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천연물신약이 된 한약처방(1)-개념의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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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천연물신약이 된 한약처방(1)-개념의 변질
  • 승인 2012.06.2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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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의료실천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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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체계 근간 흔드는 천연물신약 관련 규정

한의학적 원리로 개발… 약물기전 무지한 양의사가 처방

들어가며…
참의료실천연합회는 지난 2010년 말 500여 명의 한의사들과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한약과 천연물신약의 개념 혼동으로 인한 문제점에 대해 항의하는 팩스를 보냈습니다. 이후 민족의학신문과 한의신문 등에 여러 차례 천연물신약-한약제제-생약제제의 개념 혼동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2011년 2월부터 현재까지 한약관련문제를 논의하는 여러 단체 및 전문가협의체인 ‘한약연석회의’에 참여하여 논의를 하며 해결점을 모색해왔습니다. 그러나 직능단체와 제약산업, 정부가 복잡하게 얽혀 왜곡된 의약품체계와 천연물신약, 한약제제산업 방향을 바로 잡는 데 여러 난관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여러 한의사 선후배님과 논의를 하기 위해 민족의학신문 지면을 빌어 내용을 공유하고자 글을 올려봅니다. 이번 호에서는 현재 국내 천연물신약 개념의 변질과 그에 따르는 문제점들을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천연물신약 허가 상황
<표 1>의 약들은 모두 ‘천연물신약’이 아니라 ‘자료제출의약품’이라는 것으로 허가 받았습니다. 전부 ‘자료제출의약품’으로 허가 받은 것을 천연물신약이라 부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도대체 자료제출의약품은 무엇이고 천연물신약은 무엇 이길래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자료제출의약품이란?
‘의약품 품목허가 고시’에 따르면, “안전성·유효성심사 자료제출의약품이란 신약이 아닌 의약품이면서 이 규정에 의한 안전성·유효성 심사가 필요한 품목”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신약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신약은 같은 고시에서 “국내에서 이미 허가된 의약품과는 화학구조 또는 본질 조성이 전혀 새로운 신물질의약품 또는 신물질을 유효성분으로 함유한 복합제제 의약품”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료제출의약품으로 허가하는 것은 기존 허가된 의약품의 투여경로나 효능표기가 변경될 때 등에 제출을 보강하여 내는 것이 다수입니다. 기성한의서의 처방을 이용해서 서양의학적 약리효능에 대한 내용을 덧붙이면 자료제출의약품 생약제제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자료제출의약품은 한약처방을 이용한 의약품에서는 생약제제를 의미했습니다.

■ 신약 아닌 자료제출의약품이 천연물신약이 된 근거?
자료제출의약품은 신약이 아닌데, 왜 천연물신약이라고 홍보되었는지 의약품품목허가고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의약품 품목허가 고시에서 [“천연물신약”이란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 제2조제3호에 따른 의약품으로서 천연물성분을 이용하여 연구·개발한 의약품 중 조성성분·효능 등이 새로운 의약품으로서 별표 1의 의약품의 종류 및 제출자료의 범위 중 Ⅰ. 신약 및 Ⅱ. 자료제출의약품의 1.부터 4.까지에 해당하는 의약품을 말한다.] 고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즉, 용어는 천연물 ‘신약’이라고 해놓고 ‘신약’이 아닌 ‘자료제출의약품’도 천연물신약 범주에 넣겠다는 의미입니다. 의약품 품목허가 고시에서 신약이 아닌 자료제출의약품을 천연물신약이라고 말하는 상충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현재의 천연물신약은 신생약제제?

<표 1>의 천연물신약들은 모두 자료제출의약품 중 1.에 해당하는 의약품인 ‘생약제제’로 허가된 것입니다. 기성처방을 서양의학적 효능으로 설명한 것을 기성 생약제제라고 한다면 자료제출의약품의 1. 항목은 생약제제 중에서도 신생약제제에 해당할 것입니다. 이것을 두고 현재 천연물신약이라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표 2 참조>

 

 약사법에는 ‘한약과 한약제제’에 대한 개념만 정의되어 있습니다. 반면 ‘생약, 생약제제’를 따로 두어 정의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법체계상 하위규정에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규정’에서 “생약제제란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로서 한의학적 치료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 제제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의약품 허가를 받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표적을 밝히는 것, 기전에 관한 자료제출이 기성한약서와 한약조제지침서를 근거로 면제되고 있습니다.
생약제제라는 용어는 보건사회부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처음 분리된 시기에 처음 탄생하게 됩니다. ‘의약품·의약외품의 제조·수입 품목허가 신청(신고)서 검토에 관한 규정’이란 식약청 고시에서(개정 1999. 1. 6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 제1998-129호) ‘생약제제’라 함은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로서 한방의학적 치료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 제제를 말한다. 다만, 천연물을 기원으로 하되 특정 성분을 추출·정제하여 제제화한 것은 생약제제로 간주하지 아니한다”라는 항목이 처음 들어갔습니다.

■ 한약제제가 천연물신약으로 허가 받을 수 있는 길
생약제제가 서양의학적 원리에 의한 약이라면, 이에 합당한 의약품 허가절차를 거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의약품 허가과정에서는 한약제제로 사용될 때 기성한약서를 근거로 의약품 허가규정을 면제하는 것을 그대로 따릅니다. 그러다보니 한약제제로 개발된 것은 전부 생약제제로도 다시 허가될 수 있으며, 여기에 ‘새로운 효능’을 덧붙이면 자료제출의약품의 4. 항목에 해당되어 천연물신약이라 불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 그렇다면 천연물신약에 대한 정의는 무엇인가요?

