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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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6)
  • 승인 2009.11.0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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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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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千里 흘러온 물로 달인 ‘반하탕’ 효험

불면증 千里 흘러온 물로 달인 ‘반하탕’ 효험

동의보감 夢門 虛煩不睡에서도 제시된 명방
소량 치방으로 치료효과 높고 병원경영 도움 

푹 자고 난 뒤에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맞는 상쾌한 아침의 즐거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축복이다. 특히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잠 한번 푹 자 봤으면 하는 게 소원이라고 하는 말도 종종 한다.

아주 오랜 옛날에도 불면으로 고생한 사람이 무척 많았던 듯하다. <영추71 사객>에는 불면증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반하’와 ‘출미’를 천리(千里) 밖에서 흘러온 물로 달인 ‘반하탕’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 이 내용은 <동의보감> 내경편 06. 몽문(夢門)의 허번불수(虛煩不睡)에서도 첫 번째로 제시된 유명한 처방이라 써본 분들이 많으리라 짐작된다. 특이한 것은 그냥 물로 달이는 것이 아니라 굳이 천리 밖에서 흘러온 물로 달이라고 하면서 물을 국자로 떠올리는 일을 만 번이나 하라고 하는 <내경>의 내용까지 허준 선생께서 그대로 인용한 점이다.

필자도 <내경>의 반하탕으로 불면 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꽤 되는데 필자는 반하탕을 쓸 때 1첩에 반하를 1돈 분량으로 처방한다. 5일 분이면 40그람도 안 되는 양이지만 환자도 잘 낫고 병원의 경영에도 도움 되는 명방으로 잘 사용하고 있다.

이번의 임상례는 반하탕을 썼는데도 효과가 없다가 침을 맞은 다음 효과가 난 경우이다. 불면증을 호소하며 내원한 환자는 올해 62세가 된 여성으로 양방병원에서 허리와 다리의 통증으로 척추관협착증을 진단 받고 오랫동안 고생하다가 2년 전에 필자에게 침 치료를 받고 호전된 후 단골이 된 분이다. 이후 온 가족이 아플 때마다 길이 멀어도 꼭 여기로 와서 치료를 받곤 한다.

7월 말에 와서 최근에 불면증이 생겼는데 점점 심해져 5일 동안 잠을 거의 못 잤다고 잠 좀 자게 해달라고 한다. 환자는 피부가 흰 편으로 나이에 비해 피부가 탄력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침 맞기를 꺼려할 만큼 낯을 가린다. 땀도 많이 안 나는 편으로 대변은 규칙적으로 보면서 갈증은 없으며 소화상태도 과식만 안하면 괜찮은 정도이고 번조증은 없으며 잠을 못 자서 머리가 약간 아픈 정도의 상태였다.

7월21일에 반하탕을 10일분 처방하고 가벼운 불면증에 잘 들었던 경험이 있는 족소음신경의 조해(照海)혈에 침을 놓았다. 이틀 후 약을 찾아가면서 불면증이 차도가 없었다고 하기에 이번에는 우측의 통곡(通谷)혈에 신경 써서 문절추탄조를 하고 침을 놓았다.

다시 닷새가 지나고 내원했는데 30분~1시간 정도 간신히 잘 정도로 크게 변화가 없다고 한다. 뭔가 문제가 심각한 것 같아서 이번에는 인중(人中)혈에 침을 놓기로 하고 추법을 부드럽게 30초 넘게 한 다음에 침을 놓았다. 이틀 후 찾아와서는 그저께 침 맞고 나서 이틀 동안 3시간씩은 잤다고 하기에 다시 인중에 똑 같은 방법으로 침을 놓았다.

위기가 內臟으로 들어가지 못해 불면증 발병
반하 邪氣 쏙 빼고 正氣만 내장에 집어 넣어

부인과 마찬가지로 척추관협착증상으로 진단 받은 요각통 치료를 위해서 온 남편에게 부인의 증상이 궁금해서 물어보니 4번째 침을 맞고 나서는 5시간 이상은 잠을 자고 괜찮아서 안 오고 있다고 근황을 전한다. 그러면 불면의 원인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사객〉편의 관련 원문을 보자.

“(중략) 기가 외곽으로만 운행하게 되면 양기가 치성해 지고 양기가 치성해 지면 양교맥이 위기로 가득 차게 됩니다. 위기가 내장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오장육부가 텅 비게 됩니다. 그래서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晝日行於陽, 夜行於陰, 常從足少陰之分間, 行於五臟六腑。……行於陽則陽氣盛, 陽氣盛則陽蹻滿, 不得入於陰, 陰虛, 故目不瞑)”

이 문장은 불면의 원인이 위기불입(衛氣不入), 즉 위기(衛氣)가 우리 몸의 외곽(外郭)에서 내장(內臟)으로 들어가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불면증 또한 위기의 이상으로 생기는 증상이라는 말이다.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들어가지 못하는 위기를 속으로 들어가게 해줘야 할 것이다.

이 환자가 침을 맞고 불면증이 나았다는 말은 침을 맞고 외곽에서만 떠돌던 위기가 내장을 통해서 잘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고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반하탕을 먹고 불면이 치료된 것도 마찬가지로 위기의 입장에서 해석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반하는 특이하게도 사기(邪氣)는 쏙 빼고 정기(正氣)만 내장으로 집어넣는 작용을 한다. 추주(鄒澍)의 <본경소증>에서 “반하는 낮이 밤보다 더 길어지는 때에 생겨서 음이 생겨나는 교차점인 하지에 성숙한다. 따라서 반하의 공효는 인신의 정기는 외곽에서 내장으로 들어가게 하지만 사기는 외곽에서 내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生於陽長之會, 成於陰生之交, 故其爲功, 能使人身正氣自陽入陰, 能不使人身邪氣自陽入陰)”고 하면서 반하의 생태를 가지고 작용을 설명하는 내용이 있다. 반하는 위기를 내장으로 들어가게 해서 불면의 원인인 위기불입을 치료하는 약이라는 말이다.

반하는 그 모양에서도 내부로 기를 집어넣는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하의 잎 끝과 약재로 사용하는 뿌리 역시 원형의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 자연의 시간은 해가 뜨면서 낮이 시작되고 해가 지면서 낮이 끝나고 밤이 시작된다. 사람이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뜰 때 위기라고 하는 해가 눈으로 나와 우리 몸의 외곽을 운행하다가 족소음신경을 통해서 내장으로 들어가서 잠이 들게 되는 것은 자연에서 해가 뜨고 지면서 낮과 밤이 번갈아 바뀌는 것하고 똑 같다.

대표 집필= 이정우 동의형상의학회 반룡수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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