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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CLC의 눈으로 본 현재의 산과 처치(2)
2018년 05월 25일 () 07:15:44 김나희 mjmedi@mjmedi.com

지난 칼럼에서는 과거의 불합리한 산과 처치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고 현재의 산과 처치 중 내진, 관장, 제모, 회음절개, 산모의 움직임 제한 등의 타당성을 따져보았다. 국제인증수유상담가(International Board Certified Lactation Consultant, 이하 IBCLC)는 모유수유, 산전산후관리, 신생아 케어에 특화된 전문가 직능이며, 관행적 의료서비스가 모유수유를 돕지 못하는 빈틈을 채워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이루어지는 산과적 개입 중 상당 부분이 모유수유를 방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면 환자들에게 더 구체적인 조언을 할 수 있다.

 

■사전 설명이 부족한 채로 진행되는 경막외마취

‘무통분만’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경막외마취는 허리 아래의 통각만을 차단하여 의식이 명료하고 다리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산모들이 선택한다. 에테르, 클로로포름, 스코폴라민 등 과거의 분만 마취는 의식을 잃게 하는 전신마취여서 부작용도 컸지만, 경막외마취는 용량을 최소화한 국소마취제를 사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으로는, 경막외마취로 태어난 아기가 덜 기민하고 산소부족을 겪을 확률이 높으며 분만의 진행이 느려지고 난산 위험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자궁수축에 맞추어 힘을 주어야 아기가 잘 밀려나오는데, 경막외마취에서는 몸의 리듬에 맞춰 자연스럽게 힘을 주기 어렵고 아기도 스스로 몸을 틀어 좋은 자세를 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막외마취를 받으면 분만2기 시간이 2배 이상 늘어나고, 겸자 사용은 4배, 제왕절개는 2~3배 늘어나 자연분만 성공률이 낮아지고 모유수유 성공률이 떨어진다. 경막외마취는 아기와 엄마가 함께 하는 시간을 줄이기도 하고 엄마의 요실금 확률도 높인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약 절반의 산모들은 사전에 이런 설명을 듣지 못했으며, 경막외마취를 받았던 산모들 중의 절반은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시술을 거부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번 칼럼에서 밝혔듯 진통 중의 산모가 편한 자세로 구부리거나 기대거나 걸어다니면 통증의 강도가 훨씬 줄어들며 분만 진행도 빨라진다. 병원 침대에 꼼짝없이 누워 있는 자세는 통증을 극대화하는 자세이므로 산모들이 경막외마취를 원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높은 제왕절개 비율

의학적 적응증일 경우에 제왕절개가 산모와 아기의 귀중한 생명을 구하는 유일무이한 방법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너무 남용된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제왕절개의 비율을 15% 이하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왕절개 비율은 약 35%이므로, 제왕절개술의 상당수는 적응증이 아닌데도 이루어지는 과잉진료일 가능성이 높다. 소독술과 마취술의 발달로 제왕절개의 안전성은 급격히 높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왕절개는 ‘대수술’(major operation)에 속하며 후유증이 생길 위험이 크다.

의학적 필요 없이 이루어지는 제왕절개술의 심각한 부작용 위험은 자연분만(질식분만)의 세 배이며, 진통이 시작되기 전에 의학적 필요 없이 제왕절개술을 했다면 단기적 부작용 위험은 자연분만의 6배이고, 진통이 시작된 뒤에 의학적 필요 없이 제왕절개술을 했다면 단기적 부작용 위험은 자연분만의 14배이다. 첫 아이를 제왕절개로 낳을 경우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임신중독증에 걸릴 위험도가 높아진다.

대수술이기 때문에 과다 출혈로 수혈을 해야 할 수 있으며, 수혈에도 불구하고 출혈이 지속되면 자궁을 절제해야 할 수도 있다. 또 자궁이 출산 후 수축해야 하는데, 수축하지 않는 자궁 무력증이 나타나면 과다 출혈이 지속된다. 배를 가르는 개복수술이기 때문에 장이나 방광 등이 손상될 수 있고, 또 조직이 다시 붙는 과정에서 유착되어 자연스러운 장기의 움직임이 저해될 수 있다. 심하면 장이 폐색되기도 한다. 또한 근육, 자궁, 요로 등에 감염이 생길 수 있다. 배 표면에 수술 상처가 남고, 복근을 절개하기 때문에 복근이 약화될 수도 있다. 또 드문 경우 제왕절개의 메스에 아기가 다치기도 한다.

