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건보, 시범사업 보고서부터 전회원투표까지 1년 동안의 우여곡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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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약건보, 시범사업 보고서부터 전회원투표까지 1년 동안의 우여곡절
  • 박숙현 기자
  • 승인 2020.06.2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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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연대·평추위-추진연대의 회원투표 공방…내달 건정심 본회의에서 논의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지난해 2월 1일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 보고서를 시작으로 촉발되었던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 참여 논쟁이 지난 24일 전회원 투표에서 찬성을 택하며 마무리되었다. 지난 1년 4개월 동안 논의되었던 첩약건보 관련 사건을 정리해보았다.

 

■첩약건보 시범사업 위한 보고서 공개…33개 질병 수가 최대 17만 9554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에 의뢰해 진행한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 최종보고서를 지난해 2월 1일 공개했다.

임병묵 부산대한의전 교수가 연구책임자로 참여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시범사업 대상은 ▲전국 모든 한방병원과 한의원(1안) ▲일부 시도를 선정해 그 지역에 있는 모든 한방 병·의원(2안) ▲일부 한방병원과 한의원(3안) 등으로 한약국과 약국을 제외한 한의의료기관만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안전성·유효성 임상적 근거, 사회적 요구도, 다빈도 한의 이용 질환, 국민의 질병 부담, 첩약의 임상적 활용성 등을 고려해 33개의 후보 상병을 도출하고, 33개 후보 상병에 대한 단계적 급여 적용방안을 제시했다.

시범사업 대상 질환은 요통, 기능성 소화불량, 알러지 비염, 슬통, 월경통, 아토피 피부염, 갱년기장애, 관절염, 뇌혈관질환 후유증 관리, 우울장애, 불면증, 치매를 포함한 12개로 확대하되 재정 지출규모가 큰 요통, 관절염 등의 경우는 65세 이상 환자로 적용대상을 한정하는 안이 제시됐다.

시범사업 첩약 수가는 자동차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을 기준으로 했을 때 1재(20첩)기준 14만 7200원이고 한의원경영수지분전(2014)기준으로 했을 경우 17만 9554원, 패널조사를 통한 상대가치 평가 기준으로 15만 5347원으로 추계안을 제시했다.

◇세종대에서 개최된 한의협 첩약 건강보험 공개토론회 현장

 

■ 은평구한의사회 간담회·세종대 토론회 등 쏟아진 회원 반발

첩약건보 시범사업에 관한 회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공식적으로 터져나온 것은 은평구간담회가 처음이었다.

서울시 은평구한의사회는 지난해 5월 3일 서울혁신파크 청년허브세미나실에서 대한한의사협회와 ‘첩약건보 및 추나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은경 한의협 부회장은 “약사가 첩약건보 협의체에 포함되는 것은 건정심을 통과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종안 은평경희한의원 원장을 비롯한 회원들은 “중앙회의 독단적인 행동”이라고 반발하며 첩약건보를 위한 협의체에 약사회가 참여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최혁용 협회장이 함소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이 아직도 지분을 처분하지 않았다면 제제분업의 이해당사자로서 이를 주장할 자격이 없는 것으로 보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의협이 주최한 ‘첩약 건강보험 공개토론회’에서도 회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지난해 5월 12일 한의협은 세종대학교 광개토관 지하 1층 컨퍼런스룸에서 ‘첩약 건강보험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자로는 회원을 대표해서 이종안 원장(은평경희한의원)과 조현모 원장(전 충남지부 보험이사), 중앙회에서는 최혁용 협회장과 김경호 보험부회장이 참석했다.

먼저 최 회장이 후보시절 언급한 함소아의 지분 정리와 관련해 이종안 원장이 사실여부를 묻자, 최 회장은 “현재 함소아제약은 100% 내 지분이다. 협회장 선거 당시 회사를 매각하려고 했고 3개 업체가 관심을 가졌다. 이 중 한 회사와 MOU까지 맺었지만 네트워크 원장들이 반대가 크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이해상충이 있다면 제제분야에 참여하지 않을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첩약 급여화에 대한 정부와의 협상력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종안 원장은 “첩약은 정부와 1대 1도 아닌 시민단체, 약사, 한약사, 한의사 5개 단체로 구성된 4대 1의 협의체다. 여기서 한의사의 권익을 사수하고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하고 있다. 자보 추나처럼 1대 1로도 횟수 제한 등의 결과를 냈던 중앙회가 4대 1의 협상자리에서 자신 있다고 한 게 믿기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에 최 회장은 “2012년 첩약건보 논의 당시 우리 임총에 복지부 국장이 와서 논의만 하고, 한의계가 원치 않으면 실행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회원들은 약사회와 함께하는 제제분업에 반대의견을 보였다. 이러한 여론에 이어 지난해 6월 3일 한의협은 담화문을 통해 “노인정액제 손실과 이해상충 논란으로 회원들의 우려를 야기하는 제제 분업 논의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6월 3일 경희한의대 학생회가 개최한 ‘첩약보험과 의료일원화에 대한 한의정책토론회’에서도 첩약 수가로 17만 원을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우려하는 의견이 나오자 최혁용 회장은 “지금 현재 한의사가 처방 열흘 치에 얼마를 받는지 관행수가를 조사한 뒤, 이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정부의 원칙”이라며 “정부를 믿지 않아도 좋다. 내가 자보 추나 이하로는 협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찬반 엇갈린 회원 반응…전국한의사비상연대 및 첩약건보추진연대 결성

