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인터뷰3]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손낙원 교수
상태바
[기획인터뷰3]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손낙원 교수
  • 승인 2009.03.06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 한의학의 새 좌표를 세우자 -

“한의학 본래의 가치를 찾자”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이 설립된 지 10년을 맞은 올해, 더욱 뜻깊은 일이 생겨 주목된다. 바로 ‘한의과학전공’의 개설이다. 한의과학 전공이 개설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동서의학대학원 해부학전공 손낙원 교수다. 그는 한의과학 전공이 생긴 데 대해 “한의학과 기초의과학, 자연과학의 융합을 이루자는 취지에서 만들게 된 것”이라면서 “각 전공자가 모여 한의학계에 필요한 연구인력을 양성하고자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손낙원 교수는 한의학 석박사를 마친 이후 해부학 전공으로 전환, 동서의학대학원의 설립을 주도하면서 현재까지 동서의학대학원 부원장, 한의과학전공 주임교수 등 각종 보직을 맡으며 견고한 기둥이 돼왔다.
한의학 전공자이면서도 지금은 자연과학인 해부학을 전공하는 교수이기에 한의학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객관적이면서도 따뜻한 애정이 담겨있다. 그에게 한의학계가 갖는 위기의 본질과 극복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한의학에 비교우위인 분야가 있는가”

최근 한의계 위기에 대한 견해를 그는 “외부적인 경제위기의 탓도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나는 3가지로 본다”며 이렇게 말했다.
“독자적인 한의대가 설립되고 한방병원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20~30여년간을 돌이켜볼 때 임상분야에서 한의학적 치료기술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지금의 위기는 개원가와 한방병원이 치료기술이나 의료서비스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높아져만 가는 국민의료서비스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 따른 것이다.”
손 교수는 “특히 한방이 양방의료에 비해서 뚜렷하게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가 있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한의학계의 자기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의학의 치료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데에는 한의대와 규모만 키워 왔던 한방병원들이 제대로 역할을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씁쓸해 했다.
두 번째로 손 교수는 “양방은 새로운 치료분야를 계속 창출해나가고 있는데 한방은 이미 창출된 분야에 편승돼온 측면이 있다”면서 “학생들이 대체의학분야의 여러가지 기술을 익히기를 원한다는데 그런 모습들이 나타나게 된 데는 한의학이 갖는 원리론적인 것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의학적 치료가 갖는 특성을 지켜가는 게 아니라 선택권 중의 하나에 불과할 정도로 의미가 축소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 한의대 교육, 정체성 찾아야

그는 현재 한의대 교육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표했다. 그는 “해부학 생리학 같은 자연과학을 배우는 것도 물론 좋지만 문제는 한의학에 대한 스스로의 신념과 정체성을 찾기도 전에 타 학문들을 배우다보면 스스로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하면서 전통한의학에 대한 비중이 줄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이유로 그는 한의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생리 병리 본초 같은 한의학 원리론을 보다 강화한 교육을 통해 한의학의 본래의 취지와 의미를 지켜내야만 올바른 한의학, 제대로 된 한의사를 키워낸다는 한의대의 주된 교육목표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나같이 한의학과 다른 학문과의 접목을 통해 연구하는 사람들은 전통 한의학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어도 물어볼 데가 없게 되더라”며 “한의사는 본분에 맞게 한의학의 기본을 지키고 이를 다른 학문과 접목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나같은 복합전공자들이 중간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명확한 역할의 분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래야 서로의 전문분야를 오도하거나 변질시키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그는 “한의학계가 제대로 서있어야 다른 분야와도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조력자들이 생기게 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의학계도 자연과학자들이나 공학자들과 협력을 통해 신의료기기를 만들어낸 것처럼 한의학계도 이런 협력관계를 통해 신기술이나 신의료기기 등을 만들어 내 궁극적으로 한의학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의학은 인간중심·자연친화적인 학문

손 교수는 “미국의 경우 대체의학의 비중이 커지면서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들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한의학계는 그 결과물들을 가져다 한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거나, 또 한의학에 맞는 것인지 확인해보지 않고 양방이 하지 않거나 이론적 기반이 약한 분야는 무조건 한방의 영역이라고 하는 것은 스스로 학문의 위상을 지켜내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의학계가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는 못할지언정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깎아내리고 있다는 말이다.

그는 한의학 본래의 장점을 특화하고 살리는 길이 곧 한의학을 살리는 길이 된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는 ‘그린’은 환경친화적이고 자연재생적인 개념으로써 한의학이 가장 잘 부합할 수 있는 의료분야”라는 견해를 곁들이기도 했다.
또 최근 과학기술분야에서 화두로 대두되는 게 인간중심적이고 자연친화적인 방향이라면서 “이러한 방향에 가장 잘맞는 게 한의학이다. 그런 면으로 볼때 한의학의 미래는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면서 다만 그에 앞서 한의학이 원리론을 제대로 세워야 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손 교수는 경영난에 봉착해있는 한의사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을 묻자 “임상가가 아니어서 조언할 위치는 아닌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뗀 뒤 “주변을 봐도 잘되는 한의사들은 한의학에 대한 신념이 있는 사람들이더라”며 “비록 어려운 경기상황으로 인해 힘들겠지만 앞서 말했듯 한의학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다만 당장의 이익을 좇아 이리저리 트렌드에 휘둘리지 말 것과 나름의 소신과 신념을 갖고 한의학을 지켜나가길 바란다”는 애정어린 조언을 마지막으로 전했다. <기획인터뷰 끝>

민족의학신문 이지연 기자 leejy7685@mjmedi.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