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권도 없는 약사들에게 한약 처방권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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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권도 없는 약사들에게 한약 처방권 부여?
  • 승인 2012.11.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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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정 기자

이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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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단적 결정한 집행진 퇴진”과 “원천 무효” 주장

건정심 첩약 건보 시행방안에 한의사들 분노 폭발

‘한의사 평회원 협의회’ 결성
진단권이 없는 한조시약사와 한약사가 포함된 첩약 건보 시범실시 방안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정곤) 소속 평회원 한의사 200여 명이 현 집행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며 퇴진을 요구하고, 지난달 28일 오후 2시부터 한의협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사진>

전국 각지에서 어떤 연고도 없이 모인 이들은 이날 현장에서 한의사평회원협의회(가칭)를 조직하고, 협의회장에 국승표 원장(41·충남 당진)을 선출했다.

한의협 농성 현장에 마련된 농성 기금 모금함.
한의사평회원협의회는 “지난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의결된 첩약 건보 시범실시 방안 중 ‘한조시 약사, 한약사’가 포함된 안은 현재 진단권이 없는 약사와 한약사들에게 진단권을 인정하고 심지어 건강보험급여의 혜택을 받게 하는 것으로, 이는 진단을 할 권한과 능력이 없는 약사들이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방안으로 약사법시행규칙과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며, 게다가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을 낭비하고 국민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행 약사법 제62조 16항에 따르면, “약국개설자는 △진단을 하고 그에 따라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행위 △특정 질병의 전문약국임을 환자에게 알리고 환자에 대하여 진단을 목적으로 한 건강상담을 통하여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행위 △진단을 목적으로 환부를 들여다보거나, 만지거나, 기계·기구 등을 이용하여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행위를 통하여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 돼 있다.

따라서 한의사평회원협의회는 “약사는 질병에 대한 진단이 불가능하며 상병을 입력할 수 없게 돼 있으나, 이번 합의안은 이 약사법 시행규칙을 위반한 합의로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한의사평회원협의회는 “첩약 건보 실시 등과 같이 중대한 사안은 한의협 대의원총회의 의결과정을 거쳤어야 함에도 현 집행부는 이를 무시하고 심지어 합의 과정자체를 회원들에게 비밀로 진행한 것은 회원들을 기만한 행위로서 원천 무효이며, 이러한 합의를 진행한 협회장과 임원들은 더 이상 한의계의 대표가 아님을 선포한다”면서, “국민건강권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첩약 건보의 한조시 약사 및 한약사 참여’ ‘포괄적 지불방식에 대한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러한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인 협회장, 임원 및 시도지부장들이 전원 사퇴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승표 협의회장은 “이제는 평회원들 개개인의 분노 표출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며, “그동안 대의원총회 임시총회 모두 다 거쳤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평회원들의 뜻을 반영시키지 못했고, 정관이나 회칙 자체가 우리의 권익이나 생존권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절차를 따져 일을 진행시킨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의사 A씨는 “한조시약사들은 대부분 한약을 조제하지 않은 지 굉장히 오래 된 사람들이고, 한약조제약사시험 자체도 수준이 매우 낮았던 시험이었는데, 이들이 무슨 전문성이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전국에 2만여 명이나 되고, 이들이 한약을 쓴다면 먹으나 마나 하는 한약을 팔아서 재정만 축내든지, 수은중독을 유발했던 안궁우황환 사건처럼 말도 안 되는 약화사고가 여기저기서 발생해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A씨는 “현재 한약을 조제하는 일부 한조시약사들의 경우도 음성적으로 100처방에 가감을 해서 첩약을 조제하며 본연의 업무범위를 넘어선 행동을 저지르고 있고, 양약을 섞은 탕약을 유통하다가 적발되는 등 식약청의 관리감독 소홀로 인한 사고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이 첩약의보 안이 통과되면 전국에 매우 많은 탕전시설이 새로 들어설 것은 뻔하고, 그걸 모두 관리감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의사 B씨는 “현 40대 집행부는 지난 9월 2일 임시총회에서 대의원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첩약 건보에 대한 논의를 진행시키지 않을 것을 공식적으로 약속했지만, 그 약속과는 전혀 다르게 건정심에 첩약 건보에 대한 안건을 상정했으며, 이 안건과 관련된 이해 당사자들은 표결권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 안건은 통과 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김정곤 회장은 이미 지난 10월 26일 첩약 건보를 환영한다는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제공하면서, 대외적으로 이미 한의계는 첩약 건보 문제에 대해 결정하였다고 공포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제 와서 협회 보험이사는 대의원총회에서 의논할 것이고, 우리가 거부하면 한조시약사, 한약사의 의견과 상관없이 취소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감언이설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현 상황을 백지화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은, 이 결정을 내린 집행부를 해체하는 것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건정심의 이번 발표에 대해 28일 대한한의사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도 “심각한 우려를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첩약건보시범사업시행에 대한 상황을 전 한의계의 대표성을 상실한 대한한의사협회측과 복지부간의 밀약에 의해 벌어진 한의약 탄압사태로 규정하며, 아울러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첩약건보시범사업의 진행을 즉각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 비대위는 “첩약건보사업은 한의계에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며, 전문가에 의해서 본 사업의 타당성과 대책이 심도 있게 연구·재검토 된 후 한의계 최고 대표기구인 한의협 대의원총회의 결정에 의거해 처리되어야 함이 마땅하다”며, 대의원총회 동의 없이 진행된 현 협회 집행부의 독단적인 결정은 명백한 해단행위이며 원천무효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30일 현재 한의사평회원협의회 소속 한의사 30여 명은 한의협 회관 1층 로비에서 한의협 이사진과 직원들의 한의협 회관 출입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한의사평회원협의회는 11월 1일 오전 10시 한의사 평회원 총궐기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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