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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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10)
  • 승인 2009.02.2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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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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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표정에 주의를 기울이십시오

지난 호에서, 초진 때 환자에게 따듯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따듯한 얼굴이 55%의 역할을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이 얼굴은 잘생겼는가, 못생겼는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얼굴은 매끈하게 잘 생겼는데 인상은 더러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떠오릅니까. ‘재수 없다’는 생각이 떠오르죠.

제가 지난 2005년 연말에 MBC방송 연기대상 수상식에 참석했던 적이 있습니다. ‘라디오동의보감’을 잘 진행했다고 라디오부문 특별상을 수상했더랬습니다. 원형 테이블에 앉아 있는 동안 얼굴이 잘생기고 예쁜 연예인들을 정말 가까이서 봤었습니다. 그때 누구보다도 빛나고 있는 배우에게 저의 시선이 고정되었습니다. 바로 ‘신돈’의 주연을 맡았던 손창민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그냥 가만히 있어도 얼굴에 미소가 흠뻑 배어 있었습니다. 연신 방긋방긋 웃고 있더군요. 저와 제 부인은 그 표정에 홀딱 반해버렸죠. 정말 빛나는 얼굴이었습니다. 반면 어린 여자들한테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배우 H씨도 있었습니다. 정말 조각같이 잘생긴 얼굴이었습니다. 그러나 미소가 없는 그 무표정한 얼굴이란….

얼굴이 느낌을 전달할 때, 그 힘은 어떻게 생겼는가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표정인가에 좌우됩니다. 정치인들 중에 별 능력도 없다고 판단되는데 당선이 되는 사람들이 있죠? 이들은 대개 아줌마들에게 먹히는 부드러운 얼굴, 편안하고 낮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정치의식으로 무장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느낌’ 한 가지로 표를 찍기 때문입니다. 한의원의 매출 역시 원장님의 인상에 달려있습니다. 소리 소문 없이 어딘가에서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원장님들은 모두 따듯한 얼굴의 소유자들입니다.

나이가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죠?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어떤 표정을 지으면서 살아왔는가에 따라 그 인상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인상이 더러우면 대개 성질도 더럽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와 말을 해보기도 전에 그 사람의 인상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을 내려버립니다. 그러므로 환자를 처음 대할 때의 첫 인상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환자가 문 열고 진료실에 들어올 때 환자는 원장님의 얼굴부터 봅니다. 바로 이때 시작됩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입을 열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볼 때부터 이미 시작됩니다.

만약 환자가 원장님의 얼굴을 쳐다보며 들어올 때 원장님이 챠트나 모니터를 쳐다보며 ‘갸우뚱’ 또는 ‘시큰둥’이라는 표정을 지었다면 그때부터 원장님과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빗나가기 시작합니다. 환자가 불안한 듯, 긴장한 듯 원장님을 쳐다볼 때 원장님은 천사 같은 살인미소를 띄워주셔야 합니다. 환자가 새로이 안정감과 기대를 가질 수 있도록. 이때 원장님이 어떤 인상을 나타내는가가 매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첫 표정, 이것에 절대적인 주의를 기울이십시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환자를 맞이하십시오.

눈, 코, 입의 크기는 못 바꾸지만 표정이나 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평소 마음먹고 사는 대로 인상이 변합니다. 좋은 마음을 가지면 좋은 인상이 나옵니다. 못생겨도 인상은 좋을 수 있습니다. 환자의 심상에 남는 건 인상입니다. 표정관리,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이재성
한의사, LK의료경영연구소 소장
(lkmri.org)
前 MBC 라디오동의보감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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