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정 칼럼- 상식도 증명을 요구 받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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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정 칼럼- 상식도 증명을 요구 받는 시대
  • 승인 2010.01.2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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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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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도 증명을 요구 받는 시대

“목메어 죽은 환자의 코와 입을 막는다는 것은 불구멍을 막는 것처럼 너무 당연한 일이어서 의심 또는 증명의 여지가 필요 없었을지도 모른다.

<동의보감>의 구급 편에 보면 아침에 목메어 죽은 사람을 명치에 온기가 있다면 살릴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 방법은 줄에서 천천히 내려 코와 입을 막고 부드러운 스트레칭을 해주는 방법이다. 이 부분만 읽으면 정말 그럴까? 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이 문구를 지지할만한 연구결과가 2007년 응급 처치학 권위자인 펜실베니아대 랜스베커 박사팀에 의해 미국 시사지 뉴스위크에 보도되었는데 내용은 숨이 멈춘 뒤 수 시간 동안에도 세포는 살아있으며 심폐소생술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고 대사를 낮추는 방법을 통해 회생률이 높아졌다는 내용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급작스러운 심폐 정지에는 심폐소생술이 옳지만 숨이 멈춘 뒤 수 시간이 지난 경우에는 오히려 심폐소생술이 세포 사망을 촉진하기 때문에 산소 재공급에 따른 화학반응 속도를 늦추는 방식을 권장하고 있다.

상기 救自縊死의 경우는 베커 박사팀이 말하는 급작스러운 심폐 정지가 아닌 서서히 숨이 멎고 수 시간 지난 경우에 해당될 수 있으며. 코와 입을 막는 것과 산소 재공급에 따른 화학반응 속도를 늦추는 것에 관련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2천년 전 중경은 어떻게 그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일까? 그의 방법은 나름 타당한 것으로 느껴지지만 왜 그렇게 했는가를 알지 못하는 이상 현대에 와서는 과학적 규명이 있기까지 섣불리 그것을 믿고 따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우연찮은 기회에 중경이 어떻게 그런 방법을 생각해 냈을까? 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되었다. 시골에서 아궁이에 장작을 때며 난방을 하던 시대의 사람들은 불씨를 보관하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었다. 라이터가 없던 시절, 한동안 아궁이를 땔 일이 없을 때 불씨를 보존하려면 어떻게 했을까? 답은 빠알간 불씨가 있는 잿더미를 꾹꾹 눌러놓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족히 4~5일이 지난 뒤에 다시 헤집어도 그 속에 빠알간 불씨가 남아있고 그것에 파고지부터 시작하여 불씨를 다시 피울 수가 있다고 한다. 막 꺼진 불은 부채질을 해서 살려야 하지만 불씨만 남은 것을 살릴 때는 최소한의 산소만 공급되게 차단해 주고 서서히 살려주는 것이다. 이것은 급작스러운 심폐 정지의 심폐소생술과 수 시간 동안 서서히 끊어진 자의 대사를 늦추는 방법과 일맥상통하지 않는가.

어찌 보면 중경의 시대엔 그런 환자의 코와 입을 막는다는 것은 불구멍을 막는 것처럼 너무나 상식이어서 의심의 여지와 증명의 여지가 필요 없는 분야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시절 상식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있다.

장혜정/ 봄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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