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단식투쟁 돌입한 참실련 이진욱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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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단식투쟁 돌입한 참실련 이진욱 회장
  • 승인 2012.08.1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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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기자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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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물신약 문제해결의 진정성 없다면 협회장 사퇴해야”

최근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정곤) 1층 로비에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적힌 화환들이 빼곡하게 줄지어 방문객을 맞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환들 대부분 김정곤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화환들인데다가, 그 옆에는 김정곤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과 함께 텐트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천연물신약 문제해결에 의지가 없다고 판단, 김정곤 회장의 용퇴를 주장하며, 지난 6일부터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참의료실천연합회 이진욱 회장을 만날 수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이 회장이 단식에 돌입한 지 닷새째 되던 날로, 그의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당시 함께 있는 한 원장의 강권으로 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기본적인 검사와 처치를 마친 후였다.

- 건강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단식은 계속할 것인가?
응급실에 다녀와 4시부터 약 두 시간 동안 김정곤 회장과 면담을 했다. 서로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자리였고, 여전히 서로의 주장은 좁혀질 수 없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결국 각자 서로의 할 일을 하면 된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계속 단식을 단행키로 했다.
김정곤 회장은 그동안 로드맵대로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며 잘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참실련에서는 협회의 방향이 선언적인 말에 불과하고, 특히 천연물신약의 한양방 공동사용을 주장하려거든 빨리 사퇴하라는 입장이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한동안 단식을 계속하는 방법 밖에 없다. 사실 할 수 있는 게 단식밖에 없다. 현 상황에서 어떤 방법을 쓰면 협회가 하는 일을 막을 수 있겠는가?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단식에 돌입한 것이다.
릴레이 단식을 제안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것은 큰 의미가 없다. 그리고 참실련의 회장으로서 책임을 느끼며 1724명의 협회장 용퇴 서명서에 담긴 열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라도 목표가 실현될 때까지 강행할 것이다.
오늘 면담자리에서도 김정곤 협회장에게 “깔끔하게 용퇴하시고 친한 형 같은 멘토로 존재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 전에도 김정곤 회장과 알아왔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있으면 마주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그런 얘기하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러나 협회가 한의계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취한다고 판단되기에 그렇다면 차라리 다른 분이 협회를 맡아보는 것이 낫다고 보는 것이다.
참실련은 한의계 발전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임을 알아줬으면 한다. 단식도 그 하나의 방법으로 택한 것이다.
 
- 천연물신약 문제에 대한 관심이 한의사 일부에 한정돼 있는 것 같은데…
많은 한의사들이 천연물신약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는다. 때문에 대대적인 홍보도 필요하다. 참실련에서는 이에 대한 일환으로 현재 자체적으로 소식지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소식지에는 그동안의 천연물신약 문제에 대한 간단한 요약내용 등을 담고 있다.
특히 각 시도지부장과 중앙대의원들에게는 전원 다 보내주었고, 이들에게는 100페이지가 넘는 정책백서도 함께 보내주었다. 천연물신약 문제에 대한 관심과 사태 해결에 약간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진행하고 있다.

- 천연물신약 문제를 둘러싼 한의계 내분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가?
많은 평회원들은 천연물신약을 놓고 한의협이 한양방 공동사용을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지난 6월부터 회원들을 대상으로 천연물신약은 양의사는 사용할 수 없다는 성명서도 배포한데다가 그 같은 기조로 계속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의협이 천연물신약의 한양방 공동사용을 주장한다는 사실을 최근 참실련이 입수한 복지부 문건을 통해서 알게 됐다.
참실련은 조만간 천연물신약의 한양방 공동사용이 확정될 것이라는 위기를 직감하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복지부 문건에 대해 여전히 협회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지만 평회원들 사이에서는 문건공개로 인해 유권해석이 많이 미뤄진 것 아닌가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사실 유권해석이 어떻게 나오든 한의계에는 좋지 않다. 어차피 양방 입장에서 질의한 것으로 양의사의 사용 여부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결국 한의협이 유권해석에 집착하는 것 자체가 천연물신약 문제해결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는 말이다. 진심으로 양의사들이 천연물신약을 쓰지 못하게 할 것이라면 유권해석과 관계없이 움직여야 맞다.

- 한의계의 내분이 외부로 알려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물론 내분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이 같은 갈등이 좋은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 한의계 역사상 유례없이 평회원들이 한의협에 역동적으로 반발한다는 것 자체가 한의계의 에너지가 크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에너지가 하나로 모아져 큰 힘으로 단단해지면 외부에서 보기에도 한의계를 두려워 할 것이다.
그동안은 아주 소수의 집행진만이 한의계 발전에 저해되고 방해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한의계 평회원들은 스스로 의견을 표출해서 되돌리려고 하고 있다. 즉 이런 반대적인 움직임이 평회원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한의계의 잠재력이 존재한다는 반증이다.

- 단식의 목적이 실현된 후의 계획은 어떠한가?
협회장의 임기가 7개월 정도 남았는데, 7개월이면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현 협회장의 용퇴 후 공백이 생기겠지만, 천연물신약을 이끌고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리더가 나서주길 바란다. 어떤 분이라도 천연물신약을 이끌겠다고 나서는 분이 있다면 참실련은 환영하고 그 분에게 모든 힘을 몰아줄 수 있다. 
현재 오피니언 리더 혹은 중진으로 보이는 분들이 천연물신약 사태에 대해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눈치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선뜻 나서면 정치적인 야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도 있겠지만, 야심이 있으면 어떤가? 그 조차 없다면 한의계는 다이나믹하지 못하고 역동성 없는 조직 밖에 안 된다. 책임있는 중진이라면 한의계를 이끌어줄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다.
그리고 한의계에는 충분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천연물신약 문제가 조금 늦게 이슈화되긴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2만 한의사가 움직이면 많은 힘들이 모아질 것이고, 일이 잘 해결된다면 뭔가 해냈다는 경험이 쌓여 꼭 천연물신약 문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문제들도 하나씩 풀릴 것이다. 이번 일은 그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더 많은 한의사들이 관심을 갖고 움직여주기를 바란다.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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