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한약제제 개선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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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한약제제 개선의 첫걸음
  • 승인 2013.12.1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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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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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윤 경
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한의사
8일 한의사협회에서는 ‘한약제제 현재와 미래’라는 심포지엄이 있었다. 이 심포지엄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이루어진 한방요양기관 보험급여 한약제제의 처방표준화 및 상한금액 현실화 관련내용이나 대구에 있는 한국한방산업진흥원에서 수행되고 있는 한약제제 제형 현대화 사업 등의 추진상황을 알리기 위하여 한방산업진흥원이 주최하고 보건복지부와 대한한의사협회가 후원한 것이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87년 고시된 이후 처방의 변화나 상한금액의 가격변동이 없이 사용되어 온 보험한약제제들은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한약재 가격은 오르는데 제제수가가 너무 낮아 생산에 힘쓸 이유가 없었고 한의사 입장에서는 품질이 좋지 않아 탕제가 있는데 제제를 환자에게 처방할 이유가 없었다. 그 결과 최근에는 보험용 단미엑스제제가 생산판매도 되지 않으며 처방도 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2012년 전국의 2만 한의사가 처방한 보험제제 사용량은 271억원으로 전체요양급여비용의 1.4%에 불과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산하에 한약제제 소위원회가 만들어진 2011년부터 시작되어 올해 심평원의 지속적인 추진으로 결실을 맺었다. 제약회사와 한의사협회, 심평원, 복지부의 실무협의를 거쳐 2013년 6월 보험약제과에 한약제제개선방안 검토요청을 한 것부터 시작하여 식약처가 11월 21일 개선내용으로 한약규격집을 개정하였으며 이에 따라 각 업체가 허가를 변경하고 있으며 한약제제 급여목록 및 상한금액표 개정이 행정예고되고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심의되어 12월 중으로 개정고시될 예정이다.
주요내용은 우선 한약제제 처방의 표준화이다. 보험제제 갈근탕 중의 대추가 하루 60g으로 갈근 32g보다도 많았던 것처럼 내용이 불합리하거나 한약서에 근거가 없어 식약처의 허가를 받을 수 없던 제제들을 식약처에서 인정하는 기존한약서의 처방내용에 맞도록 정비한 것이다. 따라서 제약회사들은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제품을 보험급여용 한약제제로 등재할 수 있으며 이것은 보험제제에 대한 식약처의 지속적인 관리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고시 중의 복용기준을 현재 2첩분량에서 1첩분량으로 조절하였고 도량형 환산기준을 1돈 4g에서 식약처고시에 맞추어 3.75g으로 바꾸었다. 그 결과 평균 1일 복용량 14.17g이던 것이 하루 한첩을 쓸 경우 평균 5.51g으로 바뀌게 되어 복용이 매우 간편해졌다. 그러나 한의사들은 종전처럼 하루 2첩까지 사용할 수가 있으므로 용량이 적어진 것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사실 한약제제의 효력은 원한약재의 용량이 많다고 해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일본 쯔무라 제제의 경우 국내 한약제제보다 원약재의 용량은 적지만 함량은 오히려 편차가 큰 국내 제제들의 2배에서 10배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것은 일본의 함량기준이 우리나라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전문의약품의 경우 표준탕제와의 비교시험을 거쳐 70% 이상의 함량을 보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보험제제의 1일 복용량에서 약재의 용량은 적더라도 함량기준을 높이거나 표준탕제와의 동등성비교를 하도록 하면 더 높은 성분함량과 더 좋은 효과를 보이는 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약제제의 상한금액을 재산정하였다. 87년도의 수가추산자료는 현재 남아있지 않으므로 한약제제의 수가를 원료비와 기타비용으로 나누고, 원료비는 최근 3년간의 유통가격으로 변환시키고, 기타비용은 88년 이후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분 2.07을 반영하여 산출하였다. 그 결과 단미엑스산제의 수가는 평균 91.9% 인상되었으며 혼합단미엑스산제의 수가는 평균 95.4% 인상되었다. 기존 수가는 갈근탕의 경우 보험적용가격이 2610원인데 구성약재를 시장에서 구입하는 비용만도 2355원이 들어 원료약재비용이 제제수가의 90%에 달하기도 하였으므로 만들면 만드는 대로 손해라고 했던 보험제제의 숨통이 트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임의처방시 현재의 1일 15종 50그램 총 투약가 2000원의 범위 내에서 사용가능하다는 상한선도 3000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므로 한의사들이 사용할 만한 처방이 56종 처방목록에 없는 경우 단미엑스제를 배합조제하여 사용할 수 있는 여지도 늘어나게 되었다.

