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한의사 릴레이 인터뷰] 5. 이준혁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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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한의사 릴레이 인터뷰] 5. 이준혁 선임연구원
  • 승인 2009.07.0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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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R&D는 세심한 기획이 중요”

한의학의 미래를 논하다
5. 이준혁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한의계도 사회적인 기준과 눈높이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이준혁 선임연구원(34)은 더 이상 한의사들의 눈높이와 한의사들의 기준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사회가 됐다면서 앞으로 표준과 투명성은 화두가 될 수밖에 없고 글로벌스탠다드에 대한 생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한의계는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 사회적인 스탠다드에 맞출 수 있는 마음의 자세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 사회와 소통하는 ‘한의학’ 추구해야

이 선임연구원은 “한의학연구원에서 기술분야의 일을 하다보니 다른 분야의 기술들이 역동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서 “한의학만 바라보고 있을 때는 잘 모르지만 주변 학문과 기술들의 변화를 볼 때 그 속도감은 굉장히 빠르다”고 말했다. 한의학은 학문의 특성상 도구나 진단, 치료의 변화가 다소 정체되고 더딘데 앞으로의 추세는 점점 EBM(근거중심의학)에 대한 요구가 많을 수밖에 없고 한의학의 우수성이나 치료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은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한의학이 지속적으로 제도권으로 들어가려 한다면 장기적으로 정부에서도 계속 요구할 것이고 기술개발이나 연구도 결국 다학제적으로 할 수밖에 없으며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팀을 이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연구원은 한의학이 다른 분야, 국민, 그리고 사회와 소통하려면 일반적인 언어들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한의사들마다 진료가 다양하다보니 치료에 있어서도 서로 소통이 잘 안 되고 있는데 이러한 다양한 치료법들이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할 때는 검증툴을 가지고 데이터를 보여줘야 하는데 한의학은 이러한 툴 자체가 약하다고 했다.

■ 앞으로 이슈는 ‘표준’

연구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과학적인 근거를 계속 쌓는 작업이라고 말하는 이 연구원은 기초든 임상이든 계속 축적해 나가야 한다면서 국민과 사회가 안전한 한약재 문제를 비롯해 진단에 대한 정확도·객관성·치료의 재현성 등을 요구하는데 한의계가 이러한 부분을 해소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들은 개별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로 정책적인 부분은 한의사협회가, 연구데이터를 축적하는 부분은 학회나 연구원이 진행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한의학의 과학화, 세계화, 표준화가 있다면 앞으로는 표준화에 대한 문제가 크게 이슈화되고 한의계에 요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지금은 임상이나 학문이 축적되지 않고 단발성으로 끝나버리는 측면이 있고, 표준이 안 돼 있기 때문에 서로 대화가 안 되고 연구화 했던 부분이 축적이 안 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의학은 치료의 자율성이나 다양한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고 새로운 치료를 개발하는데 비교적 자유로움이 있지만, 부작용이나 환자들에게 대략 어느 정도의 기간이면 낫겠다거나 몇 퍼센트 정도면 나을 것이라는 데이터를 제시해주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첩약의보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간편하고 편리한 제형들을 개발하는 것이 한의약의 최우선 과제일 것이라며 먹기 쉽고 보관이 쉬운 처방을 하루나 이틀씩 쉽게 처방해 줄 수 있고, 휴대도 간편하고 효과 좋은 새로운 제형들을 연구·개발해 한의학이 국민들에게 좀 더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국민의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양방의 공격이나 한약재문제 등에 대한 언론보도는 앞으로도 한의계가 사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트렌드나 요구는 점점 높아질 것이고 다른 분야의 기준들을 한의계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양방은 처방전의 공개나 의약분업이 이뤄져 있기 때문에 한의계를 공격할 꺼리로 따진다면 무궁무진하게 남아 있는데 이러한 부분들을 한의계가 먼저 정리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한방의료가 발전하는 데 있어 제도적인 측면에서 제약이 많은 것도 문제라고 보았다. 약이나 의료기기를 연구개발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한의사가 쓸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 연구기획분야 전문역할 희망

현재 한방은 번창하고 있는 시기라고 말하는 이 연구원은 어떻게 보면 한방이 범람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면서 그러나 그 속에 정작 한의사는 없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앞으로 연구기획이나 연구기술경영분야에 종사하고 싶다는 이 연구원은 한의약R&D 기획부문에 전문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한의약R&D는 아직까지 체계적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요즘은 R&D에서도 기획이 매우 중요합니다. 기획단계에서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개발단계에서 명확히 살피지 않으면 기술의 중복개발이나 쓸모없는 개발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한의약R&D도 기획단계에서 보다 세심하게 기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연구원은 한의학이 기본적으로 국민들에게 찾아갈 수 있고 국가 사회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의학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후배들이 좀 더 다양한 분야로 많이 진출하고 다양한 분야와의 교류를 통해 한의학이 너무 내적인 논리에 매몰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똑같은 사회적인 눈으로 다른 분야를 바라보듯 한의학을 볼 때도 다른 분야의 시선으로 바라봐야만 문제점과 해결책들이 보일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의학은 자신에게 그림자같은 존재라는 이 연구원은 한의학을 한 것이 살면서 많은 장점이 됐다면서 한의학은 다른 분야의 일을 해보려고 할 때에도 장점이 될 수 있고 때론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소재들은 다양하므로 앞으로 한의학의 가능성은 무한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대구가 고향인 이 연구원은 경희대 한의대 출신으로 2004~2007년 김포에서 개원한의사로 활동했고 2007년 9월부터 현재까지 한의학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 카이스트에서 IT경영분야 박사과정 중이다.
가족으로 약사인 부인 박미선 씨와의 사이에 딸 셋을 뒀다.

민족의학신문 강은희 기자 leona01@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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