두 차례의 공개토론 이후 첩약건보에 반대하는 회원들은 각 학교별 동문모임을 통해 반대성명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18일 원광대를 시작으로 경희대, 동의대, 대전대, 대구한의대, 상지대, 동국대, 부산대한의전 등이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이들 동문모임과 기타 반대의견을 가진 회원들은 한 단체로 연합해 활동하기로 결심하면서 이종안 은평경희한의원장을 상임대표로 ‘전국한의사 비상연대’를 발족했다.

비상연대는 가천대92 민태범, 경희대90 김상연, 경희대08 김홍준, 대구한의대98 최윤호, 대전대90 조현모, 동국대06 임동균, 동신대98 박수곤, 동의대98 성인형, 상지대00 한준수, 세명대04 변형남, 우석대98 강대훈, 원광대93 허은호, 원광대94 장혜선, 원광대04 정주윤, 원광대00 진석현 등을 공동대표로 발의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5월 23일 성명서를 통해 “회원 동의 없는 제제분업과 첩약건보 졸속 추진을 중지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첩약의 건강보험 진입 자체는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조제 내역 공개와 자가 조제 문제, 차후 받게 될 정부 통제와 수가 삭감 문제, 약사/한약사의 참가 및 의약분업 등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상황을 숨기고 왜곡하거나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앞으로 잘 하면 된다며 회원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의계를 존폐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최혁용 회장과 43대 집행부는 모든 대한한의사협회 회무를 중단하고 즉각 사퇴하라”며 “우리는 정관 제9조의2에 근거한 회원투표 발의를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반면 첩약건보에 찬성의 뜻을 가진 회원들도 단체를 발족했다. 이들은 김규식 상임대표와 백은경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첩약건보추진연대를 결성했다.

백은경 공동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협의체 안’을 본 후 진행할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 모였다”며 “회원들 중에는 온갖 가상 시나리오 속에서 불안과 두려움으로 한발 앞도 나아가려고 하지 않는 분들도 있다. 심지어 협의된 최종안을 보고 우리가 투표로 결정해도 되는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전체과정에 대한 홍보 부족을 말한다. 그러다보니 대세를 타고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안을 마련하기 위해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여러 가짜뉴스에 묻혀 건전한 토론이 실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원투표 여부로 엇갈린 지부…서울, 부산 반대-그 외 지부 임원 찬성

첩약 급여화와 관련해 각 시도지부에서도 성명을 발표하고 나섰지만 이 또한 의견이 엇갈렸다.

지부회원 투표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서울시와 부산시한의사회는 첩약건보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냈다.

서울시한의사회는 지부회원 투표 결과 유권자 수 5362명 중 3585명이 투표를 했고 이중 65.2%인 2339명이 첩약건보에 반대했다. 투표 다음 날인 지난해 5월 29일 성명서를 통해 “한의협 집행부는 첩약급여화를 중단하고 보험정책팀을 전면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부산시한의사회는 유권자 수 1447명 중 903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중 79.5%가 첩약건보에 반대한다는 뜻을 보였다. 이들은 투표 다음 날인 지난해 6월 5일 성명서를 통해 “회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광주, 경남, 경북, 대전, 충남, 인천, 대구, 경북, 제주 지부 등은 이사회 또는 집행부 이름으로 ‘시범사업 대상 지역으로 선정해 달라’, ‘협의체 논의 후 투표로 결정해도 늦지 않다’ 등 첩약건보 사업에 지지한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지난해 8월 11일 투표요구서 유효성 검증을 위해 모인 평추위 회원들과 한의협 임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첩약건보·최혁용 협회장 탄핵 전회원투표 추진과 불발

전국한의사비상연대는 발족 이후 첩약건보 관련 찬반과 최혁용 협회장 탄핵 등의 안건을 담은 전회원투표요구서를 모집했다. 평회원 비상대책위 추진위원회가 이를 위임받아 전회원투표를 하려 했으나 오랜 공방 끝에 불발됐다.

