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전통의학 국제표준화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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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전통의학 국제표준화 전쟁 중
  • 승인 2011.06.30 11: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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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기자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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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통의학시장 선점에 열 올리는 중국

우리나라는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 너무나 미미
합리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표준 내용 요구돼

휴대전화 한글자판 입력 방식 표준화를 놓고 십 년 이상 정부와 관련기업, 학계 등 이해당사자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던 사이, 중국 정부에서는 휴대전화, 스마트 폰 등 첨단 정보기술(IT) 기기에 사용되는 한글입력 국제표준 마련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커다란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만일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중국 방식이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을 경우 휴대전화 등 모든 IT기기 한글 문자 체계는 중국이 정한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지만, 다행히 이후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게 되면서 당정협의회와 국회 공청회를 통해 정책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우리나라 관심과 지원 미미
현재 ISO내 TC249(전통의학 분야 국제표준화기구 기술위원회)를 주도적으로 설립해 대표격인 간사국을 맡고 있으며, TC249의 명칭 자체를 TCM(Traditional Chinese Medicine, 중의학)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를 하는 등 중국의 국제표준에 대한 욕망은 세계 전통의학 국제표준에 있어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전통의학 국제표준에 있어 우리나라 관련 부처의 관심과 지원은 미미하다는 여론이 크게 일고 있어 자칫 중의학이 전통의학 국제표준으로 인정받게 됨으로써 중국이 정한 방식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

전통의학의 국제표준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천 년 동안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된 대체의학 혹은 자연의학이 기존의 서양의학으로는 잘 치료되지 않는 만성질환 등의 치료법 중 하나로 부각되며 전통의학의 국제적인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전통의학의 인프라가 갖추어진 나라는 현저히 적은 실정으로 전통의학의 제도적인 것과 임상적인 것을 보급하기 위해서는 국제표준이 요구된다. 즉 한국, 중국, 일본 등이 보유한 전통의학 기술들은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각국의 합의로 만들어진 표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중국 표준화 관련 우리의 30배
그런데 표준화 과정에서 만약 한 국가가 표준화를 선점하게 되면 산업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되며, 때문에 중국의 경우 이미 수년 전부터 중의학 표준화 관련 예산을 우리의 30여배 정도로 투자하고 있다.
특히 세계중의약학회연합회(WFCMS)와 중의과학원 등의 단체를 구축하고, 전통의학이 발달하지 않은 국가에 중의학과 관련된 기술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등 세계 각국에 중의학의 세력을 넓히기 위한 노력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ISO/TC249 설립을 주도했으며, 가입국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ISO에서 우리보다 10배 이상을 부담하는 등 기구 내에서의 영향력을 높이려는데도 엄청나게 공을 들이고 있다.
한의협 정채빈 의무이사는 “협회 측에서도 관련 부처에 한의학 표준화에 대해 몇 차례 요청을 했지만 성과가 그리 좋지는 않다”며 “한의학의 국제 표준화는 한의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련업체, 국가적 위상과도 연관돼 있는 문제로 국민적 관심과 함께 국민의 힘을 가시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자국내 표준화 작업 선행돼야
원광대 한약학과 김윤경 교수는 “중국은 수많은 인력과 예산을 가지고 교과서, 임상지침, 한약제제 등 자국 내 표준화에 노력을 기울였다”며, “ISO에 전통의학기술위원회 설치를 요구할 수 있었던 이유도 자국 내 표준화 작업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 교수는 “우리는 제한된 인력과 예산으로 중국에 필적하는 성과를 거둬야 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꼭 필요한 사업은 국내의 표준화”라며, “국내표준화 작업이 늦은 만큼 세계무대로까지 들고 나갈 수 있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일조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제한된 인력과 예산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ISO/TC249 2차 총회 결과 예상보다는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이다.  〈관련 인터뷰 5면〉
우리 측은 국제적인 표준 프로토콜인 NCIP(NISO Circulation Interchange Protocol)를 연구할 수 있는 기술위원회 산하 다섯 개 분야 실무그룹 구성 및 의장국 선정에서 의료기기와 의료정보 등 두 개 분야의 컨비너(convener) 자격을 부여 받았다.   

내년 총회 개최국 선정 기회 적극 활용 필요
또 2012년 5월에 개최 예정인 ISO/ TC249 3차 총회 개최국으로는 한국이 선정돼 한의학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이는 한국이 자연스럽게 TC249 명칭을 TCM이 아닌 다른 명칭으로 합의할 수 있는 회의로 이끌 수 있는 기회로도 해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지난 총회에서 중국 제품에 대한 의구심을 가진 미국이나 유럽국가의 대표들을 만날 수 있었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표준화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합리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이미지로 우리의 장점을 어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ISO/TC249 2차 총회 결과가 제한된 인력과 예산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의 장점과 우수성을 발휘해 관련 기관 등의 노력이 이끌어낸 성과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중국이 세계를 상대로 중의학의 영향력을 넓히고 전통의학 국제표준화라는 목표를 위해 수많은 인력과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노력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이 국제표준을 선점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기 전에 전통의학표준화 관련 단체 및 정부부처 등이 나서 대책마련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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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2011-07-04 15:35:25
국제표준 선정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설득력 있는 기사네요.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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