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물신약의 정의는 철저히 왜곡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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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물신약의 정의는 철저히 왜곡돼 있다”
  • 승인 2012.06.2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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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기자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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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한약서 근거로 개발된 ‘한약’을 ‘양약’으로 둔갑

케미컬 위주의 신약개발에 따른 연구비 부담과 개발 소요시간 등의 한계에 봉착하면서 약효가 이미 검증됐거나 새로운 성분과 조합이 가능한 천연물신약 연구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천연물신약 관련 특허등록 건수가 2천500여 건에 달한다는 최근 특허청의 발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천연물신약 연구는 이미 활발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천연물신약의 신드롬과 함께 한의계 내에서는 천연물신약의 양의사 사용은 ‘한의약 직능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이며, 한의사 처방 독점권의 훼손’이라는 점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관련기사 8, 9면>

“각종 한약처방이 천연물신약이라는 이름으로 제약화 및 보험급여로 등재돼 양방의사들의 처방이 허용되고 있고, 향후 수십 종의 약물 또한 천연물신약 제도를 통해 제품화를 준비 중일 뿐 아니라, 이러한 경향이 지속될 경우 기존 한의서 처방 혹은 약간의 구성성분 변화로 얼마든지 양약으로 둔갑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한한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이범용) 산하 의료기기와 한약제제 및 천연물신약에 대한 특별 TF(위원장 우정순)는 지난 18일 중간보고를 통해 이 같은 우려를 표명하고, 향후 양의사가 천연물신약을 처방하고 보험급여까지 받고 있는 부당함에 대해 적극 대처해줄 것을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정곤) 이사회에 촉구했다.

특별 TF는 또 “한약이 양약으로 둔갑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천연물신약 관련 특별법의 원천 무효 투쟁 및 양방 급여항목 원천무효 투쟁을 다방면으로 적극 전개해야 할 것”이라며, “천연물신약이라는 이름으로 양의사들의 처방을 허용하고 건강보험 급여항목에 등재시키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관계 관청에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와 관련 TF는 한의협에 긴급 전국이사회 소집과 임시 대의원총회 개최요청을 결의했으며, 만일 전국이사회에서 충분한 대책을 시행하지 못할 경우 대의원들이 나서서 임시총회를 소집하고 한의협 내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는 등 엄중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TF는 또 “적지 않은 협회 예산을 들여 보험급여등재위원회 활동을 시작한 이후에도 천연물신약의 양방의료보험 급여항목 등재가 이루어진 것에 대한 책임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제중한의원 이상택 원장은 천연물신약이라는 이름으로 한약이 왜곡된 역사를 간단히 요약해 설명했다.
이 원장은 “2000년대 중반 즈음 식약청은 천연물신약 허가 완화를 위해 기성한약서 등을 근거로 고시를 개정했다”며, “이는 천연물신약 연구 방향의 큰 전환점으로, 천연물신약이 ‘천연물 유효성분을 추출하여 만든 신약’이라는 개념에서 ‘한약의 신약화’ 개념으로 한약의 붐 위에 천연물신약이 올라타는 상황을 마련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2004년 식약청 용역으로 발표된 ‘천연물신약, 한약제제 비임상 시험연구 가이드라인’에서는 의서의 한약처방을 천연물신약화한 것을 명시했는데, 즉 기성한의서에서 효능을 첨가하거나, 정제나 캡슐로 변화한 것은 천연물신약이라고 의미규정을 했다”며, “이어 2006년에서 2010년까지 시행된 제1차 한의약육성발전 5개년 종합계획의 R&D 중장기 투자 분야에 천연물신약개발이 포함돼 있어 한의약육성안으로 형성된 기금 중 일부가 투자됐음에도 2012년 현재 천연물신약의 정의는 왜곡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양약은 약리기전에 따라 쓰는데, 천연물신약은 양약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부분은 반드시 약리기전, 대사, 독성 등의 성분이 명확하지 않다”며, “양방에서 한의사와 한약을 비난할 때 주장하는 바는 ‘한약도 안정성, 유효성, 성분별 대사, 기전, 표적 등을 밝혀라’인데, 양의사들이 천연물신약을 쓴다는 것은 한의사와 한약을 비난 할 때 펼치는 논리에 어긋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대한한의사협회 시도한의사회 회장협의회는 18일 성명서를 통해 “천연물신약에 대한 한의사의 사용과 처방은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하며, 양의사들의 천연물신약 사용을 적극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의협도 최근 복지부와 식약청에 “천연물신약은 현 정부의 한의약산업 육성 정책을 반영한 한의약 과학화의 산물로서 한약과 한약처방을 이용해 만든 의약품”이라며, “기 허가된 천연물의약품과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천연물의약품의 품목허가 및 분류 시 약사법에 따른 ‘한약제제’로 지정함으로써 보건의료 직능 간 업무범위를 명확히 설정해 줄 것을 강력히 건의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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