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영리형 의료기관 난립과 의료민영화 정책⑥-5.의료민영화정책의 현주소와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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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영리형 의료기관 난립과 의료민영화 정책⑥-5.의료민영화정책의 현주소와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
  • 승인 2012.04.0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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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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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의료법인 허용시 의료인 지위 하락될 것”

“영리의료법인 허용시 의료인 지위 하락될 것”

< 글 싣는 순서 >

1. 들어가며
2. 영리형 의료생협의 급증과 폐해, 대책은?(上)(下)
3. 사무장한방병원의 실태 및 척결방안
4. 네트워크병의원, 버려야할 것과 취해야할 것은?
5. 의료민영화정책의 현주소와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

의료민영화정책의 현재

의료민영화는 2002년 김대중 정부에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통해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 설립을 허용한 것이 시발점이다. 노무현 정부는 신성장동력론을 바탕으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병원 영리법인화, MSO(병원경영지원회사) 등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하였으며,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을 거의 그대로 승계하여 2009년 5월 8일 ‘의료선진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의료선진화 방안은 의료민영화의 다른 이름이다.

현 정부는 ‘의료선진화 방안’ 중 일반인 의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하는 것이다.

영리의료법인이란 주식회사처럼 기업 등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자본금을 조달해 병원을 운용하고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되돌려주는 형태의 ‘수익 추구형 병원’을 말한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 국가, 지방자치단체, 비영리법인만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 주식회사 형태는 금지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영리의료법인을 추진하려는 이유는 선택진료의 폭이 넓어지고 의료 서비스 질이 높아져 외국인 고객 유치가 유리하다는 점과 일자리 창출 효과로 인해 의료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꼽고 있다.
반면 이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추가 의료행위를 통한 의료비 상승과 부유층을 중심으로 사보험 가입자들만 우대하여 저소득층의 의료 접근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 등이 부작용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영리병원은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비급여진료가 많아지고 결국 의료비가 비싸진다. 비급여가 많아지면 민간보험만 활성화돼 건강보험제도정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영리의료법인은 자금력만 있으면 누구나 병원을 설립할 수 있으며, 투자자는 최대 이윤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하는 것은 일반인도 병원으로 장사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허용하자는 것이다.

사무장 병원, 영리형의료생협 난립현상

의료기관이 영리를 추구했을 때 어떤 모습일까?
사무장병원이나 영리형의료생협의 난립은 의료민영화정책과 크게 연관성이 없다고 치부할 수 있지만 ‘의료기관을 통해서 영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 본질이 같다.

몇 년째 한방병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광주광역시의 경우, 60~70%가 사무장한방병원이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고 3년 사이 30곳이나 증가해 불법의료의 온상이 되었다.

광주광역시한의사회 홍광표 회장은 “사무장한방병원은 한방치료나 학술적인 것과는 전혀 무관하게 오로지 영리목적으로만 운영된다”며, “보통 병원급이라고 하면 일반 의원보다 시설면이나 의료 질적인 면에서 좀 더 차원이 높을 것을 기대하지만 사무장한방병원은 병원급임에도 입원실만 마련되어 있을 뿐 특화된 진료도 없다”고 말했다. 또 환자유인을 위한 불법마사지도 기승을 부려 병원이 질병을 연구하고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보험료 타내기 쉬운 곳으로 일반국민들이 한의학을 폄하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에서 의료선진화방안을 추진하여 일반인에게 의료기관 개설권을 허용할 시 오늘의 ‘불법’은 내일에는 ‘합법’으로 바뀌게 된다. 
또 기존에 사무장병원으로 돈을 벌려고 했던 사람들이 위험부담이 있어 옮겨간 곳이 최근 대두되고 있는 의료생협으로, 의료기관개설을 통한 수익모델은 계속 합법의 형태를 빌려 활개치고 있는 셈이다.

2월 말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2월 기준 전체 391개 의료생협 중 166개(42%)가 249개의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1년 사이에 2배에 이를 정도로 의료기관 개설(’10년 128개에서 ’11년 249개)이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 중 51개는 최대 10개까지 다수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전한 의료생협이 정착하기 힘든 현실을 감안할 때 매우 기현상이다.
성남의료생협 박재만 원장은 “의료민영화문제의 틈바구니에서 의료기관을 통해 영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의료생협의 형태를 이용해서 들어오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 의료생협이 의료민영화의 우회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료생협연합회 최봉섭 상임이사도 “의료생협 설립상담을 문의하는 전화 중 80~90%가 모두 영리형 의료생협을 설립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며, “이들은 ‘협동조합’에 대한 개념자체가 없기 때문에 컨설팅 비용부터 물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생협 개설과 관련한 전문적인 컨설팅업체도 생겨나 몇 백만 원 또는 몇 천만 원까지 컨설팅 비용을 받는 브로커들이 나타나고, 병원컨설팅회사에서 개설대행업을 하는 것도 의료기관을 돈이 되는 장사로 보기 때문이다.

의료민영화정책에 범의료계 관심 필요
이에 대해 박재만 원장은 “의료생협문제 뿐만 아니라 넓게 보면 의료민영화의 일환으로 일반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는 현 정부의 방침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꼬집어 말했다.

박 원장은 “국가에서 의료인에게만 의료기관 개설권을 독점적으로 준다는 건 의료인이 가지고 있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지위와 역할을 보장해주는 것으로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공적인 의미부여를 해주는 것인데, 그것을 허문다는 것은 돈의 논리에 종속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연간 한의원 폐업률이 8%에 이를 정도로 동네 한의원들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인에게 의료기관 개설권이 허용된다면 한의사들의 지위하락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란 우려다.

영리의료법인이 허용되면 의료인들의 지위와 역할도 재조정될 우려가 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해야할 사안이다. 의료의 공공성을 무너뜨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의료민영화정책에 범의료계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끝>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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