대 이전 쑥뜸요법과 민간요법을 연구하는데 상당히 참고할 가치가 있다.

따라서 종합해 보건대 이 『비급구법』은 宋 淳祐5년(1245)에 시골선비 孫炬卿이 자신의 홀어머니를 奉養하면서 경험한 처방과 당대 명의의 구법비방, 민간에 유포된 秘傳 뜸법을 함께 엮어 펴낸 것으로 고려산 약재를 사용한 처방이 다수 수록되었고 일본에 전해진 유일본이 중국으로 다시 되돌아가 조선의 『침구택일편집』과 함께 복간되었다는 기막힌 인연이 얽혀져 있다.

참고로 지난 회 글에서 『備急灸法』의 모태가 되었던 『備急』의 원작자 張渙은 影宋本의 오류로 동시대 名醫 張銳를 잘못 기록한 것이라 한다.

또 『歷代中醫珍本集成』과 『三三醫書』에 복간본에서 『침구택일편집』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수록해 놓았으므로 지금도 쉽게 찾아 참조할 수 있다.

여기 수록된 간편하고 저렴한 치료법들을 잘 응용한다면 첨단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방법일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