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칼럼-한의계의 여왕벌을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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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칼럼-한의계의 여왕벌을 만들어라
  • 승인 2012.01.0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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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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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호
부산 공감한의원 원장

현재 한의계라는 판을 180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모든 한의사가 그곳에 역량을 집중해야겠지만 아쉽게도 한의계 내에서는 그런 방법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IT업계처럼 획기적인 장면이 연출되기 어렵다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한의계를 이끌어 줄 여왕벌을 만드는 것이다.

벌의 세계를 보면 여왕벌 한 마리를 위해 모든 일벌들은 동물세계에서 생명과 같은 생식활동도 자제하고 여왕벌의 활동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여왕벌이 낳은 알들은 특별한 영양분인 로얄제리를 먹고서 크며, 그렇게 성장한 여왕벌은 벌집을 벗어나 또 다른 세계를 구성하는데, 이 과정을 분봉이라고 한다. 이 과정을 TV다큐멘터리에서 본적이 있는데 우리 한의계에 가장 필요한 것이 ‘여왕벌 키우기’가 아닐까?

한의계의 홍보를 보면 개인 한의원·한방병원 광고가 주를 이루고 지역 한의사회에서 각각의 홍보 광고를 진행하고 중앙회에서 또 다른 홍보를 진행한다. 그런데 그 주제가 모두 다르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은 한의학이 어떤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이것도 잘한다고 하고 저것도 잘한다고 하니 국민들의 뇌리 속에 남는 이미지는 없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이 ‘한의계의 여왕벌을 찾고’ ‘그 여왕벌을 잘 키우는 것이다’

우선 연간 홍보주제를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 지역 한의사회나 중앙회가 단 하나의 주제를 선정하여 동일한 이미지와 동일한 카피로 광고를 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광고효과가 높아질 수 있고 비싼 광고 홍보비용이 분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 부분은 중앙회에서 주도만 하면 충분히 이루어 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의계의 여왕벌을 찾아내는 것이다. 한의계의 고민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동시에 해결하려다보니 하나도 해결이 되지 않지만, 한 번에 하나씩 집중하다 보면 여러 개가 동시에 해결될 수도 있다.

광고인이 쓴 에세이 중에서 치약시장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메디안치약’은 죽염치약과 2080치약, 페리오치약 등의 사이에 끼어서 쇠퇴의 길을 가고 있었다고 한다. 가장 오래 판매되고 있었고 태평양의 대표 브랜드였지만 새로운 치약들에 밀려서 ‘진부한, 오래된, 세련되지 못한’ 이미지가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과거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메디안은 자사 치약의 많은 종류를 ‘메디안’으로 통일하는 작업을 하였다. 화이트 키스라는 미백 치약은 ‘메디안 화이트-e’로, 어린이 치약은 ‘메디안 칼슘 Up’ 등으로 메디안이라고 하는 여왕벌을 키웠다. 그 후 메디안은 브랜드파워가 높아지고 판매율도 높아지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우리도 ‘한약은 안전합니다’라는 광고를 열심히 하는 대신 약물복용에 가장 신경을 써야하는 환자층이 안전하게 한약을 복용할 수 있다는 홍보를 하는 것이 훨씬 나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여한의사나 한의사 가족의 임신과 출산과정을 취재하여 동영상으로 만들고, 그 과정 중에 ‘불임 한약을 직접 복용하는 모습’ ‘임신 중 입덧에 침 치료를 받는 모습’ ‘출산을 앞두고 달생산과 불수산을 복용하고 순산하는 모습’ ‘산후조리한약을 복용하고 모유가 잘 나오는 모습’ 등을 취재하여 인터뷰 정도만 문자화하여도 그 효과는 아주 높을 것이라고 본다.

한의계의 여왕벌 1호로 ‘임신과 출산’을 키워보는 것이다. 국민들이 약물복용을 가장 조심하는 때가 임신 중일 때인데, 이 과정 중에 한약으로 몸을 보살피고 불편함을 개선시키는 모습을 보면 한약의 이미지는 크게 향상될 수 있다.

여왕벌 1호를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키워나간다면 한약의 안전성, 한약복용에 대한 호감도 상승, 한의원 내원 환자 수 증대 등의 고민들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과정 중에 한방부인과학회에서 석박사과정의 논문주제를 임신 중 한약복용의 안전성과 출산시간 단축 및 모유량 증대 등의 방향으로 집중시켜서 논리적 홍보자료도 많이 만들어야 함은 당연지사다.

큰 공의 바람을 빼는 방법은 강한 힘으로 눌러서 터뜨리는 방법도 있지만, 송곳으로 작은 구멍을 하나내서 바람이 새게 하는 방법도 있다. 터뜨리면 큰 소리가 나서 충격이 있지만 구멍이 나면 새는 줄도 모르고 바람이 빠져 있다. 우리도 불신과 무관심이라는 큰 공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여왕벌을 투입하는 전략을 써보자. 여왕벌이 불신이라는 공간에 믿음이라는 집을 만들어 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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