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는 사람이 치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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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는 사람이 치룬다”
  • 승인 2010.07.1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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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이 만난 사람- 이재근 산청군수

이재근 산청군수가 전통의약엑스포 유치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엑스포는 사람이 치룬다”
한의약계 안팎… 공조 적극 모색

편집국장이 만난 사람- 이재근 산청군수 

“국내에서 가장 고령자가 많은 동네가 어딘지 아세요.” 악수를 나누고 대담을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날아온 질문이다. 허를 찔렸다. 기선을 뺐겼다. 그런데 웬 뚱땅지 같은 질문, 빙그레 웃음으로 응대했다. 그 역시 웃음을 건냈다. 인자한 미소다. 얼굴은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치른 듯한데, 시골 동네 할아버지 같은데, 그 미소 속에 포근함이 깃들어 있다.

“장수마을 아닌가요.” 우문에는 우답이 현답이고, 넌센스에는 넌센스가 역시 현답이렸다. “반만 맞았어요. 고령군수가 그 대답을 들으면 역정낼 지도 몰라요.”  이재근 경남 산청군수는 환하게 웃었다. 맞다. 속으로 무릎을 쳤다. 언중유골이다. 산청은 공기가 참 맑다. 하늘은 짙푸르다. 군청 주변도 한적하고 평화롭다. 그래도 군청 소재지인데, 전혀 도심 같지 않다. 지리산 자락에 위치했으니 정기 또한 오죽 강할까. 청정약초 재배지, 한방휴양소로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그런 곳이 2013년 국제전통의약엑스포를 유치했다. 산청군 유사 이래 최고의 경사다. 기적을 일궈낸 주역은 물론 군청 공무원이다. 김동환 기획감사실장‧박태갑 약초사업단장 등은 지역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4년 전 한나라당에서 정년퇴직한 이재근을 산청군수로 초빙했다. 삼고초려였다. 주민들도 절대 호응했다.

그런 이재근 군수가 결국 큰일을 저질렀다. 세계전통의약엑스포 유치가 발표되기 며칠 전 그는 산청군수에 재선했다. 겹경사다. 여기에 산청군 의원이 경남 도의회 의장이 됐다. 의장 경선에서 이재근 군수는 손이 퉁퉁 부을 정도로 움직였다. 전통의약엑스포를 멋지게 치루려면 도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의장이 산청군 출신이니 도약을 위한 기반공사는 이제 끝난 셈이다.

산청군은 전통의약엑스포를 계기로 여러 가지 꿈을 꾸고 있다. 대한민국의 약초산업 전초기지로 입지를 강화하고, 휴양 한방관광도시로 탈바꿈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명품 한방도시로서 국내외에 각인만 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자연적 조건은 이미 형성돼 있고, 남은 건 시설 인프라일 뿐이다. 홈런은 쳐본 선수만이 또 칠 수 있다고 한다. 기적을 일궈낸 열정과 의지로 사심 없이 2년 반을 일관하면 산청군의 꿈은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략 절반쯤 조성된 동의보감촌을 둘러보면 방문객은 누구나 내심 놀란다. 심사위원들도 준비된 산청에 매료됐을 것이다”


- 2013년 세계전통의약엑스포 유치에 성공했다. 어떤 점을 높이 평가 받았나?
“열의와 소망이다. 직원들은 주말도 없이 열심히 뛰어주고 군민들은 소리 없이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게다가 산청군은 1000여 종에 이르는 약초자원을 지녔고 의성 허준, 허초삼, 허초객 등 명의가 활동했던 동의보감의 고장이다. 이런 문화의식 위에 오랜 세월 착실히 준비해온 한의약 관련 기반시설들도 한몫 거들었다. 대략 절반쯤 조성된 동의보감촌을 둘러보면 방문객은 누구나 내심 놀란다. 심사위원들도 준비된 산청에 매료됐을 것이다.”

