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약재 되살리기 운동본부 창립 1주년 기념 특별기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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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약재 되살리기 운동본부 창립 1주년 기념 특별기고(2)
  • 승인 2003.03.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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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효 위주 재배․가공 期待難
가격따라 채취시기 들쭉 날쭉

김주영(한의사․우리한약재 되살리기 운동본부 사무총장)

글 싣는 순서
1. 한약재가 한의사 손을 떠나고 있다
2. 생산 현장의 한약재배 실태
3. 의약품 제조인가? 농산물 가공인가?
4. 한약재 문제의 근원인 한약 도매상
5. 한약 문제의 해결을 찾아서(1)
6. 한약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2)


2. 생산 현장의 한약 재배 실태

한약재 관리에 엄청난 허점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즉 의약품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신뢰성에 금이 갔다고 봐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 전국 각 지역의 생산 현장부터 한의원까지 한약의 유통경로를 추적할 필요가 있다.

한약본부에서는 지난 8월에 탐스러운 수확을 앞둔 한약재 재배 현장인 강원도 T시를 방문했다. 우리 팀이 도착하자마자 생산자 단체장은 일손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을 먼저 쏟아놓기 시작했다.

당귀가 재배되는 곳을 가보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젊은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수확을 앞두고 마무리 손질이 한창인 그곳에는 가장 젊은 분이 67세라고 했다.

요즘 농촌의 청년회 회장을 60대 또는 70대 초반의 늙은 청년(?)이 맡는 것이 다반사라는 말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생산자 몇 분과 저녁에 대화를 했는데 “한의사들은 생산자들이 농약을 많이 쓰지 않는지 궁금해한다”고 솔직하게 물어보았다.

과수원에서 온 하늘이 희뿌옇게 될 정도로 농약을 뿌리는 것을 본 사람으로서 물어볼 수밖에 없는 절박한 질문이었다.

농민들은 이구동성으로 “한약재 밭에 농약을 뿌릴 정도라면 능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물론 밭 전체가 까맣게 타들어 가는 병충해가 생기거나, 기업농으로 대규모 재배를 하는 곳은 몰라도 지금의 농촌 현실은 산비탈에 주로 심는 한약재에 농약을 줄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는 말이었다.

막말로 비료조차 뿌릴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군청에서 나와 병충해 방지용 농약을 뿌려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물론 인삼처럼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작물이라면 몰라도 하루 종일 당귀를 채취해봐야 인건비를 건지기도 힘들다는 것이 그들의 하소연이었다.

그나마 제 가격을 받고 팔 수 있는 안정적인 판로조차 없어서 한 해는 농협 수매에 기대고, 또 한 해는 서울에서 오는 도매상만 기다린다고 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한약의 고품질화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 무리였다. 팔릴지 안 팔릴지도 모르는 한약재를 누가 약효 중심으로 관리 할 것인가?

동의보감을 보면 당귀는 음력 9월 이후에 채취하는 것이 약효로 볼 때 가장 좋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의 생산자들은 약효 중심으로 채취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시중 가격의 동향이나 수집상의 요구에 의해 채취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한여름에도 가격이 좋으면 일찍 캐서 팔아야 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시기를 늦춰서 채취하기 때문에 품질이 매년마다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품목의 집중 현상도 문제이다. 백작약은 한 해에 200만근 이상이 소모되는 중요한 한약재이지만, 심은 후 채취할 때까지 4년 이상 걸려야 가능한 품목이다.

목단피, 시호, 석창포, 세신, 구기자, 오미자 등도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려야 생산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농민들이 재배를 기피하고 있다.

그러나 박하나 소엽 같이 곧 바로 생산할 수 있는 품목은 집중적으로 재배하고 있으므로 가격 폭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 중에서 열매 약재(산수유, 구기자, 오미자)를 채취할 때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작대기로 줄기를 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약재로 활용하고 있다.

이때 함부로 작대기를 치다보니 다음 해 돋아날 새싹마저 떨어져버려서 한 해는 풍작으로 가격이 폭락하고, 그 다음해에는 흉작이 들어 수확을 할 수 없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농민들도 한 번 농사를 지어보고 이익이 나지 않으면 곧 바로 품목을 바꾸어버린다.

특히 경남과 전남지역은 이모작이 가능한 지역으로 고수익이 나는 품목으로 생산이 집중될 뿐, 일 년에 한 번만 수확할 수 있는 한약재를 그다지 매력적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재배되는 품목은 과잉생산이 되기 일쑤이고, 부족한 약재는 종자조차 보존되지 않을 정도로 생산현장에서 사라져버린다.

생산자들이 주장하는 한약재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판로의 확보이다.

전북의 모 지역에서는 생산자 대표가 매일 아침마다 조합원들이 생산한 한약재를 1톤 트럭에 가득 싣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직접 판매를 한다고 했다.

생산에 열중해야 할 생산자가 졸지에 만병통치 약장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는 한약재뿐만 아니라 배추, 무, 양파, 대파, 감자 등 모든 농산물이 모두 비슷한 형편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한약재를 구입해주는 도매상들의 요구는 농민들로서 거부할 수 없다.

도매상들이 원하는 색깔을 잘 내기 위해 연탄불을 피워놓고 건조도 해야 하고(표백제인 이산화황 다량검출), 한약재 색깔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세척과정도 무시된다.

이러한 과정들에서 약효 중심의 생산이나 재배 그리고 가공은 기대할 수 없다. 오직 외형적으로 볼 때 예쁘게 보이기만 하면 될 뿐이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볼 때 국산 한약재의 농약 문제를 걱정하는 것은 배부른 고민일 수밖에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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