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칼럼] 미래의 의료환경에서의 한의학
상태바
[김종우 칼럼] 미래의 의료환경에서의 한의학
  • 승인 2009.05.29 13: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치료위주의 의료서비스를 떠나 건강 증진을 위한 종합적인 서비스가 제공되는 ‘건강관리서비스’가 2011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건강관리서비스는 치료위주의 의료서비스에서 벗어나 건강 증진을 위해 평가·교육·상담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이미 시장 규모가 약 1조 2000억원~1조 4000억원에 달하고 2015년에는 약 2조 4600억원~2조 8400억원까지 시장규모가 확대될 것이라 한다. 복지부와 의료계 등은 지난해부터 건강서비스활성화 TF를 구성해 건강관리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무자격 의료 행위가 난립할 수 있다는 반대에 부딪혀 정책 추진이 일시 중단된 상태다. (아주경제, 2009년 5월8일)

이미 2년 전부터 전국의 의과대학에서는 보완대체의학 가운데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을 보완통합의학이라는 교과과목에 넣어 강의를 시작했는데, 이는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통합의학’이라는 분야를 적용한 것이다. 이 통합의학에는 침, 생약, 마사지, 명상, 아로마, 테이핑, 운동, 영양과 음악, 예술 요법, 심지어 봉독치료, 태반치료 등을 망라하고 있다.
2004년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 심신의학회에서는 보완대체의학 분야를 누가 주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주 의제였다. 이때 의학적 판단에 따라 이들을 지휘·감독해야 국민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치료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현재까지 정부의 의견을 종합하자면, 보완대체의학의 각 분야를 더 이상 유사의료 형태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제도권 내에 도입하고, 도입된 보완대체의학 분야는 건강관리서비스로 제공하며, 질병의 치료는 보험재정을 통하여 시행함으로써 국민의 건강 증진과 재정의 건전성을 높이고자 한다. 물론 의료계는 일단 반대를 하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이러한 건강관리서비스를 무시할 수 없는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의학계에서 통합의학을 교과과목에 설정하고 이를 교육하는 데는 이러한 의료 시장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한의계는 이러한 의료 환경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의계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대표적인 보완대체의학 분야는 아로마요법이나 추나요법 정도일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음악치료나 명상, 기공 등이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어쩌면 양방의료계에 비하여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도 한다. 그렇지만, 한의계가 양방의학계와 다른 점은 한의사가 이런 행위를 직접 한다는 점과 이것이 대학 이외의 곳에서 별도의 교습을 통하여 학습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법에서 한의학은 ‘한의학적 원리에 입각한 의료’라고 정의되고 있는데, 쏟아져 나오고 있는 다양한 보완대체의학의 분야들이 ‘한의학적 원리’의 근거가 미흡하다면 한국에서는 한의학이라는 범주 내에서 다뤄지기 어렵게 된다. (양방의학계에서는 행위에 대한 의학적 해석과 함께, 임상적 효능에 대한 증거가 있다면 ‘통합의학’이라는 범주내로 포함시키는 것이 한의계보다 훨씬 쉽다.) 우리가 단지 개인적 관심만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양방의료계에서는 이를 학문적 분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21세기에는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건강관리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의료의 일부를 담당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의협과 같은 단체에서는 보완대체의학, 혹은 건강관리 서비스 분야에 대하여 이를 흡수할 방안을 마련하고, 대학에서는 이를 학문적 영역으로 끌어들여 한의학적 원리와 함께 임상적 효능을 밝히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불교에서 출발한 ‘위빠사나 명상’이 미국으로 건너가 ‘마음챙김 명상’으로 바뀌고, 미국의 200여개 전 의과대학에서 통합의학의 한 분야로 강의되고 있으며, 벌써 한국에 역수입되어 한국의 의료현장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현실을 곰곰이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