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균 칼럼- 장사꾼, 장사치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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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균 칼럼- 장사꾼, 장사치 의사
  • 승인 2010.04.3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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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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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라도 공부 열심히 하자
장사꾼, 장사치 의사 

아침마다 운동하고 돌아오는 길목에 빵집이 있다. 빵집에서 나는 냄새는 언제나 고소하지만, 아침운동 후에 맡는 냄새는 참기 어려운 유혹이다. 어느 날 아침 운동하고 돌아오다가 맛있는 냄새에 끌려서 빵집으로 들어갔다.

“아니, 빵을 벌써 이렇게 많이 쌓아놨네~??!!”
“네, 새벽부터 일어나서 다 구웠답니다. 아주 신선하고 좋습니다~.”
“네 그러시군요. 아유~! 힘드시겠습니다.”
“힘들어도 아침에 구어야 바로 맛있게 드시잖아요~.”

즐거운 대화였다. 며칠 후, 그날도 아침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빵집 앞에 서 있는 빵차를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보니, 지난번 내가 보았던 대부분의 빵은 배달해서 온 것이었다.

장사꾼의 거짓말은 당연한 것이라고 치부해도 될 일이지만, 훈훈했던 기분만큼, 반대로 배신감도 크게 다가왔다. 꼭 거기서 빵을 구워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물어본 것도 아닌데, 굳이 본인이 하지도 않는 일을 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면서 장사를 하는지 씁쓸하기만 했다.

물론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다시 가면 빵집 주인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면서 이렇게 생긴 얼굴로 거짓말을 하고 있군…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어떤 빵을 파는지 알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할 것만 같아, 될 수 있으면 오가면서도 그 빵집은 쳐다보지 않고 지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잘 실행했나?
이제부터라도 공부 열심히 하자


그러고 보니 그 장사치에 대한 상념은 나에게로 되돌아온다. 나는 어떤 의사일까? 의과대학에 입학하여 히포크라테스 선서할 때의 설레임과 짜릿함은 아직도 나의 심장을 뛰게 하지만, 의사가 된 이래, 나는 정말 잘 해왔을까? 나는 환자 편에 서서 환자를 위해 일해 왔다는 것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진료를 함에 있어서 사자의 심장과 독수리의 눈을 가지고 당장의 달콤함에 연연하지 말고, 치료의 어려움에 꺽이지 말고,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는데 총력을 기울이라는 노(老) 교수님의 말씀을 잘 실천하였는지….

환자에게 치료법을 권할 때, 항상 제일 좋은 치료법을 권하기보다 나의 이익이 많이 남는 치료법을 권하지 않았는지, 나 자신의 안일을 탐하여 환자에게 제일 좋은 치료법보다 내가 편한 치료법을 권한 것은 아닌지, 연구와 공부에 게을러 더 좋은 치료법이 있는 줄을 모르고 보다 못한 치료법을 권한 것은 아닌지, 책임지는 것을 무서워하여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방법으로만 치료한 것은 아닌지, 환자를 건강으로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비위를 맞추는데 급급하지 않았는지, 나는 의사가 아니라 장사치가 된 것은 아닌지.

100세를 넘기신 윤** 원장님 말씀이 생각난다. 여러분은 아직 시간이 많으니 지금부터라도 공부를 열심히 하라.

나도균/ 나도균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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