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국제회의 어떤 것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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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국제회의 어떤 것이 있나?
  • 승인 2003.03.1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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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주도 한의학 국제표준 수립 박차

최근 WTO 수입개방 양허요청안 제출기한이 임박해오면서 보건의료계에도 불똥이 떨어져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의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서비스시장 개방에 따른 장단점과 유불리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판단할 자료조차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에 본지는 한의계를 둘러싼 국제회의에서 어떤 결정들이 이루어졌는지 살펴보고 개방시 어떤 문제들이 제기될지 짚어보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WHO 서태평양지부 주도

서태평양지부는 이미 1989년에 ‘중국의 약용식물’을 펴낸 데 이어 1990년에는 ‘베트남의 약용식물’을 펴냈다. 늦었지만 1998년에는 ‘한국의 약용식물’과 ‘남태평양의 약용식물’을 출간했다. 1993년에는 ‘표준침술용어’(2판)를 펴내 침과 한약 두 방면의 용어작업에 착수한다.

침과 한약의 명명작업에 이어 곧바로 착수한 작업이 가이드라인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1993년에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향상을 위한 연구지침서’와 1995년에 ‘침술의 임상연구를 위한 지침서’라는 형태로 표출되었다.

1998년에는 ‘한약의 적정사용을 위한 지침서’와 1999년에는 ‘전통의학 시술자를 위한 훈련매뉴얼’을 발간하기에 이르렀다. 2000년 제네바본부에서는 ‘약용 식물제제의 품질관리 방법’을 채택, 실무적 합의수준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겠다.

지침서 형태의 실무활동이 진행되다 2001년 9월에 와서는 정책적 정치적 추진전략이 하나하나 만들어진다. 이른바 제52차 WHO 서태평양지부 총회 의결사항이라는 것인데 전통의학 발전을 위한 7개 추진전략(2000∼2010)이라는 것이다. 결의내용을 보면 ①전통의학을 위한 국가정책의 개발 ②전통의학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접근의 증진 ③전통의학의 잠재적인 경제가치의 평가 ④전통의학의 알맞은 표준의 확립 ⑤전통의학에 기초한 의료행위를 위한 연구의 장려와 강화 ⑥전통의학의 문화적 완전성에 대한 존중의 배양 ⑦보건자원의 보호와 보존에 대한 정책의 공식화로 구체화된다.

내용상으로 전통의약에 대한 WHO 차원의 인식이 개선됨을 볼 수 있다. 대상범위도 국가정책 개발, 대중의 인식 개선, 경제가치의 평가, 표준의 확립, 전통의료행위의 연구와 장려, 문화적 측면의 배양, 자원의 보호와 보존정책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2001년 10월 12일 제11차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 기간 중 열린 정부포럼에서도 ‘전통의학의 발전을 위한 권고안’을 채택하여 제52차 WHO서태평양지역 총회의 ‘전통의학 발전을 위한 7개 추진전략을 지지하는 한편 한약재의 품질향상과 유통질서 확보, 그리고 한약의 약효확보와 안전관리 등을 권고한 바 있다.

WHO 서태평양지부는 이러한 활동의 결과를 토대로 2001년 11월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연구소에서 한국을 비롯해서 중국,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호주 홍콩 등 7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한약의 기준과 규정의 조화를 위한 실무그룹회의’를 열어 몇 가지 권고문을 채택했다.

이 회의에서는 한약과 관련한 상당히 의미있는 결정들을 내린다. 그 결정은 권고문의 형태로 담아져 있는데 권고문의 내용은 대체로 △한약의 조화를 위한 포럼(FHH)을 구성할 것 △더 많은 실무그룹회의를 개최할 것 △기금을 확보할 것 △실무그룹의 토의사항과 권고안을 정책당국자에게 보고하고 우선사항을 실행할 수 있는 후속행위를 시작할 것 등으로 되어 있다.

