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승 칼럼] SCI와 한의학
상태바
[유화승 칼럼] SCI와 한의학
  • 승인 2008.09.19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최근 한의학계에서 SCI 논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점차 많은 한의계의 연구자들이 SCI급 잡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주목을 받으며 한의학의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가 2000년대 초반 일산 국립암센터의 생명과학 최고 연구자 과정에 다닐 때 필자의 SCI 논문 경력을 본 다른 분야의 학자들에게 받았던 질문이 “한의사도 영어로 논문 써요?”였던 것을 감안하면 빠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SCI란 Science Citation Index(과학인용지수)의 약어로 미국의 민간 정보서비스 제공기관인 ISI(Institute for Scientific Information)사가 1963년부터 구축하여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는 과학 분야의 인용 색인 데이터베이스다. 수 천 종에 달하는 국제 권위성 과학기술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과 인용문 검색 데이터정보를 가지고 자연과학, 공학, 의학, 농학 등의 과학 분야에서 어떤 논문들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인용되었는가를 보여주므로 이는 국제 학술 분야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SCI의 특징 때문에 얼마나 높은 수준의 SCI급 잡지에 논문을 내는가가 그 학자의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는 것은 학계의 당연한 풍토이다.
그렇다면 과연 한의학에도 이러한 논리가 통할 것인가?
우선 원전 등 전통한의학 관련분야는 좀 예외로 하자.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분야를 연구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찾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들어 보완대체의학에 관련된 잡지의 발행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세계인들의 시각으로 본다면 TCM(전통중의학)에 관련된 주제들은 모두 SCI급 잡지에 실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SCI가 한의학을 세계화시키는 해법의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양날의 칼이다’가 정답일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높은 점수의 좋은 잡지에 한의사가 한의학 관련 주제를 가지고 게재를 하면 좋을 듯이 보이나 현재 높은 점수를 가지고 있는 잡지들의 기준은 대부분 서양과학에 맞춰져 있다. 한의사라도 높은 점수의 잡지에 게재하기 위해서는 성분분석을 하고 이에 대한 기전규명 등을 해야 하는데 이는 굳이 한의사뿐만 아니라 약사, 의과학자, 생명과학자들이 모두 매달리고 있는 일들이어서 결국 출신이 한의사일 뿐이지 이들과의 차별성을 부여하고 우리의 정통성을 내세우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SCI급 잡지에 등재가 되는 것이 펍메드 검색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므로 세계화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우리 전통의 고유기술을 우리의 논리대로 전개하여 높은 점수의 SCI급 잡지에 올리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다행히도 점차 침, 한약(성분이 아닌 전초와 처방 포함), 보완대체의학 관련 잡지들의 출간이 늘어나면서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필자는 오히려 이러한 면을 중시한다. 우리가 우리의 아이템과 사고방향을 세계에 보급하고 알리는 것이 중요하지 이미 짜인 틀에 맞추어 그쪽만을 추구하는 것은 진정한 한의학의 세계화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대한약침학회의 SCI급 잡지를 목표로 한 JAMS 발간은 한국 한의학의 위상을 세계에 펼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일로 평가된다.
이를 위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출판사인 Elsevier와 계약하고 유수한 세계적인 학자들로 Editorial board(편집위원)를 구성하는 등의 노력은 타 학회에서 귀감으로 삼아야 할 점이다.
양복을 입고 가야금을 타는 것보다는 한복을 입고 타는 것이 더 어울리고 세계적인 주목을 끌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후 한의학의 역량 있는 여러 학회들이 해당 학회지를 SCI급으로 격상시켜 진정으로 한의학의 세계화를 실현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