아마 심평원에서 보험급여제제의 가격을 올려준 것은 이것이 처음일 것이다. 양약의 경우 보험에 등재된 이후 특허가 만료되거나 제네릭의약품이 출시되거나 할 때마다 기준에 의해 계속 삭감되기만 할 뿐이다. 이 어려운 작업을 맡아서 몇년간 수많은 관계자와 협의하면서 한약제제 개선을 위해 힘써주신 심평원의 박은영 차장님과 이종환 선생님께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그러나 이것은 한약제제 개선작업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이런 개선 노력이 실제 한의사들의 사용활성화로 이어지고 한약산업의 발전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멀다. 이번 조치로 제약회사는 수가가 현실화되고 환자입장에서는 복용량이 줄어 편리해졌지만, 한의사 입장에서 여전히 보험제제를 쓸 이유는 많지 않다. 가장 큰 것은 경제적인 보상인 조제료 문제다. 보험제제는 특성상 처방한 의사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현재 한약제제 처방시 한의사가 받을 수 있는 조제료는 1일분 324원, 2일분 397원으로 1일분마다 73~74원씩 증가하여 7일분은 765원이 된다. 여러 가지 단미엑스의 한약제제를 환자에게 조제투약하는 수고가 전혀 보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한약제제를 처방할 경우 전체 진료비가 올라 본인부담금이 높아지는 관계로 환자들은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의약분업 상황인 양방과는 다르지만 현재 약국의 조제료는 1일분이 4130원, 7일분은 5780원이다. 의약분업이 시행된 2000년부터도 벌써 14년이 흐른 만큼 한의사의 조제료도 하루 빨리 현실화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처방하는 한의사들이 관심 있는 것은 한약제제의 효능과 직결된 품질문제이다. 현재의 한약제제는 안전성, 유효성 자료제출을 하지 않은 관계로 제품의 효능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 그나마 효능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성분함량인데 이것도 시험결과가 제품에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품질기준 자체가 지표성분이 설정된 한약재가 많지 않다보니 처방 구성약재의 성분함량을 다 확인하지 않아도 합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예를 들면 소청룡탕의 오미자의 지표성분이 정량법에 들어가 있지 않다고 오미자를 넣지 않거나 미량만 넣고 제품을 만드는 일이 가능하다. 이런 일을 방지하려면 다성분 프로파일을 품질검사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탕제를 사용하는데 익숙한 한의사들이 제제를 손쉽게 쓸 수 있게 하려면 한약에서의 오리지날 제품과의 동등성 비교에 해당하는 표준탕제와의 비교시험을 거쳐 자료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최근 논문에 따르면 오적산 혼합단미엑스산의 경우 탕제와 비교하였을 때 4.99∼17.49%, 4.69∼41.80%의 함량을 보였다고 한다. 앞서 말한 일본전문의약품의 70% 기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결과이다.

그리고 환자들의 다양한 상병에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험급여대상 단미와 처방수가 더 확대되어야 한다. 현재의 56종 처방은 방제학교과서에 수록된 처방의 15% 정도이다. 따라서 보험 관련 설문조사를 하면 한방건강보험의 다빈도상병인 각종 통증질환에 사용할 만한 처방이 오적산 외에는 마땅찮다는 것이 항상 나오는 지적사항이다.

올해의 성과는 두 손 들어 환영하는 바이며, 첫술에 배부르랴는 말처럼 내년에도 한약제제 개선작업이 지속되고 한의사들의 관심이 높아져 한약제제 활성화를 위한 기반이 탄탄해지고 실제 사용량이 확대되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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