FHH는 주요 의제를 △한약과 관련된 명명법의 조화 △한약의 표준과 한약의 허가와 규정에 관한 방법과 지침의 조화 △원재료의 일관된 품질의 유지 △한약규정 관련 정보의 공유와 교환 체계의 확립 등으로 정해 동양의학의 표준을 제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전통지식 보호대책도 추진

세계지적재산권기구는 1998년 10월 인도 뉴델리에서 18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전통의학 지적재산권에 관한 아시아지역 세미나’를 개최하여 전통적으로 계승되어온 모든 지식을 지적재산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전통지식이라 함은 전통의약, 전통치료행위, 식품, 농업(씨앗 포함)뿐만 아니라 문학(민요·설화 포함), 음악, 건축, 무용, 미술 종교행사, 특정 원주민들이 세대를 통해 계승해온 지식 등에 이르기까지 포괄한다. 이들 전통자원은 창조성(creativity)과 혁신성(innovation)을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지속하게 하는 근간(framework)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전통지식이 다양하고 풍부한 지식의 원천이며 지적재산권 보호의 잠정적인 논의대상으로서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통지식의 재산권 인정은 지적재산의 신규성 인정 지식의 소유자에 대한 규명이 어렵고 지식의 양도, 이용에 제한받을 가능성을 들어 선진국이 난색을 표시하고 있고 개발도상국가도 어떻게 보호하고 관리할 것인지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기는 하나 WIPO나 WHO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특히 전통의학지적재산권 세미나는 서태평양지부에 파견된 중국인 첸켄씨가 주도하고, 앞으로도 제네바본부의 중국인이 관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한국측의 연구와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국가 주도 회의도 주목거리

WHO 서태평양지부의 권고문과 같은 맥락에서 특정 국가가 주도하는 국제회의는 정치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가령 98년 제2차 아셈 정상회의시 베트남측 제안으로 시작된 ‘ASEM 전통 및 현대의학 협렵 전문가회의’는 아셈 국가의 동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주요 국제회의다.

또한 우리 정부는 오래 전부터 중국과 교류에 힘을 쏟고 있다. 94년 3월 당시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탄생된 ‘한·중 동양의학 협력조정위원회’ 회의는 95년 10월 북경에서 1차 회의 개최로부터 시작되어 매년 서울과 북경을 번갈아 가면서 개최되고 있다. 현재까지 6차에 걸쳐 개최된 회의에서 한·중 양국은 전통의학 분야에 대한 이해증진과 학술교류의 활성화에 이바지하였다. 특히 양국은 6회의 회의를 개최하는 동안 기업간 협력방안, 중국 서부지역 약초재배단지 조성을 위한 협력가능성을 타진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회의에서 국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합의문을 채택한 바는 없으나 5차 회의에서 협력조정위원회의 참여국가를 일본, 몽고를 포함한 6개국으로 확대하자는 데 원칙적인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논의할 의제의 폭이 넓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국제회의로서의 위상이 기대되고 있다.

결의사항의 효력

국제회의가 끝나면 회의결과를 지침서나 권고안 형태로 발표된다. 영문으로 Guideline이나 Recommendation이다. 전자는 ‘지침서’로 후자는 ‘권고문’이라 번역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둘이 개별 국가에 미치는 구속력을 없으나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FHH 한국측 연락관을 맡고 있는 한현우(국립보건원 역학조사과 과장)씨는 “대체로 ‘권고문’은 개별 국가를 독려 내지 분위기를 워밍업 하는 수준이어서 해당국가를 그다지 구속하지 않는 데 비해 ‘지침서’는 ‘이것이 모범적인 것이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어 개별 국가에 파급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달리 표현하면 권고문이 선언적인 데 비해 지침서는 실무적이고 사실에 기초한 실행교본이라고 보면 거의 틀림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지침서나 권고문은 해당 국가가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지침서는 권고문보다 좀 더 구속력을 가지며 회원국들이 따라줄 의무가 있는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국제적 결의는 WHO가 주도하고, 개별 국가간 협의체가 보조적 역할을 하는 양태를 보이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특정국가가 주도하는 게 일반적이다. 설령 WHO의 이름을 빌린다해도 실상은 한·중·일이 주도하고, 그중에서도 중국이 막후에서 추진하는 형국이다. 이런 결의들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WTO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나라마다 다른 한의학 표준을 통일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는 있다. 서비스든 상품이든 기준이 정비되어 있어야 교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최근 진행되는 FHH는 주목의 대상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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