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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CLC의 눈으로 본 현재의 산과 처치
2018년 05월 18일 () 07:33:13 김나희 mjmedi@mjmedi.com

아기와 엄마의 장단기적 건강을 위해서 모유수유가 필요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현실적인 방해 요인들이 많이 있다. 국제인증수유상담가(International Board Certified Lactation Consultant, 이하 IBCLC)는 모유수유, 산전산후관리, 신생아 케어에 특화된 전문가 직능이며, 관행적 의료서비스가 모유수유를 돕지 못하는 빈틈을 채워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번 칼럼에서는 과도한 의료적 개입이 오히려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위협해온 과거사 중 산과의사들이 손을 씻지 않은 채로 부검과 내진을 반복해 산욕열을 크게 유행시키거나, 역으로 질 소독에 몰두해 질내 정상 세균총을 파괴했던 역사를 중심으로 서술하였다. 그 외에도 태아에게 위험할 가능성을 알려진 상태로도 초음파가 나오기 전까지 40년 이상 산전 검사용으로 사용된 엑스레이, 입덧을 줄여준다는 이유로 광범위하게 처방되었다가 1만 명이 넘는 태아에게 해표지증(海豹肢症, phocomelia)을 발생시킨 참사를 낳은 탈리도마이드(그림 참조), 유산 방지제로 쓰였으나 유산 방지 효과는 없고 여성 태아에게 질암, 자궁내막증, 유방암, 생식기 이상, 불임 등을 일으켰던 내분비계교란물질(환경호르몬)인 DES(diethylstilbestrol, 에스트로겐 작용을 하는 합성호르몬) 등 많은 어둠의 역사가 있었으나 추후의 지면을 기약하며, 이번에는 현재의 의료 관행이 얼마나 근거에 기반해 있는지 살펴보겠다.

   
탈리도마이드는 독일에서 개발되었고 각종 동물 실험에서 부작용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널리 시판되었다. 처음에는 독일과 영국에서 주로 사용하다가 곧 50여 개 나라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60년부터 1961년 사이에 이 약을 복용한 임산부들이 기형아를 출산하면서, 위험성이 드러나 판매가 중지되었다. 탈리도마이드에 의한 기형아 출산은 전 세계 46개국에서 1만 명이 넘었으며, 특히 유럽에서만 8천 명이 넘었다. 물개처럼 팔다리가 극단적으로 짧다는 의미의 해표지증(phocomelia, 물개사지증)이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이후 연구에서 임신 42일 이전에 이 약을 복용하면 100%의 확률로 사지가 없든지, 사지가 있어도 매우 짧고 손발가락이 모두 없거나 소실된 기형아를 출산하게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사진 출처 : Leonard McCombe//Time Life Pictures/Getty Images)

 

■굴욕 3종 세트 : 출산 굴욕 3종 세트는 사람에 따라 내진, 제모, 관장을 꼽기도 하고 회음절개, 제모, 관장을 꼽기도 한다.

내진

과거 산모들은 팔다리를 병원 침대에 묶인 굴욕적인 자세로 분만했다. 벌린 다리 사이를 문 쪽을 향하게 고정시키고, 문을 닫는 것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다행히 현재는 과거와 같은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이루어지지는 않으며, 내진은 분만 진행을 확인하기 위해 꼭 필요하므로 감수해야 하는 과정이다. 다만 산모의 동의 없이 여러 수련의들이 들락거리며 빈번하게 실습을 위한 내진을 한다면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다.

관장

출산 중 배변을 하게 되면 오염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관장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관장에 대한 무작위 연구 결과, 관장 여부에 따라 진통시간이나 출산 중 배변 여부는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위생이라는 명목으로 관장이 행해진다.

제모

19세기에 세균 박멸에 경도된 의사들은 여성의 음모 속에도 세균이 있다고 생각하여 제모를 분만 표준 지침에 넣었다. 하지만 면도는 감염을 예방하지 않고 오히려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면도칼은 피부에 미세한 상처를 내어 세균이 침입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들이 나와도 의사들은 여전히 회음절개를 선호하므로 회음절개 후 봉합을 위해 미리 제모하려 한다.

회음절개

미국에서 시작되었으나, 현재 미국 산부인과학 교과서에는 회음부 절개술은 회음부를 보호해 주지 않고 오히려 3~4도의 심한 열상의 위험성을 증가시켜 괄약근의 기능 저하, 즉 요실금과 변실금을 유발하므로 매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시행하지 않는다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병원의 편의와 빠른 분만 진행을 위해 회음절개를 일상적으로 시행하면서도 회음절개에 대한 대규모 통계도 부족한 상태이다. 한국에서 이루어진 연구가 많지는 않으나, 회음절개의 유무에 따른 3도 열상 발생을 비교한 한 연구에서, 회음절개를 시행한 군과 시행하지 않은 군에서 3도 이상의 회음 열상 비율은 통계적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서양인과 한국인은 신체 구조가 달라 한국 여성은 회음절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산모의 움직임 제한

진통 중 산모가 편한 자세로 구부리거나 기대거나 걸어다닐 수 있다면 통증의 강도가 훨씬 줄어들며 분만의 진행 속도도 빨라진다. 서거나 쪼그리고 앉은 자세는 중력을 이용해 태아의 하강을 돕는다. 병원 침대에 꼼짝없이 누워 있으면 진통을 견디기 힘들고 결국 경막외마취 확률이 올라간다. 의료진이 분만 과정을 보기 편하도록 누운 자세로 움직임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그림 참조)

이번 칼럼에 이어, 다음 칼럼에서도 이어서 현재의 분만 처치의 합리성에 대해 고찰해 보겠다. 

   
1. 아즈텍 2. 남인도 3. 로마 4. 이집트 골반을 이완하고 중력의 도움을 받는 스쿼트 자세를 여러 지역의 고대 조각상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순간순간 진통을 완화하는 자세로 바꿀 수 있으면 진통 강도가 많이 줄어든다. 걸어다니기, 스쿼트, 파트너에 기댄 스쿼트, 짐볼 위에 앉기, 짐볼 껴안기, 옆으로 눕기, 앞으로 기대기, 무릎 꿇고 엎드리기 등 다양한 자세가 가능하다. (사진제공 Exalt Birth Services)

 

김나희 /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교육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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