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칼럼] 송구영신(送舊迎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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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칼럼] 송구영신(送舊迎新)
  • 승인 2008.12.2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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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이른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시기다. 물론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까지 마저 뜯어내고, 깨끗한 새 달력만 떠~억 하니 걸어놓는 게 ‘송구영신’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시간에 방점을 찍어 구분할 만큼, 이제까지의 구태의연함을 확 벗어 던지고 뭔가 새롭게 바뀌리라는 마음을 굳건히 다짐하는 게 ‘송구영신’의 본의이기 때문이다. 때가 때인 만큼, 지난해 있었던 몇 가지 사건·소식들을 되새기며 기축년(己丑年) 새해를 맞이하도록 하자.

개인적으로는 지난 4월의 언론 보도 - 한의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약재 중의 하나인 숙지황에서 ‘벤조피렌(benzopyrene)’이라는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 가 가장 쇼킹했고 또 부끄러웠다. 검출기준이 없어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취약한 한약재의 관리실태가 마치 치부가 발가벗겨져 드러난 것 마냥 만천하에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가뜩이나 경영악화 일로의 한의계는 더욱 궁지에 내몰렸는데, 아무튼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의사에게 환자 치료의 최고 무기는 침과 더불어 한약일진대, 불량 무기로는 결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추석 이후 지금껏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는 무면허·유사의료업자의 무분별한 행위에 대해서도 재삼 곱씹어야 한다. 방송매체의 지나친 포퓰리즘이 크게 작용한 현상임은 누구나 주지하겠지만, ‘사기소주 기기필허(邪氣所湊 其氣必虛)’·‘정기존내 사불가간(正氣存內 邪不可干)’ 등의 한의학 금언(金言)을 상기하면, 역시 근본적으로는 우리들의 역량 부족 탓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시대에 걸맞을 한의사와 한의학의 이미지를 창출하지 못했고, 장기적인 안목의 홍보전략도 미흡했으며, 여론 형성 단체에 대한 적극적 관심 또한 많이 모자랐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패배주의자의 자조가 아니라 그만큼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편으론 좋은 소식도 적지 않았다. 3월에는 최초의 국립 한의학 교육기관인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정식 출범하였고, 4월초에는 강동구의 선배 한의사께서 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셨으며, 9월에는 의료법 시행규칙이 개정되어 원외 탕전실 개설이 가능해졌고, 11월말에는 한방물리요법의 보험적용이 확정됨으로써 당장 올해 12월부터 실시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낭보들이 시작만큼 좋은 결말 - 한의학의 세계화를 실현시킬 연구전문인력 양성, 보다 우수한 환(丸)·산(散)·고(膏)제 등의 개발, 한방치료행위의 합리적인 상대가치 정립, 한방물리요법의 보험적용에 따른 정확한 방향 설정 등 - 을 맺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맡은 바 역할을 충분히 해내야 할 것이다.

알다시피 시간은 과거·현재·미래로 분산되어 흘러가는 물리적인 게 아니라 내 마음 속에 상존하는 총체적 통합체이다. 과거는 기억(記憶)으로서, 현재는 직관(直觀)으로서, 미래는 기대(企待)로서 현전(現前)하는 심리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가 이미 흘러 지나가 버린 게 아니라 ‘기억’에 의한 또 다른 현재이고, 미래가 아직 다가오지 않은 게 아니라 ‘기대’에 의한 또 다른 현재라면, 모든 것은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송구영신’의 참뜻을 실천으로까지 이어 간다면, 새해에는 분명 기쁘고 즐거운 일들만 가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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