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정 칼럼]현상 이면의 논리체계 인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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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정 칼럼]현상 이면의 논리체계 인식하자
  • 승인 2009.09.1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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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은 실학이고 경험은 언제나 이론에 우선한다. 개원 초기 만성 아토피 알러지 환자를 접하면서 왜 교과서적이지 않는가! 왜 <동의보감>에 이와 같은 조문을 찾을 수 없고 왜 상한론과 같은 전변과 문진결과를 얻을 수 없는가 고민하던 차에, “결국 열을 떨어뜨리지 말아야 할 때 열을 떨어뜨려 괴병에 이르는 것이 아토피이고 알러지구나” 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 뒤로 감모질환부터 괴병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게 근원적 아토피 예방의 한 방편이자 치료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초기 감모환자의 내원을 위한 적극적인 홍보를 시작하였다. 3년 여의 환자교육을 통해 양약 없이 초기 감모에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이 증가하였고, 놀랍게도 이들의 병정은 상한론에 나온 그대로였다.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날짜수, 짐작도 가지 않는 결흉이나 광증 등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구나 싶어 두고두고 무릎을 치게 되었다.

이러한 다양한 질환을 감별하는데 있어서 인후통 가래 몸살 진물 기침 등 주요 호소 사인보다 중요한 첫 번째가 결국 무한과 유한이구나, 이게 최상위 단위의 분류이구나 라는데 저절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유한인 3일 이내의 초기 감모환자가 38도 이상의 고열을 나타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한인 환자는 고열과 함께 오한을 호소한다.

그러나 정작 유무한 여부는 보호자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며 환자들이 그것으로 인해 불편함을 호소하지도 않는다. 유무한의 여부는 그 병이 겉 표면에 집중적으로 부하를 느끼게 하는 것인지, 안으로 점점점 부하부위가 스며들고 있는 것인지를 대별하는 가장 큰 감별 포인트인데도 말이다. 유한으로 고열을 내지 않고 천천히 느린 병정을 보이는 환자는 콧물 가래 소화기 증상으로 이어지며, 병정이 길어지고 무한으로 고열을 내는 환자는 보편 3일 이내 적당한 치료가 이루어졌을 경우 소화기계 증상 없이 말끔하게 치료된다.

느리고 약할수록 더 멀리 깊이 도달함이 더 빨라지는 비선형적 관계는 D. Hopfstadter의 대표작 에 나온 ‘이상한 고리’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질서와 혼돈의 관계에 대해서 “질서 운동의 허상 바로 뒤에는 기묘한 형태의 혼돈이 숨어있을 수 있는데, 이 혼돈의 깊은 내면에 더욱 더 기묘한 형태의 질서가 숨어있다”고 이야기하였다.

인체를 읽는 방법은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더 단순할지도 모른다. 단지, 복잡한 증상이라는 현상 자체에 집착하면 혼돈의 생리병리가 될 것이요 현상 이면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논리체계를 인식한다면 매우 간단한 몇 개의 논리조합이 만들어 낸 다양한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장혜정 강원 춘천시 봄내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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