 

■혹시 모를 수술 때문에 무조건 적용하는 금식

아기를 순풍 낳기 위해서는 산모가 힘을 낼 수 있도록 에너지원의 공급이 필요하다. 녹용을 가미한 불수산이나 공진단을 처방해본 한의사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불수산이나 공진단을 복용하지는 못하더라도 수분과 음식을 섭취해야 분만 과정에서 힘을 잘 줄 수 있다. 유럽에서는 오히려 산모에게 음식 섭취를 권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의 임상에서는 혹시 수술할지 모른다며 대부분의 산모에게 금식을 시켜 산모들은 배고픔과 갈증을 (그리고 그에 따르는 비참함을) 호소하게 된다. 과도한 조치이고 인권 침해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파트너의 참관

그리 오래지 않은 1980년대까지 분만 중 남편 참관은 불법이었고, 분만을 함께하고 싶다고 하는 남편은 개념이 없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진상이나 괴짜 취급을 당했다. 산모와 가족들이 지속적인 요구로 분만실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어 현재는 대부분의 병원에서 파트너의 참관을 허락하고 있다. 분만에 참여한 남편은 아기와의 애착이 잘 형성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신생아실

   
◇아기들이 엄마와 떨어져 한 방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모습은 IBCLC로서 보기 불편하다. 신생아중환자실을 제외한 일반 신생아실은 이번 세기 안에는 없어질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전망해본다. 현재의 우리가 과거의 의사와 환자가 병원에서 맞담배를 피우는 사진을 놀라운 눈으로 보듯, 22세기에는 21세기의 신생아실을 의아한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사진 : Skoda print ad)

처음의 신생아실은 세균에 대한 공포로 시작되었다. 세균이 만병의 원인이라면 갓 태어난 깨끗한 아기를 세균 범벅의 어른에게서 격리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림 참조) 물론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었고 아기는 엄마와 함께 있을 때 가장 건강하고 감염 위험도 낮아진다. 또한 의학적 이유가 없는 한 엄마와 아기는 모유수유를 위해 24시간 같은 방을 써야 한다. 잘못된 관념으로 시작된 신생아실은 집단 감염의 문제나 일방적인 분유수유, 아기가 바뀌는 사고 등이 문제가 있는데도 관리상 편의를 이유로 계속 운영되고 있다. 엄마와 떨어진 아기는 체온과 혈당, 혈압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면역 발달이 늦어진다. 엄마와 떨어져서 자고 있는 아기는 언뜻 평온해 보일 수 있지만, 심한 스트레스로 혈중 코티솔 농도가 높을 가능성이 많다. 엄마가 제한된 시간에만 아기를 ‘면회’할 수 있는 관행은 매우 불합리하다.

 

■근거를 제공하는 연구와 전통적인 지혜를 조화시키는 임상

이처럼 양방에서 시행하는 임상 관습 중에는 이미 해로운 것을 밝혀졌는데도 관성적으로 지속되는 것들이 있다. 현대의 산과학이 스스로 과학적이라고 주장한다면, 10년 전의 산과학, 30년 전의 산과학, 50년 전의 산과학도 마찬가지로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의사의 오염된 손이 산욕열의 주범이라는 증거 앞에서도 손씻기를 거부했다가, 다시 반대급부로 치우쳐 강박적으로 질을 멸균하고 신생아를 홀로 멸균실에 두었다가, 뒤늦게 모아(母兒) 접촉의 중요성을 받아들인 그 지그재그의 경로 자체를 과학적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즉 지금의 산학 역시 지그재그의 어느 한 지점에 놓여 있을 뿐, 완벽한 타당성을 지니지는 못함을 받아들여야 한다.

더 나은 출산과정에 대한 통찰력은 의사들만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산과학 외부의 연구와 전통에서 수혈받기도 했다. 현대 양의학이 인류학, 비교생물학, 생태학, 통계학, 공학 등 다른 여러 학문분야에서 연구결과를 수혜받은 것처럼, 현대 한의학도 당연히 인류 공통의 유산인 기초학문과 서로 전망과 성과를 주고받을 수 있다.

김나희 /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교육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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