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한의약육성 발전계획 시행을 앞두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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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한의약육성 발전계획 시행을 앞두고 (1)
  • 승인 2011.03.1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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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의료실천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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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인력 확보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라

제2차 한의약 육성 발전계획안에 관하여 지난 2월 16일 보건복지부와 한의학연구원 주최로 공청회가 열렸다. 여러 가지 내용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한의약 육성을 실현할 연구인력 특히 임상연구인력 양성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이 계획이 단순히 인력을 조금 늘리고, 교육프로그램 몇 개를 더 개발하는 것 정도에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한의계의 우수한 인재들이 연구원이 되지 못하는 현실 장벽을 인식하고 국가와 한의계의 리더들이 주도적으로 장벽을 걷어주어야 할 것이다.

인재를 연구 인력으로 유도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

지난 20여 년 간 한의계 사상 유례 없는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한의대에 입학했다. 많은 사람들은 한의대에 인재들이 입학하니 한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하여 세계인에게 자랑스러운 우리 한의학을 소개할 수 있길 희망했다. 그러나 현실은 한의학을 발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토대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대부분의 인재들은 현실적 장벽에 부딪혀 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개원을 선택했고, 연구인력들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지 못한 결과 21세기 한의학은 다른 분야보다 발전속도나 세계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형편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유도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이다. 여태까지 무엇이 우수한 인재들을 연구 인력으로 끌어들이는 데 장애물이 되었을까?

연구자를 지원하는 실질적 펀드 부족

연구자들이 연구기술을 익히는 동안 생활비, 학비 걱정이 없어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다. 그런데  학비 장학금, 생활비로 주어지는 월급이 적으니 연구자 지원을 망설이게 한다.

얼마 전 경희대 한의대에서는 월급을 올려줘도 모자랄 판에 급여가 깎인 사건이 있었다. 연구 인력의 숫자만 늘릴 것이 아니라,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장학금, 급여가 늘어야 할 것이다.

한의학 발전의 방향타 필요

많은 한의학 연구자들이 한의학 발전의 방향성, 정체성 부재 때문에 혼란을 겪는다고 한다. 이러한 목표 혼란은 연구 효율을 떨어뜨리고, 계획적인 분업을 어렵게 한다. 이번 한의학육성발전계획의 구호는 ‘한의약의 과학화, 산업화, 표준화’ 라고 되어있는데, 무엇을 위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세계인들에게 의약품을 판매하기 위함인지, 한의사들의 진료수준을 높이기 위함인지, 한의약의 새로운 치료기술을 발견하기 위함인지, 전통의학의 성과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기 위함인지, 한의사들의 진료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인지, 한의학 전통 진단을 체계화하기 위함인지 등 목표가 불명확하다.

심지어 지난 2월 16일에 열린 한의약육성발전계획(안) 공청회 장소에서 연구계의 대표 한 분은 “한의약시장은 하강세이며 건기식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한의계도 원격의료를 위한 연구과제 지원을 바란다”는 말씀을 하시어 연구목표가 어디에 있는지를 의심하게 하였다. 이제라도 각계의 한의계 리더들이 모여 한의학 발전의 방향과 정체성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연구자의 열정을 꺾는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자

한의계의 연구조직은 다른 연구조직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규모가 매우 작다. 이러한 조직일수록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좋은 연구가 나올텐데 불합리한 관습으로 인해 비효율적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연구윤리를 지키지 않는 사례, 연구실적 때문에 저자를 바꿔치기 하는 것, 논문에 이름만 올리는 행태 등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아직도 있다고 한다.

또, 연구팀장이 하급 연구자들보다 연구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연구팀장이 비전이 없는 경우, 모든 연구를 하급 연구자에게 의존하는 행태 등이 젊은 연구자들의 연구의욕을 꺾는다.

연구 리더가 다른 팀에 연구를 의뢰할 때도 능력이 없는 팀인데도 개인적인 친분으로 연구를 맡기는 관행도 지양되어야 한다.

