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와 신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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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와 신비주의
  • 승인 2003.03.1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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數秘學으로 푸는 숫자의 의미

단지 대학에 몸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개원의가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는 ‘왕따’ 신세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물론 월급쟁이의 가벼운 호주머니를 배려한 크나큰 우정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렇게 제 물주(?!) 노릇을 톡톡히 하는 친구들 중에서도 더욱 부담없이 만나는 원장은 또 따로 있는데, 그는 숫자 중에서 유독 4를 좋아하곤 했습니다.

이유인즉슨 택시를 타더라도 한 차에 다 탈 수 있고, 탁구나 당구를 즐기더라도 복식으로 할 수 있으며, 지금은 잊혀진 지 오래지만 나이트 클럽에 갈지라도 한 테이블로 해결될 수 있다나요? 조금은 내성적이고 우유부단한 저로서는 항상 활기차고, 옳은 일을 하고자 노력하며, 유머로 똘똘 뭉친 그 친구에게 매료당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무튼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숫자 하나 둘쯤은 간직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사실 數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추상적이면서도 실제로는 우리가 현실로 구체적인 것들을 관찰하고 측정하는 데 가장 기초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요즘 상영되는 ‘뷰티풀 마인드’라는 영화에 등장하는 ‘존 내시’같은 수학자가 아닌 바에야, 평생을 한의학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한의사들이야말로 “수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현실적이고 영원한 진실의 표상이며 우주의 의미있는 패턴”이라는 인식을 가장 정확히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언뜻 떠올려 봐도 太極, 陰陽, 天地人 三才·三陰三陽, 四象, 五行, 六氣·六淫·六經, 七曜·七情·七神, 八卦·八識·九宮 등을 비롯하여 우주의 변화원리를 내포하고 있다는 ‘戴九覆一 左三右七 二四爲肩 六八爲足 五居于中’의 洛書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공부하는 한의학은 숫자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 때문에 象이 비록 우리의 감각기관에 잘 영사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象의 근저에서 흐르는 數로 인하여 그것을 포착할 수 있다는 象數學의 원리를 무시하는 한의사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영국 출신의 시인이자 작가인 존 킹(John King)이 지은 ‘수와 신비주의’는 이렇게 수에 어떤 의미에서는 초월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숫자를 인격화 또는 물화시킨 이른바 數秘學에 관한 책입니다.

그는 인간이 수에 대해 끊임없이 수련할 때 우주에 존재하는 하모니를 발견할 수 있다는, 즉 우주의 모든 것은 수로 동화된다는 피타고라스 가르침의 핵심에 입각하여 카발라·게마트리아·마방진·메르센 공식·에츠하임·카프레카 수·베르헐스트 공식 등 약간은 생소한 數에 얽힌 고대의 비의를 좇아가며 수의 의미와 영향을 다채롭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피보나치 수열의 황금율, 만델브로트의 프랙탈 등 제가 개인적으로 흥미있어 하는 부분도 있고, 실용 수비학이나 해석 수비학과 같이 복잡하여 외면하고 싶은 부분도 있지만, 3장에 쓰여진 1부터 10까지 자연수가 갖는 속성에 대한 내용은 저를 포함하여 한의사라면 공히 관심을 갖고 읽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1은 자신은 차원이 없으면서 모든 영원함을 정의하는 한편 권위·지도력·독립성 등을 의미하고, 2는 최초의 짝수로서 여성성·불화·부조화 등을 뜻하며, 3은 최초의 홀수로서 남성성·완성·조화를 의미하고 … 10은 오로지 완전함을 의미한다 등으로 쓰여져 있으니까요.

점성술과 카발라부터 카오스와 프랙탈까지, 곧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숫자가 가진 메시지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존킹 著 / 김랑국 譯 / 열린책들 刊

안세영(경희대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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