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성진의 영화읽기- <솔로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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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의 영화읽기- <솔로이스트>
  • 승인 2009.11.2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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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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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 소통 속에서 천천히 치유된다


살아있는 연기 팩션에 생명력 불어넣어

<솔로이스트>
감독: 조 라이트
출연: 제이미 폭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몇년 전 일본여행을 갔다가 식당에서 벽을 보고 밥 먹는 사람들을 보고 적잖은 문화적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혼자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 문화였기에 그들의 문화가 상당히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최근 뉴스에 의하면 우리나라도 혼자 식사하는 사람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식당의 테이블도 1인용 식탁으로 바뀌고 있다는데, 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대사회는 늘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을 점차 무대 위의 ‘솔로이스트’처럼 혼자만의 문화를 즐기게 한다.

영화 <솔로이스트>는 제목 그대로 자신과의 싸움에 진 채 화려한 무대를 떠나 혼자서 길거리 인생을 살고 있는 첼로리스트와 특종을 잡아야만 하는 일 때문에 친구와 가족을 잊은 채 혼자가 된 칼럼니스트인 두 남자의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상에 지쳐가던 LA타임즈 기자 로페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어느 날 우연히 길 한복판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나다니엘(제이미 폭스)과 마주친다. 무심코 지나치기엔 어딘가 특별해 보이는 나다니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로페즈는 그가 줄리어드 음대 출신의 천재 음악가이지만 현재는 정신분열증으로 재능을 펼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로페즈는 나다니엘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기사로 연재하며 점차 그에 대해 알게 되고, 그를 도와 재능을 다시 찾아주려 하지만 나다니엘은 그의 호의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와 <노팅힐>, <러브 액추얼리> 등의 영화를 통해 웰 메이드 로맨스 영화를 보여주었던 영국의 워킹 타이틀사가 제작한 <솔로이스트>는 음악을 모티브로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심 <어거스트 러쉬>와 같이 음악과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마지막 부분에 관객들의 마음을 뭉클거리게 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그동안 할리우드식의 감동에 너무 많이 젖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솔로이스트>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던 결말을 완전 빗겨간다. 하지만 이러한 결말이 오히려 이 영화가 인위적으로 꾸며진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있던 이야기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듯하다.

<레이>를 통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제이미 폭스와 <아이언 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살아있는 연기는 마치 실제 인물들이 그러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하면서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물론 익히 봐왔던 드라마틱한 구조가 아니기에 매우 낯설어 하며 지루해 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의 진가는 영화가 끝난 후 곱씹어 보면 볼수록 조금씩 찾을 수 있게 된다. 혼자 된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덤덤하게 그리는 <솔로이스트>는 마음의 병은 누군가와의 소통 속에서 천천히 치유될 수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점차 옆구리가 시려오는 계절에 마음 속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1명이라도 곁에 있다면 그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과 무대 위의 솔로이스트보다는 오케스트라 속에서 멋진 화음을 만들어 내고 있는 나 자신이 더욱 빛이 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상영 중>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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