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표준화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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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표준화 어떻게 해야 하나
  • 승인 2014.06.1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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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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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의학과 국제표준’ <1>… 한국한의학연구원 최정희 선임연구원
최근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일회용 멸균호침’, ‘인삼 종자 및 종묘’ 국제표준 2건이 발간되어 전통의학 분야에서도 국제표준이 최초로 발간되었다. 이에 전통의학 표준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적으로 뜨거워지고 있는 시점에서 표준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제정되는지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한의학 또는 전통의학의 표준화가 과연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국내 한의학 전문가 또는 한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의학은 본질적으로 개인별 맞춤의학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객관화 및 표준화가 불필요하다는 의견과 한의학의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하여 과학화, 객관화를 통한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표준화의 필요성
먼저 표준화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표준화는 모든 것을 획일화, 단순화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이해 당사자들 간의 합의에 의하여 제품 및 서비스의 품질, 안전 및 신뢰성을 확보하고 국제 전통의학시장에서 국가간 무역을 위한 최소한의 자율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일련의 활동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전세계적으로 고령화 사회가 늘어감에 따라 삶의 질과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웰빙(well-being)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아울러 의료시장의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 및 관리로 변화하고 있는 점도 주목하여야 한다. 최근 국제적으로도 서양의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예방의학 차원에서 동양의학 및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전통의학 및 보완대체의학 시장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Global Industry Analysts, Inc.’의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보완대체의학 시장은 2010년 853억8000만 달러에서 2015년 1141억8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통의학시장의 세계적 확대에 따라 한의학도 국제표준화를 통하여 세계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한의학의 안전성 논란들을 잠재우기 위한 과학적인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안전하고 신뢰할만한 과학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한의학에 대한 안전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수단으로 표준을 제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표준은 어떻게 제정되는가를 살펴보자. 표준은 제정 주체에 따라 단체표준, 국가표준, 국제표준으로 분류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표준제정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담당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산업표준화법에 근거하여 다양한 산업분야의 표준을 제정하고 있으며, 단체표준, KS 표준을 제정하고, 국제표준화기구인 ISO, IEC 등의 국가표준화회원기구로 국제표준화활동의 대외적 창구역할을 담당한다.

국가표준과 국제표준
단체표준은 한국산업표준(KS)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단체표준을 제정할 수 있고 제품의 품질고도화, 생산효율향상, 기술혁신을 기하여, 단순공정화 및 소비의 합리화를 통하여 산업경쟁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 기술에 관한 기준이다. 한의학 분야 단체표준은 대한한의사협회가 단체표준등록기관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현재는 한의학분야 단체표준이 아직 없지만 16일에 교육용어 표준 등 한의학 분야 단체표준 심의를 위한 공청회가 대한한의사협회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심의를 통해 한의학 단체표준이 제정될 예정이다.
국가표준으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KS 표준이 있다. KS 표준은 이해관계자가 표준안을 제안하고 관계부처의 협의를 통해 산업표준화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KS로 제정된다. 또한 제정일로부터 5년마다 적정성을 검토하여 개정, 확인 및 폐지가 가능하다. 한의학 분야 KS 표준은 ‘일회용 멸균호침(KS P 3007)’, ‘이침(KS P 3008)’, ‘피내침(KS P 3009)’, 인체 경혈 명칭 및 위치- 14경맥(KS P 3010), ‘침시술 안전관리(KS P 2000)’, ‘뜸 일반요구사항(KS P 3000) 등 총 6건이 제정되어 시행 중에 있다. 일회용 멸균호침의 경우 인증기준까지 마련돼 KS 인증을 획득해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국제표준은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IEC(International Electrotechnical Commission, 국제전기기술위원회), ITU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국제전기통신연합) 등 세계 3대 국제표준화기구에서 다양한 분야의 국제표준안을 개발하고 있다. 전통의학 분야 국제표준의 개발을 담당하는 ISO에서는 실제 표준을 제정하는 다수의 기술위원회(Technical Committee, TC), 산하의 분과위원회(Sub-Committee, SC), 작업반(Working Group, WG)이 있으며, 이 중 ISO/TC249가 전통의학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기술위원회이다. 국제표준 제정절차는 회원국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표준안을 기술위원회에 제출하고, 전문가들의 검토와 의견을 통하여 여러 단계의 투표 과정을 거쳐 최종 국제표준으로 제정된다.

세계 전통의학시장 진출에 필수
국제표준이 제정되는 과정은 신규국제표준제안(New Work Item Proposal, NP) → 작업초안(Working Draft, WD) → 위원회 초안(Committee Draft, CD) → 국제표준초안(Draft of International Standard, DIS) → 최종국제표준초안(Final Draft of International Standard, FDIS) → 국제표준 (International Standard, IS)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각 단계를 통과할 때마다 회원국의 투표로 결정된다. 투표권한은 1국 1투표권으로 제한되며 1건의 국제표준이 제정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통상적으로 3년이 걸린다. 제정 이후에도 매 5년마다 활용도를 평가하여 재검토를 하게 되는데 재검토 과정을 거쳐 계속 국제표준을 유지하거나 개정할 수 있으며, 필요성이 낮을 경우 폐지되기도 한다.

표준은 국민의 안전, 깨끗한 환경, 건강한 삶 등과 같이 국가ㆍ사회 전체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지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회용 멸균호침의 국제표준은 보다 안전한 침을 제조하기 위한 기준을 제공하여, 침 제조업체, 이를 사용하는 한의사와 환자들의 안전을 보장하여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의학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한의학의 표준화를 통한 세계전통의학시장 진출이 필수적이며, 시장 확대를 통한 한의학의 발전을 기대해본다.

최정희 /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표준센터 표준화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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