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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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5)
  • 승인 2008.12.2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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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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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효과

예전에 제 아내가 둘째를 임신했을 때 분당에서 유명했던 한 산부인과를 한 군데 찾았었습니다. 그 산부인과에는 의사가 여러 명 있었는데요, 접수하는 직원이 제 생각은 묻지도 않은 채 병원의 사정에 맞게 담당 의사를 지정해주더군요. 힘없는 환자들은 혹시라도 밉보이지 않으려고 아무 말도 못한 채 그저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합니다. 저희 부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여러 의사 중 남자 의사 한 명이 대기실 복도를 지나가는데 그의 인상이 아주 안 좋았습니다. 그가 바로 제 아내의 담당의였습니다. 저는 용기를 내어 접수실로 달려가서는 “저 원장님한테는 안 볼래요” 라고 말했지요.

첫인상은 그렇게 3초 만에 결정되는 겁니다. 실력이나 경력을 보지 않았습니다. 제 마음을 움직인 것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었거든요. 누구나 결국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감정을 따라 결정하게 됩니다. 표정은 감정의 거울인지라 결국 자신의 표정은 상대방의 감정에도 강력한 영향을 끼치게 되어 있습니다.
성공적인 진료를 위해서 이 첫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의사의 첫인상이 참 착하게 보였다. 근데 진료실에서 그 의사가 이 검사, 저 검사, 온갖 검사 다 하자고 하고, 이런 치료, 저런 치료를 쫙 권하면, 환자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야... 이 선생님은 나의 문제를 정말 성의를 가지고 해결해주려고 하는구나.’

그런데 첫인상이 좀 야비하게 보였다. 근데 진료실에 들어갔더니, 청산유수 말도 참 잘 하고, 이것저것 이유를 갖다 대면서, 온갖 검사와 온갖 치료를 다 하자고 한다? 그러면 환자는, ‘이야... 이 인간이 나를 뜯어 먹으려고 아주 작정을 했구만’ 이렇게 생각합니다.
원장의 첫인상을 좋게 느꼈던 환자는 만약 치료하는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면, ‘아, 원장님이 이렇게 성의껏 치료를 해주시는데 왜 내 몸은 이렇게 낫지 않는 걸까...’ 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원장의 첫인상을 나쁘게 느꼈던 환자는 치료기간이 길어지면, ‘이 사람 실력 없는 거 아냐?’ 또는 ‘이 사람이 치료를 일부러 질질 끄는 거 아냐?’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이것을 ‘맥락효과(Context Effect)’라고 합니다. “처음에 들어온 정보가 나중에 들어오는 정보에 대한 해석지침을 제공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환자에게 원장님 자신에 대한 첫 정보를 어떻게 던지게 되는지 항상 유념하셔야 합니다. 첫인상을 줄 수 있는 기회는 오직 단 한 번뿐이기 때문입니다. 초진 시간뿐만이 아닙니다. 대기실에서 첫인상을 보여줄 수도 있고, 홈페이지 사진에서도 그러합니다. 홈페이지에 상담하는 글투 역시 원장님의 첫인상이 될 수 있습니다.

혹시 원장님의 전화 상담을 희망하는 잠재고객의 전화를 접수실 직원 임의로 차단시키게 합니까? 그렇다면 원장님은 환자와 대면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차갑고 성의 없는 첫인상을 던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언제, 누가, 원장님의 어떤 모습을 첫인상으로 기억하게 될지 모릅니다. 그냥 길을 다닐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네 사람들이 원장님을 보고 있습니다. 건물의 경비 아저씨가 오고가는 환자들에게 원장님에 대한 평을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원장님의 모습을 보게 되는 모든 사람들이 원장님 한의원의 잠재고객임을 명심하십시오.

이재성
한의사, LK의료경영연구소 소장
前 MBC 라디오동의보감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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