천연물신약은 글로벌 사회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따라서 글로벌 표준에 맞춘 개념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는 천연물에서 추출한 물질의 성분을 체내 작용하기 좋은 상태로 합성 변화시켜 의약품으로 허가한 것을 이릅니다. 천연물로 하는 신약 개발은 영어로 ‘Drug Discovery of Natural Products’라고 불립니다. 천연물신약의 종류로는 ‘아스피린, 탁솔, 페니실린, 아르테미니신’ 등이 언급됩니다.
2000년 천연물신약개발촉진법 제정 당시 등장한 의미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천연물신약개발촉진법에서의 천연물신약 정의는 “천연물 성분을 이용하여 연구·개발한 의약품 중 조성성분·효능 등이 새로운 의약품”으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와 같습니다. 천연물신약개발촉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자료집에도 이러한 내용은 동일하게 등장합니다. 공청회 자료집 어떤 부분에도 한약복합처방이나 단미제를 천연물신약으로 개발하겠다는 이야기는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표 3 참조>

 

■ 천연물신약 개념의 변질
그런데 천연물신약의 본질이 달라집니다. 전통 한약처방이 천연물신약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전통한약에서 추출한 성분이 신약이 될 수 있습니다. 한의약육성 5개년 계획안에도 천연물신약은 한의약 육성안으로 포함되어 시행되었습니다.
천연물신약은 이제 천연물에서 단일한 약리성분을 추출하여 의약품으로 개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천연물신약이라 등장한 것은 바로 애엽추출물 스티렌캅셀과 하고초 등 여러 한약 추출물인 조인스정이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천연물신약은 전통 한약재에서 여러 성분들을 통째로 추출하거나 한약재를 섞어 추출한 것을 의약품으로 허가한 것을 이르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천연물신약 개념과는 다른 의미에서 한국만의 천연물신약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한국의 정부 당국자들은 천연물에서 성분을 추출 합성하여 의약품으로 만든 것은 ‘천연물 유래 의약품’이라는 법에도 없는 용어를 만들어 사용합니다. 천연물신약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 2004~2005년 한국만의 독특한 천연물신약 개념의 완성 : 한약 = 천연물신약

<그림>천연물신약, 한약제제 비임상 시험연구 가이드라인. 장일무,2004.
식품의약품안전청 용역 발주로 시행된 2004년 ‘천연물신약, 한약제제 비임상 시험연구 가이드라인’과 2005년 ‘외국의 약용식물 및 생약관련 규정연구’는 모두 장일무 교수에 의해서 시행됩니다. 이 두 연구를 통해 한국만의 독특한 천연물신약-생약제제-한약제제 개념이 탄생합니다. 기성한의서에서 효능을 첨가(ex. 복통→ 위염 치료)한 것, 정제나 캡슐로 변화된 것은 천연물신약이라 규정합니다. <그림 참조>

 

■ 국내 천연물신약은 미국의 ‘Botanical Drug’으로 수출되고 싶다.
천연물신약은 미래 대한민국 국민을 먹여 살릴 5대 과제에 포함되었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천연물신약은 미국에는 ‘Botanical Drug’이나 유럽의 ‘Herbal Medicine’으로 팔릴 것이라고 정부에서는 대대적인 홍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Botanical Drug’과 유럽의 ‘Herbal Medicine’은 아스피린, 탁솔과 같은 약은 아니었습니다.

■ 미국의 Botanical Drug과 유럽의 Herbal medicine = 한국의 ‘한약’
미국의 ‘Botanical Drug’의 개념을 미국의 의약품 가이드를 통해 살펴보면, “식물재료(동물재료, 광물재료 포함)로 만든 의약품”이며, “유전적 조작, 발효, 순수 화학적 성분 분리로 개발된 제품은 제외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의약품으로 허가시 ‘전통약물’로 사용했던 경험도 문헌 자료로 제출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유럽의 ‘Herbal Medicine’은 “장기간 사용한 경험이 있는 전통약초약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모두 우리나라의 약사법에 따라 적용하면 ‘한약’에 해당하는 의미입니다. 이를 두고 장일무 교수는 천연물신약이라 부른다고 하였으니, 약사법에 존재하는 용어인 ‘한약’ 개념을 제쳐두고 ‘천연물신약’ 이라고 부른 것의 의도에 의문이 생깁니다.

■ 천연물신약-생약제제-한약제제 개념 혼동의 문제

이렇게 개념 혼동에 문제가 생기게 된 상황에 대해서 식약청 용역 연구과제를 통해 각각을 정의했던 장일무 교수조차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표 4 참조>

 

<표 4>에서 장일무 교수가 스스로 지적했던 천연물신약-생약제제-한약제제 개념 혼동의 문제는 단순히 의약품 허가제도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 것입니다. 전문 의료인 간의 직역 갈등을 일으키며, 의료체계 근간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는 국민건강의 불안요인이 되며 의약품 처방의 전문성에 관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천연물신약의 목표가 불분명하다보니 산업의 방향 설정에 어려움이 있으며, 투자비용의 낭비로 이어질 수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계속>

참의료실천연합회 의약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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