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 영리형 의료기관 난립과 의료민영화 정책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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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 영리형 의료기관 난립과 의료민영화 정책①
  • 승인 2012.01.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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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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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살 깎아 먹는 의료기관 우후죽순 난립

의료계의 고질병으로 자리잡은 사무장병원을 비롯해 최근에는 또 다른 형태의 영리형 의료생협이 과잉진료와 부당청구를 일삼으며 의료계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사무장병원과 영리형 의료생협의 실태와 해결책을 비롯해, 나아가 현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민영화정책 속에서 이들 영리형 병의원의 급증이 의료계에 던지는 의미와 파장을 조망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

1. 들어가며
2. 영리형 의료생협의 급증과 폐해, 대책은?
3. 사무장한방병원의 실태 및 척결방안
4. 네트워크병의원, 버려야할 것과 취해야할 것은?
5. 의료민영화정책의 현주소와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

들어가며
의료법에는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법인의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다. 하지만 법인도 아닌 개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이용해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실제로 의료인을 고용하여 운영하는 불법형태를 이른바 ‘사무장병원’이라고 한다. 병원을 운영해서 돈을 벌고 싶은 ‘일반인’과 병원을 차리고 싶어도 ‘돈이 없는 의사’가 결합해 설립되는 구조다.

이들 병의원은 비의료인(사무장)이 실제 진료하지 않는 고령의 의료인을 병의원 개설자로 등록하거나, 대표의사를 수시로 교체하거나, 비의료인이 환자를 면담하고 임의로 입원시키거나, 의료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의 명의를 빌려 다수의 병의원을 개설 운영하거나 법인명을 수시로 변경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의료법을 위반하고 있다.

이러한 사무장병원은 지속적인 진료비 상승과 건강보험재정 악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사무장병원이 개설된 주변 의료기관들은 모두 폐허가 된다는 소문이 떠돌 정도로 환자유인행위도 심각하다. 사무장한방병원이 특히 심한 광주지역의 경우, 과잉진료와 허위청구, 비정상적인 치료 및 환자 유인행위 등으로 한의약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광주지역에 대한 건강보험 및 자동차보험 삭감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영리형 의료생협에 한의원 대거 포함
사무장병원과는 또 다른 형태로 최근에는 일부 의료생활소비자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이 ‘사무장병원화’가 되고 있다는 기사들이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빌어 개설한 사무장병원과는 달리 의료생협은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는 합법이므로 사무장병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본래의 의료생협은 의료·건강·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지역주민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어 미래의료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를 주민참여형 의료생협이라고 한다. 반면 의료생협을 설립한 후 과잉진료와 부당청구를 일삼는 곳을 영리형 의료생협 또는 유사 의료생협이라고 하는데, 최근들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의료생협이 영리형으로 이용되는 이유는 300명 이상의 조합원과 3천만원 이상의 출자금만 있으면 누구나 설립할 수 있고, 지자체의 허술한 관리감독망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재만 원장(40·성남의료생협 우리한의원 대표원장)은 “기존에 사무장병원으로 돈을 벌려고 했던 사람들이 위험부담이 있다보니 합법적인 의료생협의 구조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최근 네트워크병원을 운영하려는 사람들도 생협의 형태를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또 “최근 영리형 의료생협이 급속히 증가한 가운데 한의원이 제일 많을 것”이라며, “한의원은 투자금이 적기 때문에 의료생협의 절반이상은 한의원을 끼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서 “영리형 의료생협 때문에 주민참여형 의료생협의 본래취지까지 훼손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후 “지금 의료계의 최대 현안인 의료민영화문제에서 의료생협이 의료민영화의 우회로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사무장병원을 비롯해 의료기관개설을 통해 영리를 추구하는 모델은 수그러들지 않고  도리어 합법의 형태를 빌려 활개치고 있는 형국이다.

사무장병원 내부고발자에 감경처분 법안 마련
이에 따라 지난 해 12월 29일 ‘의료기관 1인 1개소, 면허대여금지, 행정처분감경’의 내용을 담은 의료법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는 이번 개정안 중에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내용은 그동안 1인이 다수 치과의원을 실제 운영해 온 유디치과 등과 같은 피라미드형 의료기관을 근절시키기 위한 법안이다.

특히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경우라도 자진하여 그 사실을 신고한 경우에는 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처분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개정안은 사무장병원 적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부령이 정해진 건 없지만 사무장병원에서의 근무기간과 신고시점, 처음부터 사무장병원인지 알고 들어간 경우와 모르고 들어간 경우에 대한 행정처분과 감경처분에는 차이를 둬야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사무장병원을 단속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을 통해 내부고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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