- 동의보감촌이 승부처였다는 얘기로 들린다.
“110만제곱미터에 이르는 촌 내에는 이미 한의학박물관, 한방테마공원, 한방기체험장 등이 들어섰고, 2011년까지 자연휴양림과 산약초 타운 등이 조성되면 국내 최고의 한방휴양관광지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다.”

- 경쟁을 벌인 지역도 준비가 만만치 않았을텐데.
“제천시는 2010년 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를 준비해 왔기 때문에 기반시설, 인력 관리 등이 우리보다 앞서 나간 측면이 있고, 영천시도 약령시 대구한의대 등 연계 협력기반이 비교적 탄탄했다.”

- 우리는 경쟁을 통해 전략적 사고를 배운다. 이번 유치경쟁을 통해 얻은 점은 무엇인가.
“산청도 이제 유통분야에 보다 많은 관심과 투자를 기울일 시점이 왔다. 산청군 브랜드가 국내외에 널리 퍼져나갈 때 지역 경쟁력은 제고되고 외부 투자도 유치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2010년 제천한방바이오엑스포에 적극 참여해 벤치마킹할 것과 반면교사로 삼을 것을 열심히 찾아낼 계획이다.”

- 하긴 제천한방바이오엑스포 진행과정을 면밀히 분석하면 산청군에게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장에는 가봤나.
“서너 차례 다녀왔다. 6월 말에는 바이오엑스포 관련 시설현장도 둘러봤다. 이 엑스포는 꼭 성공해야 한다. 한방 관련 국제엑스포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성패 여부가 정책 당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전 국민 사이에 한의약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시금석이기도 하다.”

- 벤치마킹할 대목은 찾았나.
“비록 행사 취지가 서로 좀 다르지만 엑스포 운영인력 구성, 대국민 홍보, 한의약계와 연대, 다양한 인프라 구축 등 기본 운영계획은 엇비슷하다. 더구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걸어갔으니, 응용할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전통의약엑스포는 사실 한의계의 자체 기획으로 시도된 첫번째 대형 행사인 만큼 한의약계와 긴밀한 논의구조를 형성하겠다”


이재근 군수가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동의보감촌을 둘러보고 있다.
- 전통의약엑스포는 이미 시작됐다. 가장 신경 쓰는 건 무엇인가.
“사회적 네트워킹을 최대한 동원하는 것이다. 전통의약엑스포는 사실 한의계의 자체 기획으로 시도된 첫번째 대형 행사다. 동의보감 등 한의약계 우수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려면 한의약계와 긴밀한 논의구조를 형성하고 나아가 한의약계 외부와 공조도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 엑스포는 시설이 아니라 사람이 치루는 것이다.”

- 아무래도 정부와 호흡 조절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
“전통의약엑스포는 정부의 공모사업인 만큼 준비기간이 짧은 편이다. 때문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조기에 가시화되지 않으면 모든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점을 정책 당국은 물론 예산 관련 부처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엑스포 관련 서울사무소도 곧 개설할 예정이다.”

- 500억원 규모의 엑스포로 알려졌다. 그 돈으로 엑스포 관련 인프라를 제대로 갖출 수 있겠나.
정확한 예산은 기본계획 및 실행계획이 나와야 알 수 있지만 보건복지부의 기본 구상에 보면 545억원이다. 아무래도 예산 규모가 1500억원 내외는 돼야 하지 않나 싶다. 이는 물론 개인적 추정치다.

- 이번 지방선거에서 도지사가 바뀌었다. 더구나 군수와는 소속 당이 다르다. 어려움은 없겠나.
“전통의약엑스포는 경남과 산청군이 공동으로 신청했고, 경남은 이미 지방비 부담분 중 50%를 지원키로 확약했다. 이번 행사는 그래서 도지사는 물론 전 도민의 관심사항이다. 초당적 차원에서 행사가 준비될 것이다.”

- 전통의약엑스포가 지역경제에 미칠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대략 생산 유발효과는 2,035억원, 소득효과 250억원, 부가가치 효과 559억원, 일자리 창출효과 2,500명으로 잡고 있다. 낙후된 경남 서부지역이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분명하다.”