연구를 열심히 해도 자기에게 충분한 대가가 주어지지 못하고, 팀 리더가 가져가버리거나, 능력 없는 연구자가 리더로 있으면서 제대로 연구를 기획하고 지도하지도 못하는 등 불합리가 존재하는 상황에선 연구인력 확보나 좋은 연구를 기대하기 어렵다. 유능한 연구자를 알아보고 채용하며, 윤리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것은 연구 조직일수록 더욱 중요하다.

연구 시설 부족, 인력 부족을 개선하자

국내 유일의 국립 한의학연구원 조차 수준 있는 실험을 하기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또한, 많은 한의과대학들이 실험 연구를 할 수 있는 기초시설조차 없다고 한다. 연구를 지도할 유능한 인력도 부족하다.

전통 한의학이 타분야와 연계하여 발전하려면 타분야의 유능한 전문가들이 교원이나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팀을 이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런데 타분야의 교원들을 확보하기는커녕, 일부 사립 한의과대학에서는 각 과목별 교원조차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제 시작인 한의학 임상시험센터도 건물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어서 실질적으로 연구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연구인력 보강, 교육프로그램 개발, 시설 확보, 운영의 독립적 권한 확보 등을 보장해주어야 할 것이다.

해외 유학조차 장벽 존재

국내에서 연구기법을 제대로 익히기 어렵다고 생각하여 해외의 선진 연구기법을 익히고자 자비를 들여서라도 유학을 계획했던 한의대 졸업생들 중에선 꿈이 좌절된 경우가 여럿 있다.

한의대에서 이수한 과목을 해외의 대학에 제출하면 “기초과학 이수가 부족하다. MD로 인정하기엔 이수 과목이 부족하다. 과목의 이름이 ‘oriental’로 시작하여 적절한 임상과목 교육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없어서 라는 이유로 거절당한다”고 한다.

또, 임상연구실로 유학을 가고 싶어도 국내에서 발급하는 영문 면허증이 ‘MD나 MD에 준하는 의료인’이라는 보장이 없어 임상연구를 위한 연구실에 입학 허가를 받지 못한다고 한다. 부족한 교과목을 교과과정 개편시 채우고, 영문 번역에서 문제가 된 교과목의 영문명을 교체하고, 한의사면허증 영문 번역을 현실에 맞게 보건복지부에서 고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전통 한의학을 계승한 인재를 연구 인력으로 키워낼 수 있는 지원을 바란다.

이제는 우수한 인재들이 연구 인력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실질적 정책을 마련하고, 우수한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의약 육성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한의약 연구에 한국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없다면, 서양에서 동양의 전통의학을 대체의학으로 삼고 연구하는 것을 넘어설 수 없다.

서양에서 하고 있는 연구들은 물론 진행하면서 동시에 전통한의학을 계승하고 힘들게 익히고 있는 한의계 졸업생들을 활용하여 연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국만의 장점이 배가될 것이다.

한의사 제도와 직역 간 갈등 속에서도 한의대를 힘들게 존속시킨 선배들의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한의계의 뛰어난 인재를 활용할 정책 마련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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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분.. 2011-03-19 13:12:07
그러기에 미국이나 유럽 등에 진출해서도 제약없이 연구나 교육, 진료 등에 더욱 잘 진출하는 측면도 있지요. 물론 중국내에서나 해외에서 공식적으로 양방진료를 하려면 해당 면허시험을 치러야 하지만요. 적어도 우리나라처럼 완전히 이분화되서 제도적 제약을 해놓지는 않지요.

독자 2011-03-17 21:08:22
한의대 졸업생이 MD가 되도록 과목명을 바꾸고 부족한 과목을 채워넣자고 했는데.
외국에서 MD로서 인정할 만큼 MD양성과정에 필적하는 양의 과목과 교육내용을 하려면 한의대를 8년제로 해서 6년간은 의대과목들을 배우고 2년간 한의학과목을 배우기 전에 가능한 얘기인지 모르겠습니다.이번 기회에 한의대는 8년제로 전환하고 6년 마치고 한의사 면허시험을 보고 또 2년 더 다닌 후 양의사 면허시험을 보도록 하자는 이야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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