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한의원 기준경비율 21.2%에 따르는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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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한의원 기준경비율 21.2%에 따르는 문제들
  • 승인 2003.04.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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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진료 차질 초래할 수도
한의협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
낮은 기준경비율, 보험진료 기피 등 파행 초래
“의료 특수성 인정 세제지원책 만들어야” 여론


한의원의 기준경비율이 21.2%로 양방에 비해 낮게 책정된 것은 한의계에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시해 주고 있다.

자신의 한의원은 기장에 의해 세무신고를 하고 있어 소득수준에 따라 정해진 세율만큼 세금을 내기 때문에 기준경비율이 낮게 책정된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쉽게 단정해서도 곤란하다.

이제까지 세무 관행상 종합소득세 신고시 표준소득률에 준하는 수준에서 필요경비를 인정해 주었던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즉, 기준경비율에 의해 산출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경비로 신고했을 경우 세무조사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부담을 가지고 진료에 임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된다.

◇ 기장 신고자에도 영향 미쳐

과실이 있든 없든 모든 사업자에게 세무조사는 정신적 압박을 가한다. 특히,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의료인에게 세무조사는 치명적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기장을 할 경우보다 기장하지 않을 경우 세금부담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표준소득률에 의해 세금을 납부한 의료기관도 여럿 있어왔다. 기장을 할 경우 세무조사를 당할 우려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일부에서는 표준소득률에 의한 세무신고가 개원 초기에는 세금부담이 크지만 경영이 활성화되면서부터는 오히려 세금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따라 이 제도를 이용해 왔던 곳도 있었다.

그러나 기준경비율제도가 시행된 현 상황에서 이 같은 방법은 더 이상 계속할 수 없게 됐다. 주요경비로 인정되는 항목이 극히 협소한데다 증빙서류를 첨부해야한다는 조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기장을 하지 않을 경우 가산세까지 물어야 하기 때문에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준경비율 제도를 이용하기는 힘들다.

문제는 실제 경비가 기준경비율 21.2%를 적용했을 때 많을 경우다. 환자수가 많고 수익이 높은 고가의 약을 위주로 운영되는 극히 일부 한의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이를 초과하는 형편이다.

특히, 최근 들어 한의원에서의 첩약 투여는 급격히 줄어들고, 보험 위주의 환자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이러한 기준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보험급여가 대부분이어서 수익이 거의 노출돼 있고, 지출부분에 대해서도 성실히 신고를 했다고 하더라도 소득금액에 비해 지출경비가 많을 경우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세무조사의 부담을 피하기는 어렵다. 이는 의료서비스의 장애를 초래할 것이고 결국 한방의료의 후퇴를 가져올 수도 있다.

◇ 타 의료기관과 형평성 상실

이번 기준경비율 책정에서 한의원의 기준이 다른 의료기관이나 보건업종에 비해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보험급여가 대부분인 한의원의 경우 양방의 재활의학과와 진료형태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재활의학과가 속한 기타의원의 기준경비율은 29.7%이다. 또 내과나 일반과도 28%이다. 특히, 침구사의 경우 29.7%로 책정돼 비교가 된다.

한의원의 기준경비율이 낮게 책정된 원인은 한의원의 수입중 첩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게 책정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한의원에서의 약의 의존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이 기준은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할 수 있다.

낮은 기준경비율은 보험위주의 진료를 막아 결국 소비자인 국민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뿐이다. 또 수입노출을 우려해 본인부담금만을 받고 보험 청구를 하지 않게 하는 사례를 낳아 한방의료의 건강보험 확대에도 악영향을 줄 소지가 높다.

따라서 정부는 보다 광범위하고 객관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한방의료기관의 경영상황을 파악해야 하고 한의협도 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방의료보험을 실시하며 낮게 책정된 침 수가가 기준이 돼 아직까지 침이 저수가에 머물고 있는 것에서 보여지듯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낮은 기준경비율은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단순 서비스업 분류는 잘못

의료업을 단순히 서비스업으로 분류해 다른 업종과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업종 모두가 인류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고 필요성이 존재하나 의료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다.

따라서 의료는 국가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고, 유사시에는 이를 동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의료업이란 단순히 하나의 업종으로 취급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이를 위한 제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

독일은 개원의 경우 개인병원의 운영을 위한 설비투자금액을 비용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 의료사업을 지속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 전문서적의 구입이나 국·내외의 학회 참석 비용 등 연구개발비도 비용으로 인정된다.

캐나다의 경우는 의사들에게 직접적인 세제상의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나 보수교육에 대한 보조금, 의료과실보험 보험료, 연금보험 보험료 보조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개인의원이나 일반의료법인의 소득세 및 법인세 산정시 사회보험진료보험수가 5,000엔 이하인 경우에는 일정비율의 경비를 비용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의료를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의료업의 특성을 고려한 비용의 인정과 연구 인력개발에 대한 조세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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