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정 칼럼- 천행: 하늘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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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정 칼럼- 천행: 하늘을 본다
  • 승인 2010.04.1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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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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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진료감각 확장의 배움터
천행: 하늘을 본다

임상, 진료감각 확장의 배움터
년차 늘수록 한의학 확신 고조

내달이면 개원 6년을 맞는다. 개원 초부터 일종의 신념처럼 환자들에게 교육했던 것은 양약 남용 방지를 위한 감기의 자연치료, 자연 해열법 등이다. 처음엔 감기로 한의원을 찾는 환자가 없고, 그 다음 해엔 양약 먹어서 낫지 않으면 한의원을 찾는 환자가 조금씩 생겨났고, 그 다음 해엔 양약 먹지 않고도 감기 초기에 한의원부터 찾는 환자와 가족들, 아이들이 생겨났다. 양약을 먹지 못하게 한 만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야밤에도 전화를 받으며 고열 아이에 대해 티칭을 했다. 발한을, 자락을, 수기관장을 하며, 매번, 뭔가를 해내고 잘되다가, 안되는 환자가 오고 좌절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또 성공하고 하는 등의 사이클을 그렸다.

그리고 어느 날. 부르펜 타이레놀로도 꿈쩍하지 않고, 양의원에 입원해도 잡히지 않는 열들이 어이없이 쉽게 한의학적 치료로 해열되는 것을 보고 이제 일반 가정질환 발열은 모두 마스터했다, 라고 교만해지는 시기도 왔다. 처음에는 체온계를 보았고, 그 다음에는 체온계가 아닌 내 손으로 이마를 손을 발을 배를 만져서 느낌이 주는 온도의 편차를 보게 되었다. 어느 순간 체온계의 숫자보다 환자가 추워하냐 더워하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감각이라는 게 절대적인 표식자를 넘어서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엔 환자 한명한명이 아닌 환자집단 전체의 패턴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환자 개개인을 떠나 그들 집단이 계절 별로 가지는 특징이 전반적으로 깔려있고, 그리고 경인년 올해, 봄이 왔는데도 기축년 가을보다 유난히 더 심한 금화 중심의 감기패턴을 맞닥뜨리며, 天行이라는 게 무언가를 새삼 실감하고 전반적 운기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체득했다. 매번 새로운 관점은 이전에 해결해 주지 못한 부분을 보완해 준다.

학교 때 수업으로 알던 것이 하나하나 퍼즐을 맞춰가며 백지였던 곳에 그림을 채워 놓는 것과 같다면, 임상으로 알게 되는 것은 마치 완성된 그림을 흑백TV로 보다가, 칼라TV로 보다가, LCD로 보다가 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그 모양은 알았으되 점점 또렷하고 명확해지는 그런 느낌이 든다.

언젠가 황병기씨가 모 인터뷰에서 “인생의 그때그때마다 다 즐거움이 있다. 지금 나이가 들어감이 황홀할 뿐이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을 듣고 무척 가슴 벅찼던 기억이 있다. 지금 다 알 거 같은 이 명확한 그림이 앞으로 한해한해 지나가며 더 또렷하고 선명해질 거라 생각하니 그야말로 가슴 벅차고 황홀할 뿐이다. 임상 년차가 늘어감에 황홀할 뿐이다. 내가 하는 것이 한의학이어서 너무 다행이고 감사하다.

장혜정/ 봄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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