- 산청군은 그래도 약초사업으로 비교적 지역경제가 괜찮지 않은가.
“명품약재의 산실이 목표다. 그래서 2009년부터 대규모 약초재배단지 20곳을 조성했다. 특히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2010년 200ha, 2012년까지 700ha의 산약초 재배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 엑스포는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 기념사업이다. 한의약 관련 역사, 문화사업이 있나.
“산청은 가야시대에 왕실의 휴ㆍ요양지로, 조선시대에는 28종의 약초를 왕실에 진상했던 약초의 고장이다. 산청한방약초축제가 10년 전부터 시행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앞으로 대학생 대상 허준논문상, 허준봉사상, 한의학 관련 시나리오 공모 등 다채로운 역사문화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청정약초 관련 캐릭터 사업 개발은 물론 2~3일만 묵어도 도심의 때를 말끔히 씻어내는 명품 한방휴양지로 발돋음할 것이다”


이재근 군수가 국내 내빈에게 국세봉 풍치를 설명하고 있다. 
-산청한방약초축제와 엑스포의 연계도 가능해 보인다.
“그렇잖아도 지난 5월에 열린 제10회 한방약초축제를 통해 엑스포 대비 시뮬레이션을 가졌다. 105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는데, 호응이 상당했다. 청정약초 관련 캐릭터 사업 개발은 물론 2~3일만 묵어도 도심의 때를 말끔히 씻어내는 명품 한방휴양지로 발돋음할 것이다. 엑스포 콘셉도 자연, 생명, 그리고 숲과 함께 펼쳐지는 한의약이다.”

- 아무리 콘셉이 좋아도, 시설이 좋아도 홍보가 시원치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산청의 4계절 같은 다큐도 제작해볼 계획이다. 지리산을 찾는 이들은 반드시 산청을 거쳐 가도록 언론 홍보에 적극 나서고, 사회 지도층 인사들을 자주 초대해 산청의 참맛을 느끼게 한 뒤 그들이 자발적으로 홍보맨으로 나서도록 할 계획도 갖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얘기도 있지 않은가. 산청은 한번 들르면 영원히 잊지 못하는 곳이다.”

- 동네잔치로 끝나선 안된다. 해외 홍보방안은 잡았나.
“한국관광공사, 코트라, 21개국에 달하는 경남의 해외 자매결연 도시와 단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한의약 도시임을 홍보해 나갈 계획이다. 국제적 인맥을 지닌 한의약계 인사들의 도움도 적극 끌어내겠다.”

- 한방의료관광 명품도시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헌데 인프라가 미흡해 보인다.
한방의료관광 인프라는 산청뿐 아니라 모든 지자체가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는 이런 점을 감안해 엑스포 주행사장인 산약초 타운 주변에 의료관광 체험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민간자본 유치에도 적극 나설 생각이다. 관광지 내에 엑스포를 개최하는 만큼 주제관을 비롯한 모든 시설은 고정시설로 건립할 계획이며, 엑스포 이후에는 이들 시설을 관광자원화할 계획이다.

정리= 백상일 기자

<이재근 산청군수는 누구…>

이재근 군수는 진주중학교를 나와 진주고교를 다니던 중 정치에 뜻을 품고 상경했다. 그리고 43년만에 고향 산청으로 돌아왔다. 산청군수가 됐다. ‘산청의 100년 먹거리 테마’를 구상하고 지난 4년간 ‘친환경 농업, 유기축산, 웰빙관광’에 행정력을 쏟아부어 잘 사는 산청의 초석을 다졌다.

그는 무엇보다 큰 그림을 그릴 줄 알고, 정확한 판단력과 강한 추진력을 가졌다. 특히 민자당 농수산 부국장을 시작으로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의 연수국장, 조직국장을 두루 거쳐 살아있는 정치역사로 불리는 점이 동의보감촌 조성에 필요한 예산을 끌어오는 견인차로 작용했다. 이런 힘은 결국 전통의약엑스포 유치로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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