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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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18)
  • 승인 2009.05.0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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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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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도 기술입니다

환자와 의사소통을 할 때 ‘비언어적 표현’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어찌 보면 말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해줍니다. 비언어적 표현의 대표적인 방식이 표정, 자세, 시선과 같은 것입니다. 제가 겪었던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호주로 건너오기 전 라식 시술을 받았습니다. “그 나이에, 곧 노안 올 텐데, 뭔 라식이냐”고 주변 사람들이 말렸지만. 짧고 굵게 살자는 생각으로 저질렀습니다. 라식 시술을 받기 전까지는 꼬마 의사가 진료를 했었고, 실제로 시술을 할 의사는 만나지도 못했었습니다. 드디어 시술대 위에 누웠을 때, 목소리로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친절한 목소리는 아니었고, 다소 고압적인 목소리이긴 했지만, 그래도 저음의 톤을 가진 신뢰가 가는 목소리였습니다.

시술이 끝나니 눈앞이 뿌옇게 보였습니다. 살짝 불안감이 돌았습니다. ‘제대로 잘 되었을까?’ 제 마음을 읽었는지 시술한 의사가 “수술이 아주 잘 되었습니다. 이제 오늘 저녁에는 안경 없이 TV를 그냥 볼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하더군요. 그 말을 듣자 제 마음에 믿음이 확 생겼습니다. 그 한 마디에 마음이 푹 놓였죠. 그런데 그날 저녁 때 TV를 보는데 여전히 뿌연 것이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설령 그럴지라도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그런 말도 할 줄 아는, 그 선생님, 제법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다시 진료를 받으러 갔습니다. 처음으로 그 의사의 얼굴을 보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의사가 진료실에서 저를 맞이하는데, 큰 의자에 뒤집어질 듯 기대어 앉은 채 저를 맞이하네요. 볼펜을 딸깍거리면서, 고개는 삐딱하게 해가지고, 마치 저를 개안시키고, 대단한 은혜라도 베풀어준 것처럼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말을 안했지만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야, 이 인간아, 나 환자 아니거든? 나는 당신의 고객이란 말이야….’

자, 저만 이런 식으로 생각할까요? 아니요, 요즘 환자분들은 다들 여기저기서, 고객으로서 훌륭한 서비스를 받고 계십니다. 지금 호주에서 잠시 살다보니 우리나라 서비스업계의 서비스 수준은 정말 세계적입니다. 의사 가운 입은 것이 결코 벼슬이 아닙니다. 환자 고객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건방진 자세를 취하면, 평균 이하의 사회의식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시술받았던 그 안과의 직원들은 꽤 친절한 편이었고, 시스템도 꽤 잘 되어 있었지만, 정작 진료하는 의사들의 마인드는 C, D 학점 수준이었습니다.

원장님 한의원의 환자용 의자는 어떤 것입니까? 저는 예전에 한의원 할 때 제 의자와 환자의 의자를 같은 것으로 했습니다. 원장과 환자는 결코 상하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입장이어야 합니다. 원장은 그룹 회장 같은 회전의자에 앉고, 환자분은 볼품없는 동글이 의자에 앉힌다면, 기본적인 사회 예절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도대체 어떤 서비스 업계에서 이런 식의 매너를 갖고 있습니까.
의자에 뒤집어질 듯 앉아서 고개를 삐딱하게 돌리고 듣지 마십시오. 반드시 환자를 향해서 의자를 돌려놓고 마주보고 앉아서 성의 있게 들어야 합니다. 환자와 대화할 때는 팔짱을 끼시면 절대 안 되구요. 책상 위에 팔을 팔(八)자로 올려놓고, 환자를 향해 몸을 살짝 기울이십시오. 가급적 다리는 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재성
한의사, LK의료경영연구소 소장
(w ww.lkmri.org)
前 MBC 라디오동의보감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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