지난해 7월 24일 조현모 회원과 전나무 회원, 이향임 회원, 김종현 회원 등은 한의협 사무처를 찾아 4644장의 전회원 투표 요구서 사본 제출을 시도했다.

이 회원 투표 요구서에는 ▲대한한의사협회는 비의료인이 참여하는 한약급여화협의체에서 즉각 논의를 중단하고 탈퇴한다 ▲회장 최혁용을 해임한다 등의 안건을 담고 있다.

한의협 사무처가 “원본을 제공하지 않으면 사본에 대한 확인을 할 수 없어서 총 매수를 확인하는 의미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고 접수를 시도한 회원들은 “정관에 의거해 모인 요구서를 접수하지 않는 것은 업무 기피”라고 맞섰다.

이에 이들은 7월 31일 첩약건보 추진 중단과 최혁용 협회장 탄핵 등의 안건을 담은 회원투표요구서 4725장을 다시 한의협에 제출했다. 이번 투표요구서는 전화번호가 기재된 원본이었다. 투표요구서 검증은 찬성 측과 반대 측, 선관위, 감사단이 입회한 가운데 추후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8월 11일 대한한의사협회는 협회관 5층 대강당에서 협회 임원과 첩약건보 찬성 및 반대 측 등이 자리한 가운데 전회원 투표요구서의 유효성검증을 진행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협회 측의 투표요구서 검증절차안이 나오자 평추위에서는 전회원투표철회요구서의 검증절차 역시 동일하게 진행되는지 질의했다. 그러자 협회는 전회원투표철회요구서가 아직 제출되지 않아 어떻게 검증할지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러자 평추위 측은 “철회요구서에 대한 법적검토를 마친 다음 투표요구서를 접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임장신 한의협 부회장은 “15분 안에 법적 검토를 마치고 답변을 할 테니 기다려달라”고 만류했지만 평추위 측은 “한의협이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 같다”며 그대로 퇴장했다.

이후 한의협은 평추위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투표요구서를 개봉해 투표유효성 검증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25일 한의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한의협은 조현모 원장 등에게 지속적으로 개봉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조 원장은 법무대리인을 통해 회원투표요구서 반환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한의협은 요구서 반환에 대한 주체가 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협회장 직권으로 개봉 및 유효성 확인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회원투표요구서를 제출한 유효회원은 2585명으로 집계했으며 이 중 2565명이 서명을 했고 20명이 비서명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평추위는 개봉을 강행한 최혁용 회장과 임장신 부회장을 지난해 11월 13일 재물손괴죄로 고발 조치했으며, 12월 11일 첩약건보 추진과 관련한 회원투표요구서 6659매를 한의협에 다시 제출했다. 그러나 한의협이 지난해 12월 26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총 제출건수는 5183건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원본은 2073건에 불과했다. 또한 평추위의 고발조치 역시 지난 5월 19일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첩약건보 정부안 발표…전회원투표 결과 찬성 63.2%, 반대 36.7%

한동안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묻혀있던 첩약건보 시범사업은 올해 6월 정부안이 발표되면서 수면 위에 올랐다.

최혁용 회장은 지난 9일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첩약건보 시범사업의 정부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대상 질환은 뇌혈관질환 후유증,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알러지비염, 무릎관절염 등 총 5개 질환이며, 그 중 1단계 시범사업에서는 뇌혈관질환 후유증,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세 가지 질환이다. 수가는 최대 15만 7170원이다.

이어 한의협은 K-voting에서 온라인으로 지난 22일 오전 9시부터 24일 오후 6시까지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가 마무리된 후 바로 개표를 시행한 결과 총 2만3094명의 투표권자 중 1만 6885명에 참여해 73.11%의 투표율이 나타났으며, 찬성표가 1만682표(63.26%)가, 반대 6203표(36.74%)로 시범사업에 찬성의 뜻을 보였다.

이에 따라 7월 중 개최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본회의에서 첩약건강보험 시범사업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빠르면 오는 10월부터 전국단위의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한편, 이처럼 한의계의 사안과 관련해 전 회원의 뜻을 물었던 투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2013년에도 비의료인과 함께 하는 첩약건보 참여를 주제로 사상 첫 사원총회를 진행했으며, 지난 2017년에는 홍주의 한의협 회장 직무대행 당시 65세 이상 어르신을 위한 첩약건보 급여화 실시 여부를 두고 각각 전회원투표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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