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디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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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디워 논란
  • 승인 2007.09.0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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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넷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디워에 대한 좋지 않은 평을 한 평론가들에게 네티즌들이 이른바 ‘융단폭격’을 하면서, 평론가 대 네티즌의 대결구도로 논쟁이 과열되었다. 결국 모 방송국의 ‘100분토론’에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과연 예술작품에 대한 견해와 그것을 향유하는 방식을 가지고 토론을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2006년 국내 최다관객 영화 <괴물>에 대한 토론을 벌일 때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산고(産苦)와 같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작품을 만든 작가와 그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리는 평론가의 관계가 좋지 못함은 당연지사이다. 예전에 결혼식 주례사와 같은 칭찬 일색의 평론에 대한 질타의 글을 읽은 기억도 있는데,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엄정한 글을 쓰는 것은 평론가의 권리이자 의무라 할 수 있다.

물론 악평을 받은 영화가 크게 흥행하고 극찬을 받은 영화가 흥행에 참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국제 영화제 수상 경력이 오히려 관객몰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영화 전문가와 일반 관객들의 대중성과 작품성에 대한 견해차이가 심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필자도 평론가들이 극찬한 영화를 보다가 졸았던 적이 있었지만, 그 평론가의 영화평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나와 취향이 다를 뿐. DVD 동호회 게시판에 타이틀의 소장가치를 묻는 글이 종종 올라오는데, 그때마다 소장가치는 자신만이 판단할 수 있다는 답글이 달리곤 한다. 천만관객이 열광한 영화가 내게는 아무런 감동을 주지 않을 수도 있고, 흥행과 평가 모두에서 참패를 한 영화가 나만의 베스트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시비(是非)나 선악(善惡)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과 호불호(好不好)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첨예한 사안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때 자주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선비성향의 민족성이 인터넷의 불꽃 튀는 설전으로 이어진 것 같은데, 항상 나이·성별·지역 등 논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로 싸움이 벌어져 안타깝다. 토론에서 나의 견해를 피력하고 상대방을 설득해야 함은 당연하지만, 나의 생각만이 옳다는 교만한 마음이 건전한 토론 분위기를 해치고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것이다.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자주 머릿속에 되새겨보아야 할 말인 것 같다.

영화가 인기를 얻고 많은 이의 입에 회자되면 분위기에 휩쓸려 그 영화를 관람하는 경우가 많다. 그 영화를 안 보면 대화에서 소외된다는 두려움에... 영화, 연극, 뮤지컬 모두 인기 있는 특정 작품은 전석 매진 행렬을 하는 데 반해, 1주일을 넘기지 못하거나 아예 극장에 걸리지도 못하는 작품도 많을 만큼 문화의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문화가 전적으로 경제의 지배를 받는 상품일 수만은 없지 않은가?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고 다양한 작품들이 함께 사랑받는, 풍성하고 여유 있는 대한민국 문화를 기대해본다.

김호민(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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