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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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31)
  • 승인 2009.09.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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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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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의 기다림을 익혀라

기다림은 환자의 자존감 살려주는 묘책
환자 얼굴표정 주시하며 느낌 읽어내야
느낌은 영혼의 언어로 치유에너지 발산

듣는 기술(2)

성공적인 진료를 위해선 소통이 성공을 거둬야 합니다. 진료는 그저 검사 수치나 영상 소견을 해석하는 일이 아닙니다.

한의학은 환자의 병을 이해하는 것보다 환자 자체를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의학입니다.

한의학은 병을 고치는 의학이라기보다는 몸과 마음을 고치는 의학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원장님은 굳이 환자에게서 자세히 듣지 않아도 척 보면 환자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실력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앞에 앉은 환자에게 그를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하지 못하면, 결코 환자의 느낌을 채우는 성공적인 진료를 할 수 없습니다.

말을 잘 하는 사람이 환자도 잘 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환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주의 깊게 잘 듣는 것이 말을 잘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거듭 명심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잠시 원장님이 환자 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환자가 말하는 얼굴 표정을 주시하며 마치 자신이 환자가 된 것처럼 생각해 보십시오.

환자가 말하는 말의 내용보다도 환자의 느낌이 어떠한가를 느껴 보십시오.

느낌은 영혼의 언어입니다. 환자의 병은 물론 환자의 느낌을 다루어 보십시오. 그러면 원장님에게서 치유의 에너지가 발산될 것입니다. 환자가 진료실을 나서는 순간, 이미 다 나은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될 것입니다.

입은 하나인데 귀가 두 개인 것을 생각하며 환자 앞에서 침묵의 기술을 잘 구사하십시오. 그래야 환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환자의 마음에 들을 수 있습니다.

환자가 말하는 것을 멈추었을 때 결코 즉시 말하지 마십시오. 환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말을 가로채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마십시오. 3초만 기다리십시오. 마음을 가라앉히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잠시 편안한 미소를 띄우십시오.

그러는 사이 환자가 이어서 다시 말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원장님이 끼어들어 가로채지 않은 것이므로, 잘 하신 겁니다. 환자는 기다려주는 원장님을 느끼며 마음이 편안해질 겁니다.

환자는 3초를 기다렸다가 말을 시작하는 원장님을 보며, ‘원장님이 내 말을 진중하게 듣고 계시며, 내 말뜻을 곰곰이 생각하고 계시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자신이 존중 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거죠. 이 느낌이야말로 성공적인 진료의 마스터키입니다.

물론 3초를 기다리는 것은 단순히 쇼가 아닙니다. 짧은 3초이지만 환자의 말하는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진심이 무엇인지를 되짚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는지 답을 전광석화처럼 얻어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즉답은 오답과 실언을 만드는 습관입니다. 이제 새로운 습관을 들여 보십시오.

우리는 들으면서도 얼마든지 딴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능력은 환자의 느낌을 이해하는 데에는 방해요소로 작용합니다. 환자의 말을 듣는 것과 대답할 말을 준비하는 것을 동시에 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경청이 아닙니다. 들을 때는 듣고 느끼는 것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일반 사회생활에서도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서 대화를 하건, 항시 상대의 말에 집중하며, 상대의 말이 끝나면 3초를 기다렸다가 말하는 훈련을 해보십시오. 어느새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 재 성
한의사, LK연구소 소장

前 MBC 라디오동의보감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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