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 예지와 인간이 본질을 살핀다
상태바
神의 예지와 인간이 본질을 살핀다
  • 승인 2003.03.19 1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신지학

오늘 아침 신문에서 유창혁 9단이 LG배 세계 기왕전 최종국에서 승리함으로써 모든 국제기전에서 한차례 이상 우승을 차지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였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기껏 5급 정도에 불과한 실력인지라 취향 운운하기도 우습지만, 그래도 저는 수비보다는 공격을, 실리보다는 전투를 좋아하여 유 9단의 팬임을 자임하는 터라, 그의 우승 소식이 무척 기뻤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바둑같은 잡기에 빠지면 의지가 약해지므로 경계해야 한다”고 늘 말씀하시지만, 저는 아직껏 여가활동 목록에서 지우지 못해 가끔씩은 신문에 실린 棋譜에도 눈길을 건네고 있습니다.

현대 바둑 최고의 기성으로 추앙받는 우칭위엔(吳淸源)의 수필에 실린 “만물의 수는 1로부터 시작된다. 반면에는 361로의 눈이 있고 1이라는 수의 근원은 天元으로부터 시발하여 사방을 제한다. 360이라는 수는 하늘이 1회전하는 일수를 표현하며 4귀로 나누어지는 것은 춘하추동 4계절을 의미한다. 외주의 합계가 72인 것은 1년을 72절후로 구분하는 것과 같으며, 360개의 기석이 흑백 반반인 것은 음과 양을 표시하는 것이다”라는 구절을 들지 않더라도 바둑의 幽玄함에 대해서는 프로기사들조차 이견이 없는 실정인데, 이 때문에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다는 의미에서의 “神”이라는 용어도 자주 거론됩니다. 가령 프로 9단을 入神이라 하고, 계산에 밝은 이창호를 神算, 전투에 일가견있는 조훈현을 戰神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것처럼 말이죠.

오스트리아 출신의 철학자이자 교육사상가로서 인간과 세계의 사실을 본질적이고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인지학(Anthroposophie)을 수립·제창했다는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가 지은 ‘神智學’은 인간이라는 감각적 존재를 넘어선 이른바, ‘신의 예지’를 파악하기 위한 방법 등을 소개한 글입니다. 목차를 살펴보면 크게 인간의 본질, 영의 재생과 운명, 세 가지 세계, 인식의 좁은 길 등으로 나뉘는데, 저는 몸·혼·영의 3부분으로 ‘인간의 본질’을 설명한 부분을 재미있게 읽었고 또 상당히 공감하였습니다. 믿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사후세계·전생·윤회 등을 언급한 뒷부분은 어렵기도 했거니와 흥미 또한 많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의 철학사상을 한마디로 꿰뚫기는 어렵지만, 우리들은 우리가 높이 우러러보는, 이른바 지고한 ‘신’이 우리에게 부여한 사명을 알아내어 실천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깊이 생각해야(靈性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슈타이너는 몸을 통하여 인간은 자신을 사물과 연결시킬 수 있고, 혼을 통하여 사물이 던져주는 인상을 받아들이며, 영을 통하여 사물이 스스로 말을 걸어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自然과 合一되는 단계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가장 고차적인 소위 ‘靈的 思考’는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정열적인 사고행위를 통하여 얻어진다고 주장하였거든요.

인터넷이라는 괴물이 등장하여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생각할 겨를도, 또 필요도 없게 만드는 요즘 세상에야말로,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는 공자님 말씀 중의 앞 구절에 더욱 귀기울여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루돌프 슈타이너著
물병자리刊

안세영 (경희대 한의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