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정 칼럼- 환자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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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정 칼럼- 환자 체험기
  • 승인 2010.07.0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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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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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 없는 정형외과 무용지물?
장혜정 칼럼- 환자 체험기 

평소에도 허리가 좋지 않고 과로하거나 식사를 건너 뛰면 장요인대부터 미골단까지 시큰거리기를 반복하는데 드디어는 허리가 스트레칭을 해도 쉬어도 호전되지 않고 급기야 구부릴 수도 펼 수도 없는 형편이 됐다. 게다가 다리도 심하게 저리니 의자에 앉아 진료를 볼 수도 없고 서서 침을 놓을 수도 없어 진료가 엉망이 되었다. 증상이 점점 악화되자 보다 못한 직원이 나를 강제로 정형외과로 데려갔다.

엑스레이를 찍고, 체열분석검사를 비보험으로 찍으라고 한다. 나는 검사를 거부하고 태연하게 "MRI 같은 확정이 아닐 거라면 체열분석을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그 검사를 신뢰할 수 없습니다. 어떤 신경이 눌렸나 알기 위해서라면 다른 이학적 검사와 문진 등을 통해 충분히 추측할 수 있습니다. 나는 단지 어떠한 비가역적 상태로 수술이 우위를 점하는 상태인지를 가늠하러 왔을 뿐입니다"라고 말했고, 정형외과 의사는 내 미골단이 틀어진 것과 뼈 자체에는 문제가 없고 엑스레이에는 디스크가 찍히지 않는다는 설명을 하였고, 그것으로 원인은 알 수 없다고 하였다.

도대체 MRI로 찍기 전에 로칼 정형외과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들이야 당연히 진맥은 못한다 치고 언제 심해지고 어떤 느낌의 통증이고 따위는 왜 묻지도 않는 것인가? 적어도 기본검사로 어떠한 가능성이 있으며 확진을 위해 어떠한 추가검사가 필요한 지에 대한 언급은 의사로서 기본도리가 아닌가.

MRI 없는 정형외과 무용지물?
지인들 ‘침 맞아라’ 이구동성


나는 정형외과를 나와 근처 한의원에 갔다. 나는 내 엑스레이 사진에서 가스가 유난히 많은 것과 최근에 스트레스 받은 이야기를 하며 뱃속이 비면 덜 아프다는 이야기와, 앙와위에서 전혀 통증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고 또한 이학적 검사와 함께 MRI를 추가로 찍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와 허리와 함께 배에 침을 맞았고 그날 하루 걸을 정도의 상태가 되었다. 다시 내 한의원에 와서 탕약을 달이고, 누워서 쉬고 있다.

개원 처음으로 일주일 동안 쉬면서 정말 많은 걸 느꼈다. 쉬세요, 쉬어야 나아요, 라는 말을 나는 쉽게 했지만 정작 내가 한의원을 쉰다는 걸 결정하기는 무척 힘들었다. 그럼 환자들은 오죽할까. 그들은 낫기 위해 치료를 받는 게 아니라 일하기 위해 치료를 받는 거였다.

내가 아프다니 아파트 청소부 아줌마부터 환자들까지 한결같이 “허리 그건 침 맞아야 하는데”라고 말하는데, 정형외과의 간호사는 ‘침 맞아서 디스크가 어떻게 나아요?“라고 말하는 걸 보니 역시 한의계 부흥의 첫째는 많은 환자가 한방의료기관을 단 한번이라도 찾는 게 중요하는 걸 절실히 느꼈다. 나도 한방치료만 할 때는 이게 양방에 비해 이다지도 비교우위에 있는 줄 실감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장혜정/ 봄내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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