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의료봉사 참가기(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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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의료봉사 참가기(上)
  • 승인 2003.03.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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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전쟁의 상처 한의학의 손길로…

◆출발
5월 23일 오전 9시 50분 한의사 12명과 기자, 보건복지부 관계자 및 행정요원 등 총 15명이 베트남을 향해 비행기에 올랐다.

2:00 pm 환승을 위해 통관을 하는데 다 뜯어보란다. 진료용 약재에 반입허가는 있어도 ‘무관세’ 조건이 없다면서 딴지를 건다. 현지에서 나온 KOICA의 소장님과 현지인 가이드 뚜이가 애를 써서인지 한참 뒤에 통과됐다.

2:30 pm 하노이대학의 인문학부 한국어과 학생들인 통역 4명이 합류했다. ‘프엉’, ‘이엔’, ‘밍후엔’, ‘투후엔’. 자그마하고 가냘픈 몸매가 우리나라 초등학교 4-5학년 소녀들 같다.

4:00 pm 쌍발 프로펠러기 후미의 탑승구로 오르니 4열 고속버스 같은 좌석배치가 아늑하다. 시동을 거는데 좌측 프로펠러의 속도가 잘 안올라 간다. 왠지 불안하다.

8:00 pm HAISON HOTEL 도착.
우리가 진료할 꽝남성 보건국 땀께이 지역 누이탄 병원의 수석내과과장인 반세 박사가 기다리고 있다가 환영인사를 한다.

반세 과장은 이후 우리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면서 모든 편의를 위해 수고했다.

나중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됐지만 아들도 다낭에서 의과대학을 다닌다면서 자랑스러워했다. 자신은 권력이나 富를 추구하지는 않으며, 인민의 안녕을 위해 더 많은 의료시설과 인력을 필요로 한다고 진지하게 말하곤 했다.

역시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의 한달 급여는 45$로 일당으로 계산하면 1.5$이라고 했다. 우리 중에 누군가가 들고 간 비디오캠코더 가격을 묻더니 자기는 가진 것을 다 팔아도 살 수 없는 물건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에게서 풍겨 나오는 인간다움과 여유로움, 성실함은 우리가 가진 물질적 풍요로는 대신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으로 느껴지게 했다.

단장은 지역적 특성에 따른 치료의 대강을 설명하면서 특히 방어진료에도 마음을 쓰도록 당부했다.

◆진료 첫날

신현기 진료부장이 버스에서 다시 주의사항을 반복한다.
-강한 치료보다는 부드럽게 하여 훈침을 막고 화상에 주의할 것. 강한 사혈도 위험할 수 있음.
-반드시 옷을 벗기고 깨끗이 소독한 후에 자침할 것.
-질병 분류에 따른 기록을 정확하게 할 것.

오전 8시쯤 누이탄 병원 도착.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을 보니 긴장된다.

진료실은 병원의 뒤쪽 건물로 복도를 중심으로 양쪽에 방이 있다. 철제침대 위에는 돗자리가 깔려있고 천정에는 형광등과 커다란 실링팬이 매달려 있다. 모두 진료실이 멋지다며 좋아한다. 정부를 통해 공식 절차를 밟아 진료허가를 받은 KOMSTA의 힘이라고 느껴졌다.

진료개시 전에 본관2층에서 공식환영행사가 있었다.
깨끗하게 정돈된 방에 강단이 마련되고 자주색 커튼 위에는 우리들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정성스레 종이로 오려져 붙여 있다.
꽝남성 보건부국장인 웸란타이, 인민위원회부위원장, 누이탄 병원장 등이 함께 자리를 하고 환영인사를 했다. 통역은 KOICA 소속의 뚜이가 했다.

병원장은 꽝남성의 의료현실을 소개하면서 14군 220현 중에서 103현이 홍수와 전쟁의 피해로 빈곤한 상태에 있으며 이들의 비율이 24%정도로 대부분이 오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특히 고엽제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이 많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보건환경의 개선을 위한 예방사업과 의료진 교육에 치중하는 바 점차로 증가하는 의료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면이 많은 상황에서 KOMSTA와 KOICA의 지속적인 관심과 교류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병직 단장은 답사에서 한·월의학의 만남을 귀하게 생각하며, 이미 이전에 KOMSTA가 베트남에서 1천500명 이상의 진료를 한 적이 있고, 의료를 필요로 하는 이들과 나눌 수 있는 사랑을 위해 두 번째 진료활동을 위해 다시 온 것이라고 했다.

인민위원회부위원장은 인사를 통해 이미 다국적 의료단체로부터 의료봉사와 물품지원을 여러 차례 받았고, 앞으로도 의료환경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인적 물적 지원을 기대하며, 한국이 월드컵에서 우승하길 기원한다는 덕담을 함께 했다.

꽃다발 증정 후에 지역민을 위한 구충제 전달이 있었고,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병원 의료진에게 KOMSTA에서 마련한 기념 팬던트를 목에 걸어주는 과정에서 서로 웃고 어색함을 줄이는 시간을 가졌다.
다시 진료병동으로 옮겨 Tape cutting, 기념촬영, 단원발대식과 선서, 진료팀 회합, 티셔츠를 지급받으면서 8:30 am 예진시작, 9:00 am 본진 진료시작.

강영성 원장과 함께 남자 치료실을 맡아보는데 금새 비오듯 땀을 쏟는다.

진료 중에 잠시 쉬러 나왔는데 50이 넘어 보이는 아저씨가 말을 건다. 능숙한 영어. 고생한 얼굴. 이런 저런 말 중에 한국에서 왔다니까 ‘North?’하고 묻는다. ‘South’하자 잠시 멀리 하늘을 보다가 말없이 가버린다. ‘내가 뭘 잘못했지?’ 걱정이 된다.

10:00 pm 간단한 반성회 후에 취침.

진료 첫날 초진 600명이 넘는 경우는 드문데 모두 수고했다는 단장의 격려.
숙소 프론트에서 茶를 샀다. 우리돈 천 원에 녹차 90g, 돈을 치르자 중국제 다기와 보온병에 물을 담아 가져다준다. 차 한잔을 마시며 몸을 추스르다 보니 한국에서 심하게 하던 기침이 많이 줄었음을 느낀다. 습열한 기후 속에서 땀을 쏟아내니 몸이 좋아진 것일까?

<계속>
김완영(KOMSTA 단원·부산삼정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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