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북경 여행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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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북경 여행기(1)
  • 승인 2007.10.0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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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같은 추석 연휴에 북경 여행을 다녀왔다. 많은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는 북경인데다 ‘4대 요리, 3대 쇼’가 포함된 패키지여서, 중국의 음식과 예술 문화를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중국은 태음인 성향을 갖고 있는 나라인데, 여행 중에 중국인들의 생활 모습을 보고 들으면서 태음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최인호 장편소설 <상도>에서 주인공 임상옥이 압록강을 건너 연경(북경의 옛 지명)까지 가는 힘든 여정을 보면서 참 먼 곳이라고 느꼈었는데, 지금은 인천공항에서 비행시간만 1시간 30분이 걸리는 아주 가까운 도시이다.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과 외모만으로는 구별이 안 되는 중국인들로 붐비는 북경 수도공항에 도착하니, 한국의 사천공항 쯤에 놀러온 기분이다.

맑은 날씨인데도 북경의 가을하늘은, 중국인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중앙 土의 황색이다. 스모그가 심해서 한국처럼 파란 하늘을 보기 힘들고, 다음 날 만리장성에서 탁 트인 장성의 풍경을 본 것은 행운이라고 한다. 황하의 범람으로 치수(治水)가 가장 중요한 사업이었기에, 남경에서 수도를 옮길 적에 물 피해가 적은 곳을 선택했다고 한다.

북경은 연평균 강수량이 800mm가 안 되는 건조한 지역이다. 건조한 날씨와 심각한 공해로 북경에는 기관지가 안 좋은 사람들이 많은데, 중국인의 약한 기관지를 보강하는 방법은 ‘차 많이 마시기’라고 한다. 차를 마셔서 몸속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시킨다고. 중국인들은 무더운 여름에도 찬물보다 보온병에 들어있는 뜨거운 차를 마신다고 한다.

肝大肺小한 태음인이 건조한 계절에 힘들어 하는 상황이 느껴진다. ‘사스’라고 하는 괴질이 벌어졌던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차를 마셔서 몸속의 노폐물을 없앤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태음인의 寒厥病에 사용하는 寒多熱少湯이 떠올랐다. 無汗而喘하는 傷寒表病에는 肺를 보익하는 길경과 마황을 君藥으로 하는 麻黃發表湯을 쓰지만, 長感病이 벌어지면 小腸을 보익하는 건율과 의이인을 君藥으로 하는 寒多熱少湯을 쓴다. 중국인들이 마시는 차의 역할이 소장의 노폐물을 없애주는 건율, 의이인과 흡사한 것 같다.

10월 중국 최고의 축제를 준비 중인 천안문 광장은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자금성으로 가는 지하도에는 생수, 빙과류 등을 파는 노점상과 더위를 피해 쉬고 있는 행인들로 복잡했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니까 앉거나 눕지 말라’는 경고문이 지하도의 분위기를 대변해준다.

자금성 입구에 구걸을 나와 아이를 등에 업고 라면을 먹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수두증에 걸렸는지 머리만 커다랗고 깡마른 어린이. 거대한 빌딩, 넓은 광장, 모택동의 사진이 위세를 떨치는 천안문,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있는 가난한 인민들. 중국의 빈부격차를 극명하게 느낄 수 있는 풍경이었다. 88올림픽을 준비하던 서울의 모습도 이랬을까? 우리나라에 관광 온 외국인들이 서울역의 노숙자를 볼 때의 느낌도 이럴까? <계속>

김호민
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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